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서른네살이었다
사랑에 빠지고 서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게 결혼인데
결혼을 하려고 상대를 찾으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는 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고
어쨌거나 세상의 저 많은 부부들은 다 어떻게 만나 결혼을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늘 결혼에서 한발을 빼놓고 있었다. 여차하면
도망가야지
병약한 엄마 가정을 이룬 오빠 멀리에 사는 언니들
어떤때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지만
그래도 나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언제나 엄마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면서 외로웠다
그 날 그 남자가 자기 집에 가자고 했을 때 그때까지도
결혼을 해야할지 어떨지 확신이 없던 나는
그래도 되는 걸까 하며 그 남자를 따라 그 남자의 부모님댁으로 갔다
봄이 한창이었다. 그런 봄은 처음이었다
연두와 분홍이 가득한 동네였다
그리고 가는 내내 남자가 걱정한 것처럼
남자의 집은 좋은 집이 아니었다
좋은 집이 아니었지만 집이 안팎으로 깨끗했다
아버지는 밖을 돌보시고 어머니는 안을 돌보시는 그런 집이었다
아들이 아가씨를 데려온다니 좋으셔서
부모님은 두 분 다 밖에 나와 계셨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그 날 내가 가서 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방에 있을 때는 같이 방에 있고
밖으로 나오면 또 같이 나와 옆에 계셨다
아버지는 태어나서 이 집에서 평생을 사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시집와서 이 집에서 평생을 사셨다고 했다
그 날 나는 아버지는 잘 보지 못했다
내 눈에는 어머니가 보였다
우리 엄마와 비슷한 나이의
오랫동안 편찮으셨던 엄마와 달리 어머니는 집도 돌보고 농사도 짓고
상도 차려서 내오셨다
어머니는 나를 살피셨을까 나도 어머니를 살폈다
이런 어머니라면 아들을 잘 키우셨을 것 같았다
어머니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남자를
믿어도 될 것 같았다
마당으로 내려섰다
정갈한 마당이었다
나는 그 날 그 마당에 서서 그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당에 봄이 가득했다
그 해 겨울에 나는 그 남자와 결혼을 했다(드디어)
마당은 여전히 깨끗하고 정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