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내리 쉬며 나만 바라보는 남편을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어제 남대문 시장 구경하고
명동에서 서서갈비 먹고 오자고 하니
폴짝폴짝 뛰며 좋아라하네요.
옛날 50대 중반이면 죽을 날 바라보는 노인이였다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어요.
거의 10여년 만에 갔더니 너무 새롭고
남대문 시장이 이렇게나 볼게 많았나 싶어 놀랍더라구요.
사람이 엄청 많은데 가만히 보니 40%는 울나라 노년층
그리고 반 이상이 외국인들이였어요.
외국인들이 남대문 시장 오면 뭐 사갈게 있나 궁금했는데
제가 사전에 폭풍검색한 코스대로
다들 줄 서서 가메골만두나 효자손왕만두 사먹기
호떡집 줄 서기 등등 알아서 잘들 즐기고 있더라구요 ㅋㅋ
만두 한 팩 사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손으로 집어먹으며
눈으로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가게 구경하느라
여념없는 관광객들 보고 있으니
거 즐길 줄 아네 소리가 절로 나옴 ㅋㅋㅋ
명동까지 걸어가는데 역시나 외국인들로 넘쳐나서
코로나때 대낮에도 귀신 나올것 같았던
명동 골목들이 꿈이였나 싶었어요.
서서갈비집이 웨이팅이 극심한 곳이라 설마 이 시간에
갈비 구워 먹는 사람은 없겠지 싶은 4시쯤 가서
겨우 웨이팅은 면했으나 고기가 익기도 전에
웨이팅 줄이 생김 ㅎㅎ
연남 서서갈비가 명동과 연희동으로 옮긴건
몇 년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가게 문짝이며 집기들을 그대로 옮겨와
외관이나 내부 보면 6.25때부터 있던 집이라고 해도
믿을 비주얼인데 이런 곳을 기어이 찾아내서
꾸역꾸역 몰려드는 관광객들 보니
역시 인스타와 틱톡의 힘이 대단하더군요.
그래도 작년에 몇 번 왔을땐 한국인들도
반 정도는 되었던것 같은데
과장없이 가게를 꽉 채운 손님과 직원 중
사장님과 제 테이블 빼고는 전부 외국인 ㅋㅋㅋㅋ
주로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오늘부터 일본도 연휴라
그렇다고 사장님이 설명해주시더라구요.
작년에 왔을땐 고깃집답게 시끌시끌 했는데
어제는 어찌나 절간같이 조용한지 얼마전에 다녀온
봉선사 템플스테이 생각이 남 ㅋㅋㅋㅋ
사방을 둘러보면 사진이나 동영상들 찍느라 정신 없고
오로지 가위와 집게 부딪히는 소리만 나고
어찌나들 소곤소곤 조용들한지 신기했어요.
틱톡으로 공부들 단디 하고 왔는지
테이블 받자마자 비닐봉투 나눠주면 뭐에 쓰는건지
묻는 법도 없이 옷 착착 개켜서 넣고
자기들 마실 주종을 알 수 없는 술들도
얼음컵과 텀블러에 야무지게 챙겨와서 먹는게
왤케 귀엽나요 ㅋㅋ
그래 늬들이 또 어디가서 연탄불 연기에 켁켁거리며
고기 구워먹어보겠니 실컷들 먹고 가라 하며 바라보는데
유일한 한국인 테이블이다보니 마치 후쿠오카쯤
와있는 기분였어요 ㅋㅋ
서서 먹다보니 자연스레 스탠딩 파티 같은 느낌도 들어
옆테이블 스페인 커플과 고기 지금 잘라줘야 한다
고기 탄다 옆에 치워놔라 거들며 수다 떨다
맛있냐고 물어보니 생각한것 보다 훨씬 더
와일드한 스타일인데 고기는 너무 부드럽고 스윗해서
세계 어디서도 이런 고기는 못 먹어볼것 같다고
너무 맛있대요 ㅋㅋ
이렇게 부드러운 립이 있을꺼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다며
이 소스는 뭐냐고 묻길래 간장으로 만든거라고
답해주니 어떻게 만드는건지 알려달래요.
아니 이 양반아 내가 그 비법을 알면 대를 이어
이 장사를 했겠지 같이 고기 굽고 있겠냐 ㅋㅋㅋㅋ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몸에 배인 갈비냄새가
너무너무 민망해서 다음부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샤워캡 쓰고 먹어볼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어요.
간만에 도심 나들이한건데 오히려 해외여행 온 듯한
기분도 나고 좋았어요.
기나긴 연휴에 점심 먹으면서 오늘 저녁은 뭐 먹는지
물어보는 남편이 꼴뵈기 싫은 분들께 추천하는 코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