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드라마

며느리 조회수 : 910
작성일 : 2025-05-10 21:01:52

 

디스크 수술을 하신 시어머님이 집에 와 계심

 

 

시어머님은 남에게 피해주는 걸 정말 싫어하시는데 어쩌지 못해 

자식집에 몸을 의탁할 수 밖에 없어 괴로워하고 계시는 상황

 

어쨌든 며느리인 나에게 너무 미안해하셔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집에 가겠다 하시지만

도저히 집에 가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계속 우리집에 계심

 

 

나는 아침밥도 하고 점심밥도 하고 저녁밥도 하고 일도 하고

그렇는데 일을 마치면 친정이 가까워 친정에 가서 하소연을 좀 하고

집으로 돌아옴

 

 

전쟁중에도 꽃은 피고 전쟁중에도 사랑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다더니

(적절한 비유는 아님)

 

 

이처럼 슬픈 상황속에서도 어머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8시30분에 하는 <일일드라마>

 

 

디스크수술을 하셨으니 거의 누워 계시는데 8시30분이 가까워오면

방에서 아이를 부르심

 

 

<8시반되면 할머니를 불러다오> 8시반은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간

 

 

원래는 어머님 혼자 보셨는데 시간이 흐르며 아이도 관심을 갖기 시작해

같이 앉아서 보게 되었음 할머니와 초등은 같이 일일드라마를 봄

 

 

악인과 선인의 강렬한 대립 구조의 드라마인데

악인이 너무 악해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선인은 멍청할 정도로 선함

 

 

거기에 선인은 원래는 재벌가자식인데 악인이

선인의 자리를 빼앗아 재벌자식 행세를 하고 있음

(식상하다 식상해)

 

 

그런데 오늘은 드디어 선인이 재벌의 자식임이 밝혀지는 날

 

자기 자식인 줄도 모르고 악인에게 속아 자기 자식을 미워했던

재벌 엄마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음

 

 

거짓말이 탄로난 악녀가 쫓겨나감

 

 

이 모든게 밝혀진 시각이 9시. 거실은 흥분의 도가니.

허리보호대를 하신 시어머님은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라도 칠 기세.

할머니와 손자가 탄식을 내뱉으며 드라마를 보는 동안

며느리는 방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는데

혼자 꿀같은 30분을 보내고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거실로 나가니

시어머님은 나를 보고 살짝 화를 내심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안 보고 방에서 뭐하느냐. 는 것임

 

오늘 드디어 밝혀졌나봐요

 

그렇다. 그 악독한 것이. 아이고. 고소해라

 

어머니. 찾았으니 이제 드라마 끝나겠네요. 찾으면 바로 끝나던데요. 항상.

 

그래 말이다. 찾아서 행복하게 사는 것 좀 보고 싶은데. 보여주면 좋으련만.

 

너무하네요. 정말. 왜 찾으면 맨날 바로 드라마가 끝나노.  진짜.

 

 

아니나 다를까. 재벌이 자식을 찾기가 무섭게 드라마는 끝날 예정인듯

새 드라마 예고를 하고 있음

 

 

어머니. 그런데 제가 몇년째 보는데 이 8시반 드라마. 자식이 안 바뀐 적이

한번도 없던데요.

 

그러게 말이다.

 

그리고 자식 찾으면 바로 끝나던데요.

 

그래. 그 부분이 너무 아쉽다. 찾아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좀 오래 보여주면

좋겠다.

 

 

그나저나. 우리나라 재벌은 자식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네요.

자기 자식을 제대로 키우는 재벌이 없네요.

 

그래. 아이고 허리가 아파서 나는 들어가 봐야겠다.

 

 

이렇게 슬프고 아픈 팔십세 노인을 그토록 행복하고 긴장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8시30분 일일드라마.

