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쥐구멍이라도 지금이라도 숨고 싶어요.
저는 이제 둘째 아이까지 대학을 다 갔어요.
그런데 제가 직장 다니다가 전업이 되고 애들 잘 키워보겠다고 좀 공부 좀 한다는 동네 이사를 왔어요.
그것도 큰 애는 초등학교 2 학년 때 전학을 온 거에요.
제가 원래 사람 잘 못 사귀고 친구도 별로 없고 그런 성격인데 갑자기 새로운 동네 이사를 오고 직장 다니다가 전업이 되니까 모든 게 다 서툴잖아요.
그러니까 엄청 긴장이 되더라고요.
특히나 막 전학 온 큰 애가 너무 걱정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전학 온 첫날 아이가 하교후 한 명이 되게 잘해줬다고 하더라구요. 다음날도 그 친구가 계속해서 이것저것 도와줬다고 하고요.
말만 들어도 고맙더라고요. 그러다가 길에서 우연히 그 친구(a)와 그 친구의 엄마(b)를 만난 거예요.
그런데 b도 저한테 막 잘해줄려고 하는 거에요. 이 동네도 처음이고 전학도 처음이고 큰 애가. 처음인 걸 바로 알더라고요. 알고 보니 b 위에 세 살 위 언니(c)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비는 경험이 많은 거죠.
그날부터 b가 또 절 챙겨주더라고요. 그리고 종교가 같았는데 동네 종교 모임에도 절 데려가고 거기 엄마들하고도 친해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몇 년을 친하게 지냈어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 큰아이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제가 직장을 다니게 되었어요. 처음에 알바처럼 하려다가 풀타임을 근무했거든요. 근무 시간도 길어서 아침 8시 출근해서 저녁 7시 넘어서 퇴근하고.
그때 작은아이는 중학교 입학하고 완전히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직장다니랴 애들 뒷바라지하랴.
그리고 야심차게 들어간 특목고에서 성적 안 나오니 더 괴롭더라고요.
그렇게 큰 애가 고등학교 2 학년때
급하게 동네 마트에서 장 보고 나오다가 딱 b를 만난 거예요.
너무 반갑더라구요. 근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때도 b는 저를 그닥 반가워하진 않았던 거 같아요.
저는 그 집 애들도 생각나고 그래서 a와 c는 잘 있느냐?
c는 어느 고등학교(집근처 일반고)를 다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a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a는 대학생인가요? 물으니
와 벌써 a가 대학생이구나 싶고, 세 살 언니라고 우리 애도 챙겨주려고 했던 그 예쁘던 모습이 기억에 나서
와 a가 대학생이구나! 어디 다녀요? 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대답을 안 해주는 거예요. 얼굴 표정도 안 좋고요.
저는 진짜 순수하게 궁금해서 어디 다녀요? 또 한 번 물었거든요.
끝내 대답을 안 하고 어색하게 헤어졌어요.
저는 그때만 해도 왜 말을 안 해주지? 왜 기분이 안 좋지? 이랬거든요.
근데 제가 둘째까지 대학 보내고 나니까 그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진짜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였어요.
물론 저도 경험해보니까
진짜로 순수한 마음으로 애 축하해주기 위해서 물어본 사람/
정보 취합 차원에서 물어본 사람/ 오로지 시기질투하기 위해서 물어본 사람 등
다 구별이 가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찌 됐든 내 질문으로비b는 괴로워 했던 거고 저는 그 이유도 몰랐고 진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대입 치르고 나니까 대한민국은 자녀 입시 결과로 엄마의 행불행이 너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도 참 문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