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

연두 조회수 : 712
작성일 : 2025-05-29 09:32:33

 

아버지는 키가 크고 말씀이 없으셔서

항상 아버지가 좀 어려웠다

 

나는 한번도 아버지를 아빠라고 불러보지

못하고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는 자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세대가 아니었다

 

늘 아버지와 서로 데면데면했다

 

 

 

아버지는 배를 타셔서

늘 멀리에 계셨고

 

6개월에 한번정도 집에 오시면

일주일정도 집에 계시다

 

다시 배가 있는 곳으로 가셨다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가

아버지 주무시니 조용히 하라 하셔서

조용히 놀고 있으면 아버지가 나오셔서

 

나를 데리고 뒷산에 산책을 가셨다

 

그때도 어색해서 말없이 따라가면

아버지는 가게에서

가장 비싼 고급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고

 

언덕 가장 높은 곳에 가서

동네를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나에게

지금 구구단은 배우는지 제대로 외우는지

물어보시는데

 

그러면 나는 조금 자랑스럽게

아버지앞에서 구구단을 외웠다

 

바람이 불고 동네가 내려다 보이고

평화롭고 내 구구단소리가 들리고

아버지는

그 소리를 들으며 서계셨다

구구단을 다 외우고 나면

저녁을 먹으러 집으로 내려갔다

 

 

어느날은 비가 많이 오는데

학교에 아버지가 우산을 가지고 오셨다

 

나는 어색해서 허둥지둥하다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우리 아버지야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는 다시 배를 타러 가셨고

친구들과 놀다가 해가 져서

친구들의 아버지들이 퇴근하시면

 

우리 아버지가 오지 않는걸 알면서도

놀다가 서서 골목끝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붕어빵 봉지를 들고

골목끝에서 나타나실 것만 같아

한참을 서있곤 했다

아버지는 오지 않으셨다

매일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직업을

갖지 못하셨다

 

 

 

어릴때 나는 공부도 잘하고

상도 곧잘 받아서 5학년때 글짓기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는데 엄마는 그 상을 액자에 넣고

벽에 걸어놓고

엄마와 나는 아버지를 오래

기다렸다

 

그런 말씀 잘 하지 않는데 아버지는

이 액자를 가져가고 싶다시며 가져가셨다

벽에 걸어놓고 보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받은 상을 오래 바라보셨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때 큰 태풍이 왔고

그날 아버지는 사고로 바다에 빠졌다고 한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이었고

아버지는 그날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다

생각했는데 그때 그 순간

아버지에게 떠오른 사람은 나였다

 

 

내가 엉엉 울며 대학도 가지 못하고

불행한 사람이 되어 사는 모습이 떠오르자

아버지는 살아야겠다고 이를 악물고

헤엄쳐서 어딘가에 가 닿으셨다고 했다

 

 

어두운 밤 바다에 마치 달처럼

내 얼굴이 환하게 떠올랐다

 

아버지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날밤에 아버지에게는

누구도 떠오르지않았고

오직 나만 떠올랐다고 했다

 

 

네가 아버지를 살렸다고

시간이 많이 지났을때

엄마가 이야기해주셨다

 

 

 

내가 스무살이 되었을때

드디어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은퇴를 하신 것이었다

 

 

 

 

 

2부로

IP : 211.203.xxx.1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미
    '25.5.29 9:34 AM (220.85.xxx.165)

    눈물 펑펑. 2부 언능. 완결도 언능 ㅜㅜ

  • 2.
    '25.5.29 9:40 AM (121.200.xxx.6)

    아버지 부재의 시간이 많았지만
    매일 저녁마다 집에 오는 아버지보다
    더 애틋하고 그립고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르는
    아버지를 두신 원글님.
    행복한 추억과 기억만으로도 풍성하시겠어요.
    2부 행복한 기억 변함없으시기를....

  • 3. 으헝
    '25.5.29 9:52 AM (106.102.xxx.171)

    2부는 언제?
    어떻게 찾아 읽을까요?

