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철 타서 에어팟 꽂고 매불쇼 들으며 가는데 내 앞에 앉은 아즈씨께서 안절부절 못하며
(60후반쯤? 머리숱 적으셔서 뒷머리를 앞으로 잘 널어놓으시고 신문?인가 고개파묻고 읽으시던 분)
저를 힐끗힐끗 쳐다보시더니 급기야 벌떡 일어나
여기 앉으시오 하셔서 네??? 괜찮아요 사양했거든요
근데 제 배를 안쓰럽게 쳐다보시며 또 양보하심ㅜㅜ
임산부인데 사양하는 줄 알고 계속 진짜 열번은!!! 권유하심. 계속 괜찮다고 손을 휘저었으나 내 말을 안 들음
주변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기 시작함 수군수군
(정확히는 나의 배를 쳐다보기 시작함)
참고로 어제 복장:
새로 산 하와이안풍? 꽃무늬 셔츠 입었는데 색감이 과하지 않고 브라운 톤으로 얌전한 편이고 사이즈는 XL 넉넉 사이즈에 펑퍼짐 하늘하늘 내 배를 잘 커버해 준다고 생각했..
던 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요즘 더더 기형적으로 불뚝 튀어나온 윗배의 윤곽을 더 도드라지게 보여줬나 봐요
게다가 아이고 허리야 두들기며 (직장인임)
암생각 없이 배 불쑥 내밀고 있었던듯
(목, 팔, 다리, 얼굴 다 말랐는데 복부비만만 미친 체형)
죽어도 내 말 안 듣는 고집탱 아즈씨와
양옆에 앉아있는 할머니, 여성분의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시민들
그건 아마 전쟁같은 사랑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
...
다 귀찮아서 학씨 아니
아즈씨.. 저기요..귀좀 .. 가까이 소환한 후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어요
걍 살찐거예요 하-하
그러니 괜찮습니다
순간 앉아계시던 할머니 , 여성분, 관중들 모두
안도의 숨? 비슷한 걸 내쉬며 각자 하던 일로 돌아감.
아즈씨도 조용히 털썩 앉으심.
(근데 왜 계속 의심의 눈초리 ? ㅋ)
아마 다들 제가 분노조절장애와서 학씨 확씨 삿대질
배움켜쥐고 울면서 뛰쳐내리는 유혈사태(?)를
기대-염려 하셨을거 같은데요
(할모니랑 여성분은 직감적으로 아,, 이 요자분은 그저 배가 오뚝이처럼 나온 거뿐인데 아즈씨! 그만좀 하이소 하는 얼굴이었음)
근데 저는 얼굴 붉히는 일 1도 없이
그 자리가 넘 편해서 (애초부터 편해서 자리잡은거임)
절대 안 떠나고 뉴스며 뭐며 다 듣고 버티다가
아즈씨 옆자리 비어서 배 쓸어안고 편히 앉기까지 했음.
(이래서 살이 찐듯ㅜㅜ 움직이기 시러함ㅋㅋㅋ)
왜 화가 1도 안 났을까 생각해 보니 :
1) 내 배가 마니 잘못했음
(그후 화장실 가서 기념샷 찍어둠)
2)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한 아즈씨는 잘못 없음
3) 나이가 오십 넘음
마스크를 썼다고 하나 고령자인거 티날텐데
엥? 젊게 봐준건가싶어 기분나쁘지 않았던듯 (난가병)
4) 사십년 이상 늘씬이로 살다가 완경후 무섭게 뱃살 찐 사람이라 현재 내 모습이 낯설고 신기해서 사랑스러움.
5) 그냥 다 귀찮고 에너지 쓰기 시러서.
-- 끝 --
종일 정치 뉴스 클릭하다가 넘 피곤해져서
잠시 웃으시라고 올려봅니다 ㅎ
저런 일 당해도 화가 1도 안 났는데
매국노들 하는 짓을 보니 분노조절장애 올거 같네요
계엄령 이후 주말, 연휴조차도 편히 못쉬게 하는 써글롬들!!
오늘 하루도 각자 할수있는일을 하며 파이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