아버님 돌아가시고 8년을 혼자 사시면서 점점 건강이 안 좋아지셨어요. 큰 병은 없지만 잘 챙겨드시지도 않고 돌봐드리는 사람도 없어서 많이 약해지신 것 같아요. 한 달 전쯤 넘어지셨단 얘기 듣고 남편이 먼저 가서 근처 요양병원으로 옮겨드렸고 저도 아이 학교랑 직장 휴가 얻자마자 뵈러 갔는데요. 그동안 일주일 넘게 식사도 전혀 못하시고 말도 못하고 눈도 못 뜨셨다던 분이 제가 가니까 거짓말처럼 눈을 뜨고 저한테 예쁘다고 인삿말도 하시고 귤 먹고 싶다고 하셔서 속껍질 까서 몇 개 드리기도 했는데요. 그 다음날부터 임종 단계에 접어드셨다고. 간호진분들이 아무래도 며느리를 보고 가려고 기다리셨던 것 같다고 해도 그 말을 안 믿었죠. 며칠 그 상태를 유지하시길래 전 또 직장 나가야 해서 그만 떠난다고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공항에 나갔는데 보딩하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어요. 진짜 임종하실 것 같다고 빨리 오라고요.
부랴부랴 달려갔더니 제가 옆에서 손잡고 쓰다듬어 드리고 한 시간 정도 하다가 숨을 멎으시더라고요. 너무 평온하고 자연스러워서 눈물도 나지 않았어요. 편안하게 가셔서 감사하고 다행이다 싶고. 남편도 평생 남한테 신세 한번 안 지고 얌전히 사신 분이 가실 때도 얌전하게 가셨다고. 며느리라고 제가 잘 해드린 거 하나도 없는데 저를 끝까지 의지하신 듯한 모습에 마음이 쓰이네요.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인연이었길래. 이제는 고아가 된 남편 잘 위로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