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1988 이재명의 일기장
< 이재명 일기 - 1 >
"매일 재문, 재옥이가 고생한다. 불쌍한 녀석들. 어쩌다 부모 잘못 만나 이 고생인지. 이런 우리 집 살림은 순전히 아버지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린 3년 동안 아버지 없이 이집 저집 동정받아가며 살아야 했다. 엄마는 우리 5남매를 학교 보내는 일을 혼자서 했다. 참으로 고생 많이 하셨다." (1980.1.8일,17세)
< 이재명 일기 - 2 >
"억울하게 3개월치 월급을 떼이고 이번엔 고무공장에 들어갔다. 거기서 빼빠(사포)치는데 들어가서 손바닥이 닳아 피가 나고 손에 지문이라곤 남지 않았다." (1980.1.8일,17세)
< 이재명 일기 - 3 >
"공장에 야간학교 다니는 학생이 있었다. 나도 그 고등공민학교에 들어가려고 집에 얘기했더니 거긴 3년 다녀서 검정고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학교 갈 생각 말라고 해서 건넌방에서 한없이 울었다." (1980.1.8일,17세)
< 이재명 일기 - 4 >
"난 학원에 다니려고 과장한테 가서 5시30분에 내보내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하였다. 학원에 나가지 못하였는데 그 얼마후 퇴근 시간이 30분 앞당겨져서 학원에 나가게 되었다."(1980.1.8일,17세)
< 이재명 일기 - 5 >
"오늘부터 회사에서 구정 때 하루 쉰다고 8일간 하루 한 시간씩 연장 근무한단다. 참말로 치사하다. 그래서 저녁에 1시간 일찍 나왔다. 정운이도 안 보내줘서 1시간 조퇴해서 나왔다."(1980.2.7일,17세)
< 이재명 일기 - 6 >
"출근했더니 반장이 괜히 소릴 지르고 난리다. 꼭 나쁜 놈 같다. 집에 왔더니 아버지가 학원 쉬었다고, 학원비 덜 내란다. 즉 깎아내란다. 그러면서 학원비가 얼마 들어가는 줄 아느냐며 눈을 흘긴다."(1980.1.11일,17세)
< 이재명 일기 - 7 >
"어제 늦게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춥기 시작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영하 7도나 내려가서 꽤나 추웠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매우 혼났다. 아침에 일어나니 팔목이 아파서 회사에 못 나갈 것 같았다. 회사에 가서 작업 시작하려고 하니 손이 아파서 못했다. 그래서 오후엔 조퇴하고 병원에 갔더니 의료보험 카드가 서울지구로 되어 있어서 치료도 못 받았다. 낮에 집에 오는데 바람이 몹시 불었다."(1980.1.30일,17세)
< 이재명 일기 - 8 >
"아침에 도장을 찾았더니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엄마가 돈 천원을 주었다. 도장 새기라는 것인데 돈이 아까워서 또 찾았다. 그런데 엄마가 그 돈은 엄마 돈이란다. 가정에 쓰는 돈은 꼭꼭 차 있어서 엄마는 돈의 자유가 없다. 재영이 형 도장이 있어서 내 것처럼 고쳤다."(1980.3.6일,17세)
< 이재명 일기 - 9 >
"낮에 학원에 갔다가 집에 와서 공부하는데 우체부가 왔다. 반가워서 뛰어나갔다. 과연 안동서 온 것이었다. 얼른 뜯어봤더니 글쎄 재선 형의 서류에 도장 하나를 덜 찍었다. 원서 접수는 내일 모랜데 다시 부칠 수도 없고 미칠 노릇이다.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애초에 갔다 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터인데 말이다.
조금 후에 아버지가 왔다. 아버진 재선이 형 앨범을 들고 접수시키러 갔다. 난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진 보따리 싸들고 갔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것 같았다."(1980.3.17일,17세)
< 이재명 일기 - 10 >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한테 학원가겠다고 하니까 검정고시 시험 발표가 날 때까지 나가지 말란다. 내 용돈으로 나가겠다니까 안 되겠단다. 나중에는 화까지 내면서. 나는 죽고 싶다." (1980.4.24일,17세)
< 이재명 일기 - 11 >
"아침에 누가왔다.
날 보세공장에 데려가겠다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부러 버릇없이 막 굴었다.
아버지 체면은 말이 아니다. 잠시 후 그들이 가고 난 엄마와 형에게 신나게 욕먹었다."(1980.5.5일,17세)
< 이재명 일기 - 12 >
"예비고사 볼 일이 큰 문제 거리다. 아직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은 것이 수두룩하다. 아버지에게 학원 보내 달라고 해도 직장 안 나간다고 안 보내줄 것 같고, 미칠 노릇이다. 괜히 주먹으로 벽도 쳐보고 머리로 막 받았다. 정말 산다는 게 이런 것인지. 산다는 사실이 귀찮아진다."(1980.5.16일,17세)
< 이재명 일기 - 13 >
"학원 갔다 와서 공부 좀 하려고 했더니 아버지가 쓰레기 치우러 나오라고 한다. 신경질이 났다. 신발을 확 집어던졌다. 아버지가 그 모양을 보더니 한참 나를 노려보았다.
나가서 쓰레기를 치우는데 죽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수면제 먹고 죽자, 고통 없이."(1980.5.29일,17세)
< 이재명 일기 - 14 >
"참으로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노력하면 되겠지.
노력 노력 그저 노력이다."(1980.6.5일,17세)
< 이재명 일기 - 15 >
"아침에 자는데 아버지하고 엄마하고 하는 얘기가 난 병신 될 거라는 얘기다.
정말 아버진 어떻게 된 사람인지 모르겠다."(1980.6.21일,17세)
< 이재명 일기 - 16 >
"약방에 가서 수면제를 달라 했더니 약사가 잔소리가 많았다.
수면제 먹고 연탄불 피워 놓고 죽을 생각이다."(1980.6.23일,17세)
< 이재명 일기 - 18 >
"엄마한테 맡겨놓은 돈 5만 원이다. 어떻게 5만원 써야할지 모르겠다. 엄마 반지 해주면 최소는 하겠는데 약간 아까운 생각이 든다. 아까워? 에이! 도둑놈아 은혜도 모르니?"(1980.8.30일,17세)
< 이재명 일기 - 19 >
"집에서 대학교 보내줄 리는 만무고 내가 천상 벌어서 가야 되는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공돌이 노릇을 평생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대학교 가는 것도 어렵다. 자! 그러니 어찌해야 하는가를 재명아 결정해라! 아니 어렵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1980.3.20일,17세)
< 이재명 일기 - 20 >
"정말로 내 동생들이 불쌍한 애들 아니라고 말할 자신이 내겐 없다. 학생답게 학교나 다니면서 공부하며 열심히 뛰놀 나이에 직장 아닌 직장에 매달려 고생하는 그 애들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아무리 철심장이라도 아픈 것이다." (1980.9.25일,1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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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깡패 같은 길로 어긋나지않고 (하긴 왼팔이 공장 프레스에 눌려 영구장애인이 돼서 깡패짓할 신체조건도 못되겠지만)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법대 빼고 모든 학교 모든과를 갈수있는 학력고사 성적을 받고 사법고시까지 붙다니
제 아들(2008년생) 이랑 비교하면서 속상해하면 안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