찾아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2주 정도 보여주면 좋겠음

저렇게 바라시는데

왜 찾기만 하면 그렇게 빨리 끝내버리는지 궁금함

 

 

방송 관계자분 계시면 잃어버린 딸 찾으면 2주정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보여주기를 부탁드려 봄

 

 

 

며느리가 씀

IP : 211.203.xxx.1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ianohee
    '25.5.10 9:05 PM (115.22.xxx.4)

    아이고 재밌다 ㅎ

  • 2. 정말
    '25.5.10 9:07 PM (210.223.xxx.132)

    웃었어요. 관계자가 보려나요. ㅎㅎ

  • 3. 원글님
    '25.5.10 9:36 PM (211.206.xxx.191)

    마음이 정말 예뻐요.
    복 많이 받으시고 부자 되세요.

    드라마 관계자님 제발 2주라도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 주고 막 내리시고요.ㅋ

  • 4. 재밌어요
    '25.5.10 9:45 PM (49.170.xxx.188)

    글도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모두 건강하시길~~

  • 5. ㅎㅎㅎ
    '25.5.11 1:01 AM (110.12.xxx.40)

    원글님 정말 좋은 성정을 가지셨음
    그나저나 일일드라마의 플롯은 왜 매번 같은거임?
    제목과 배우만 바뀌는 중???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12887 초중고에서 여성혐오 놀이? 같은게 만연하다는데. 5 .. 2025/05/12 1,042
1712886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분 계세요? 10 2025/05/12 2,036
1712885 왜 이렇게 저는 사람들한테 관심이 많을까요? 1 dd 2025/05/12 583
1712884 민주당철학-자유민주주의,국익,애민,일제시대독립운동가 존경 6 2025/05/12 181
1712883 온라인에 은 악세서리 살수 있는곳 좀 알려주세요 3 금은동 2025/05/12 382
1712882 당근 입금할 때 실명 안 써도 실명 보이나요 2 당근 2025/05/12 695
1712881 당뇨로 발목 자르는 수술 4 어제 2025/05/12 3,113
1712880 가짜 진보, 확 찢어버리고 싶다ㅡ김문수 12 .. 2025/05/12 949
1712879 집에 파와 후추가 없습니다. 22 답이 없다 2025/05/12 2,314
1712878 셰르파 아이들과 기안.. 6 ㅡㅡ 2025/05/12 2,666
1712877 윤석열 내란재판 속보] "윤석열 거짓말에 배신감&quo.. 8 ㅅㅅ 2025/05/12 2,465
1712876 대학병원 전공의들 복귀 한건가봐요. 6 2025/05/12 2,959
1712875 시부모님의 노후가 너무 걱정되는데 24 ???? ?.. 2025/05/12 4,974
1712874 하루 세번 약 드시는 분들은.. 6 ㄱㅇ 2025/05/12 796
1712873 장미와 콩나물 3 김혜자 2025/05/12 963
1712872 나이들어 사람을 깊이 사귀는것이 점점 어려워지나요? 13 sw 2025/05/12 2,235
1712871 김문수 그래봤자 전광훈지지자 35 000 2025/05/12 704
1712870 김문수 덕에 다시 거론되는 유시민의 과거 행적 30 .. 2025/05/12 2,650
1712869 삼쩜삼 연말 정산과 달라요? 1 ... 2025/05/12 649
1712868 저 10키로 빠졌어요. 비결은 49 -- 2025/05/12 21,084
1712867 사법부 개혁 불러낸 ‘조희대 6일 천하’ 11 ... 2025/05/12 1,284
1712866 무속의 힘으로 영부인 된 여자? ‘신명’, 5월 28일 개봉!.. 7 밤톨 2025/05/12 1,673
1712865 윤며든다로 재미본 뮨파..낙역지지자들 15 그냥3333.. 2025/05/12 567
1712864 천국보다 에서요 시어머니 누구로 환생하는거에요?? 3 .... 2025/05/12 2,203
1712863 불친절한 은행직원 12 .. 2025/05/12 2,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