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변호사의 글)
초스피드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그동안 도무지 말도 안 되는 내란사태를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몇 번 떠들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저까지 나서서 떠드는 것은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이재명 파기 환송 대법원 판결을 보고서는 오랫동안 법원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표현의 영역을 넓히려는 원심판결을 지지하지만, 어찌 되었든 대법원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문제입니다. 저는 대법원이 이렇게 초스피드로 판결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무리 대법원장이 633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도 더 빠른 판결입니다.
그리고 여태 그 원칙대로 하지 않다가 하필이면 이재명 판결에서 이를 적용합니까? 더구나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재판기록을 모든 대법관이 숙독하고 결론을 내며 판결까지 쓴단 말입니까? 이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판사라고 하더라도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원심판결을 보면 상당히 연구하고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여 판결을 한 것이 보입니다. 그러면 이런 판결을 파기하려면 대법원도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심리를 충실히 한 후 결론을 내야할 것입니다. 더구나 원심판결에 명백한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정치인에게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 인정될 것인가에 대해서 원심이 그렇게 전향적으로 판결했다면, 세계 각국의 입법례나 판결, 학설 등도 살펴보고,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가 허용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도 해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례 없이 초스피드로 판결을 하였다면 이는 이미 재판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려놓고 재판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이 왜 이러는 걸까요? 대법원장은 저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같이 판사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이분이 재판을 결코 가볍게 하는 분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왜 이랬을까요? 저는 아무래도 이재명이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무리수를 둔 것으로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강력한 청탁을 받았다던가. 그런데 이는 사법이 정치의 영역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는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결정할 몫입니다. 그런데 왜 법원이 나서서 그동안의 재판 관례를 무시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겁니까?
좋습니다. 대법원장의 의도를 선해(善解)하고 또 선해하여 그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법원장이 통탄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즉, 윤통이 비상계엄을 하면서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는 판결을 한 판사들에게 위해를 가할 계획을 세운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사법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인데, 왜 이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습니까? 또 폭도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하여 법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초유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왜 말이 없습니까? 이런 것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 이번에는 굳이 전례 없는 초스피드의 판결을 꼭 했어야 했습니까?
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법부에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흑역사로만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당장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사법부에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법원 내부에서도 판사들이 걱정의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아! 법원에 오래 몸담았던 저로서는 탄식의 한숨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장차 이 나라의 사법부가 어떻게 될 것인가... 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