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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 결혼이야기 번외편

지금 55세 조회수 : 2,938
작성일 : 2025-05-10 15:58:36

 

결혼을 한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서른네살이었다

 

 

사랑에 빠지고 서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게 결혼인데

결혼을 하려고 상대를 찾으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는 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고

어쨌거나 세상의 저 많은 부부들은 다 어떻게 만나 결혼을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늘 결혼에서 한발을 빼놓고 있었다. 여차하면

도망가야지

 

병약한 엄마 가정을 이룬 오빠 멀리에 사는 언니들

 

어떤때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지만

그래도 나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언제나 엄마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면서 외로웠다

 

 

그 날 그 남자가 자기 집에 가자고 했을 때 그때까지도

결혼을 해야할지 어떨지 확신이 없던 나는

그래도 되는 걸까 하며 그 남자를 따라 그 남자의 부모님댁으로 갔다

 

 

봄이 한창이었다. 그런 봄은 처음이었다

 

연두와 분홍이 가득한 동네였다

 

그리고 가는 내내 남자가 걱정한 것처럼

남자의 집은 좋은 집이 아니었다

 

 

좋은 집이 아니었지만 집이 안팎으로 깨끗했다

 

아버지는 밖을 돌보시고 어머니는 안을 돌보시는 그런 집이었다

 

 

아들이 아가씨를 데려온다니 좋으셔서

부모님은 두 분 다 밖에 나와 계셨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그 날 내가 가서 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방에 있을 때는 같이 방에 있고

밖으로 나오면 또 같이 나와 옆에 계셨다

 

 

아버지는 태어나서 이 집에서 평생을 사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시집와서 이 집에서 평생을 사셨다고 했다

 

 

그 날 나는 아버지는 잘 보지 못했다

 

내 눈에는 어머니가 보였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나이의 

 

오랫동안 편찮으셨던 엄마와 달리 어머니는 집도 돌보고 농사도 짓고

 

상도 차려서 내오셨다

 

 

어머니는 나를 살피셨을까 나도 어머니를 살폈다

 

이런 어머니라면 아들을 잘 키우셨을 것 같았다

 

어머니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남자를

 

믿어도 될 것 같았다

 

 

 

마당으로 내려섰다

 

정갈한 마당이었다

 

 

나는 그 날 그 마당에 서서 그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당에 봄이 가득했다

 

 

그 해 겨울에 나는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드디어)

 

 

 

마당은 여전히 깨끗하고 정갈하다

 

 

 

IP : 211.203.xxx.17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25.5.10 4:02 PM (220.85.xxx.165)

    번외편 써주셔서 감사해요. 결혼이 인연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 마당이 아직도 여전하다니 그 소식도 반갑습니다. 내내 행복하세요.

  • 2. .....
    '25.5.10 4:04 PM (220.118.xxx.37) - 삭제된댓글

    며느리 볼 나이가 가까워지니 늘 어느정도 지저분한 집이 왜 그리 신경이 쓰이는지.. 나도 정갈한 살림 엿보는 눈은 있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쉽지 않도다

  • 3.
    '25.5.10 4:04 PM (58.140.xxx.20)

    아버지마음이 읽혀지는 아버지의 행동이시네요
    글 또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4. ...
    '25.5.10 4:08 PM (219.255.xxx.142)

    글에서 그날의 공기 온도 습도가 느껴진달까...
    저혼자 상상으로 정갈한 마당에서 원글님을 기다리는 노부부와
    또 그 마당을 바라보며 결혼을 결심한 원글님을 그려봅니다.

  • 5. 원글님의
    '25.5.10 4:08 PM (211.206.xxx.191)

    결혼 이야기 시리즈 잘 읽었습니다.
    어머님이 아직 까지 건강하시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힝~ 저는 주말에 1박 할 손님이 와서 오늘은 제대로 치워야 하는데
    진도가 안 나가고 있어요.ㅠ

  • 6. 원글님
    '25.5.10 4:08 PM (14.47.xxx.146)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흘러나오는 이문세 옛 노래들 듣는데 원글님 글과 찰떡이라 맘이 두근거려요~~

  • 7. ...
    '25.5.10 4:10 PM (223.39.xxx.120)

    님 글 계속 읽고 있어요.
    인연, 사랑, 정갈함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 아이도, 그 아이가 결혼하기로 맘 먹은 아이와 그 부모님들도, 또 그 아이에게 비춰지는 저희 부부 모두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선 저부터 바지런하게 정갈하게 살아야겠다 마음먹어 봅니다.
    좋운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다니, 글 솜씨가 넘 좋으셔요~♡

  • 8. ㅇㅇ
    '25.5.10 4:11 PM (211.235.xxx.138) - 삭제된댓글

    오오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한 편의 수채화 같습니다
    따뜻해요





    또 써주세요

  • 9. ㅇㅇ
    '25.5.10 4:12 PM (211.235.xxx.138) - 삭제된댓글

    어떻게 좋은 남편인지 결혼식 날은 어떠셨는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다 궁금해요

  • 10. ㅇㅇ
    '25.5.10 4:17 PM (211.235.xxx.138)

    오오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 한 편의 수채화 같습니다
    따뜻해요

    또 써주세요

    어떻게 좋은 남편인지 결혼식 날은 어떠셨는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두루 궁금해요

  • 11.
    '25.5.10 4:20 PM (175.200.xxx.145)

    올려주세요
    글 참 좋습니다

  • 12. ....
    '25.5.10 4:25 PM (211.202.xxx.120)

    더 써주세요 남편이랑 사는 얘기도 해주세요 애도 잇으신가여

  • 13. 멋진 글
    '25.5.10 4:27 PM (211.118.xxx.187)

    글에서 그날의 공기 온도 습도가 느껴진달까... 2

    그 날 그 공간에 저도 함께 있는 것 같아요.

  • 14. ..
    '25.5.10 4:31 PM (211.176.xxx.21)

    아버지는 내가 있는 곳 어디에도 있었다. 원글님 관찰과 감성 좋아요. 그 날 그 집 방과 마당의 풍경이 그려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5. 좋은데요
    '25.5.10 4:38 PM (222.100.xxx.51)

    이전이 글이 꽁트 같았다면 이번엔 수필
    서정적이고 서사적

  • 16. wood
    '25.5.10 4:52 PM (220.65.xxx.17)

    글 너무 잘 쓰세요
    마음이 평안하고 정갈해 집니다.
    간결하고 담백한 언어.

    표현이 제 마음으로 들어 옵니다!!

  • 17.
    '25.5.10 5:55 PM (221.138.xxx.139)

    좋네요.

    결혼 이야기 짧게 마무리하셔서 너무 너무 아쉬워요.
    이전에 쓰셨다는 글도 보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네요 ㅠ

  • 18. 감사합니다.
    '25.5.10 7:39 PM (218.233.xxx.67)

    아껴서 읽었는데도 벌써 끝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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