  • 4. 아빠...
    '25.5.29 9:58 AM (61.97.xxx.177)

    훌쩍...

  • 5. ........
    '25.5.29 10:01 AM (211.250.xxx.195)

    좋은 아버지를 두신 원글님 부러워요

  • 6. .....
    '25.5.29 10:06 AM (211.235.xxx.98)

    2부 기다립니다~
    글을 넘 잘 쓰시네요

    그런 아버지를 둔 원글님 부럽습니다

  • 7. wood
    '25.5.29 10:20 AM (220.65.xxx.17)

    글을 읽다가 중간에 아~ 했는데 반전이 있어서 안심 했어요
    코끝이 찡해져요
    2부 가다립니다.

  • 8. 감동입니다♡
    '25.5.29 11:39 AM (223.38.xxx.151)

    아버지의 딸에 대한 깊은 사랑이 잘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네요^^

    저도 2부 기다립니다

  • 9. bㅁ
    '25.5.29 12:02 PM (112.187.xxx.82)

    어린 시절 글짓기상 큰상 받으셨던 이력이 느껴 집니다

  • 10. ...
    '25.5.29 12:30 PM (183.105.xxx.126)

    바다에 빠진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어떻게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말씀은 없으시지만 아버지 사랑이 느껴져서 눈물이 핑 도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19634 급했군 2 2025/05/29 1,444
1719633 올해 우리 BTS도 전역하잖아요 18 짜짜로닝 2025/05/29 2,879
1719632 이시간에 들어와서 폭주하네 ma 2025/05/29 513
1719631 근데 명신이는 언제 조사받나요?? 서결이는??? 3 ??? 2025/05/29 794
1719630 역대 대통령 취임식 비용 20 ㅇㅇ 2025/05/29 4,151
1719629 말 안하는게 맞겠지요 4 어쩌나 2025/05/29 1,889
1719628 이번에는 부동산 막 오르고 안그러겠죠? 26 ... 2025/05/29 3,654
1719627 김혜경 조용한 지원·설난영 광폭 행보…李·金 대리전 29 ㅇㅇ 2025/05/29 2,540
1719626 1980년대 시민 고문하던 정권은 국힘모태당이죠 3 진실 2025/05/29 331
1719625 사전투표 시작한뒤 후보사퇴해도돼요? 6 궁금 2025/05/29 1,795
1719624 비타민d3- 어디꺼 드시나요? 5 레드향 2025/05/29 1,020
1719623 젊은애가는 참 머리가 잘돌아가는듯 4 흠.. 2025/05/29 2,713
1719622 이준석이 단일화 안하는대신 3 .,. 2025/05/29 3,867
1719621 밥먹을때 입소리 심하게내면서 먹는걸 보니,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 2025/05/29 886
1719620 투표용지 관내 투표인데 반 접어서 넣어요? 14 투표 2025/05/29 2,691
1719619 매운맛 보여준 순창군, 투표율 전국1위 7 존경합니다 2025/05/29 2,235
1719618 이재명 아들 안먹히니까 이제 유시민이 타겟인가봐요???? 14 ㅡ ㅡ 2025/05/29 2,831
1719617 전광훈한테 헌금 하느라 김문수는 재산이 없는건가요? 9 .. 2025/05/29 1,518
1719616 노무현 없는 노무현의 시대 17 ㅇㅇiii 2025/05/29 1,857
1719615 허은아 김건희 2025/05/29 1,662
1719614 젓가락으로 하늘을 가려라 7 젓가락 2025/05/29 1,041
1719613 스퀘어 넥 원피스나 상의는 1 2025/05/29 1,062
1719612 대박입니다~이재명 당선시 나라 청신호가 밀려오네요 11 .. 2025/05/29 4,919
1719611 안경벗고 화장하면 엄청 이뻐진다면 6 .. 2025/05/29 2,919
1719610 후식이 곶감이면 안좋을까요? 4 맛있어 2025/05/29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