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이 제가 선물해드린 양산이 너무 가볍고 예뻐서
10년 동안 그것만 쓰셨는데 드디어 우산살이 부러졌다며
너무 속상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유툽으로 엄청 가벼운 양산 판다는 곳 검색해서
지난 주말에 남편과 남대문시장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제게 10mm 진주목걸이가 있는데 이것만 하면
땅 보러 나온 사모님 같아져서 쳐박아두고 안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좀 캐주얼해보일 수 있게 같이 레이어드 할
3~4mm 작은 진주나 금색 목걸이도 같이 둘러보려고
검색한 수입상가에 갔어요.
어머님 양산부터 사고 제 목걸이 보려고 여기저기 기웃대다
손님이 엄청 많이 몰려있는 악세사리 집이 있길래
저도 거기 낑겨서 구경하고 있었거든요?
그 작은 가게에 통로까지 손님이 미어져 나올 정도로
사람이 많아 인기 많은 집인가 싶어서 더 궁금해져서
열심히 기웃대고 있었는데
그 가게 사장님중 60대 남자 사장님이 저에게 오시더니
여긴 사람이 너무 많으니 사람 좀 없는 곳으로 가자고
잡아 끄시는거예요.
전 순간 그 가게 코너라던가 제가 못 본 공간이 있는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막 어디론가 데리고 가시네요?
막 통로 이리 저리 끌고 가시길래 양산 사자마자
각자 구경하느라 헤어진 남편 생각에
저 남편 찾아야되요 라고 다급하게 외쳤지만
에이~ 전화하면 되지~ 라며 들은척도 안 하시고
계속 끌고 가시고 전 남대문 시장 한복판에서 진짜로
여보~ 여보~ 외치며 끌려감 ㅋㅋㅋㅋㅋㅋ
드뎌 어느 악세사리 가게에 도착했는데 마침 제 외침을
듣고 남편도 쫓아왔더라구요 ㅋㅋ
저에게 오늘 뭐 보러 나오셨냐고 하길래
목걸이 좀 보러 왔어요 한마디 했을뿐인데
정신차려 보니 손목엔 팔찌가 채워져 있고
손가락엔 반지가 두어개 끼워져 있고
목에는 엄청 볼드한데 겁나 예쁜 목걸이가 ㅋㅋㅋㅋㅋㅋ
근데 목걸이 딱 보니 요즘 인스타에서 자주 광고하는
티파니 하드웨어 중에서도
굵은 체인에 알 촤르륵 박혀서 1억 넘는 모델인거예요.
어머 사장님 이거 티파니 카피져? 하니 어디건진 모르겠고
그냥 오래전부터 나오던 디자인이야 하시는데
아...짝퉁을 이렇게 순화해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더라구요 ㅋㅋ
제가 명품에도 관심 없고 사고 싶어한 적도 없고
안 사면 안 샀지 절대 짝퉁은 안 한다는 주의여서
오늘은 심플하고 여러 개 레이어드 할 목걸이
사러 나온거라고 좋게 거절하니 심플한거 좋아해?
하시며 팔찌며 이어링 여러 개 보여주시는데
다들 너무 세련되고 예뻤어요.
팔찌도 순식간에 서너개를 바꿔 채워주시며
이거 원래 나가는 가격이 5만7천원인데 우린 싸게 파니까
3만5천원에 팔던거야. 근데 오늘은 특별히 2만5천원에 줄게
막 이러시는데 악마가 제 귓구녕에 대고 속삭이는거
같았어요.
디자인이 너무 세련되고 마감도 정말 좋고 써지컬인데
막 다 2만원대에 준다고 하시니 전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있어서 이러면 안되지 싶어 저 좀 말려달라는
심정으로 남편을 쳐다보니 남편이 두손에 현금을
꼭 쥐고 대기하고 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정작 사려고 했던 목걸이는 못 사고
팔찌 2개에 이어링까지 사들고 나와서
남편에게 돈은 왜 들고 있었냐고 물어보니
자기 눈에도 저한테 너무 잘 어울리고 예뻐서
오늘 이거 다 사겠구나 싶었대요 ㅋㅋ
그럼서 그 사장님은 손님 딱 보고 어울릴만한 것만
어쩜 그리 쏙쏙 뽑아 추천하냐며 장사의 신이라고
감탄하느라 난리 ㅋㅋ
근데 문제는 남편이 집에 와서 사온 것들 사진 찍어
검색해보더니 여보 이것도 다 짝퉁인데? 하는거예요.
찾아보니 티파니 T시리즈? 랑 까르띠에 어쩌구하는
카피더라구요.
어쩐지 도저히 저항할 수 없게 예쁘고 세련됐더라니 ㅜㅜ
이 나이 먹고 소신까지 무너트려가며 이걸 하고 다녀야하나
전 너무 찜찜하고 우울한데 남편은 어차피 당신이
하고 다녀도 다들 수천만원 하는 진짜라고 생각할 리 없다고
어줍잖은 위로하다가 그게 자랑이냐고 버럭하니
이 나이에 이런거 하나 척척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풀 죽어 사과하고 전 또 미안해져서 이런거 진짜를
주렁주렁하고 다닐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남편 위로하고 ㅜㅜㅜㅜ
현란한 스킬로 다져진 사장님 만나 저항 한번 못 하고
짝퉁 사온 죄로 총체적 난국이였어요.
그냥 남편 좋아하는 갈치조림 먹고 가메골만두나 사왔으면
딱 좋았을 주말 나들이였는데 난감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