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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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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만 사는 남편과 미래만 사는 부인의 이야기

... 조회수 : 2,820
작성일 : 2025-04-30 22:05:22

저희 남편은 일단 현재만 사는 사람이에요.

밤에 추울 게 뻔해도 지금 더우면 외출하면서 반팔입고 겉옷은 안챙겨요. 결국 밤엔 추워하죠.

고등학교때 수능보기 싫어서 수시로 대충 지방대를 갔더라고요. 대기업취직해서 주변 사람들 학벌 보더니 뒤늦게 괜찮은 대학원 갔어요.

취직해서 적지 않은 연봉을 벌어서 노는데 다썼어요. 그래서 만났을 때 돈 한푼도 없었죠. 

말도 그냥 현재 본인 기분만 가지고 얘기하다보니 날것의 얘기만 해요. 좋게 말하면 투명한거고, 안좋게 말하면 이미지 관리는 안되는거 같아요.

 

뭔가 미래를 위해서 야무지게 준비한다거나 이런게 전혀 안되니까, 손해볼 때도 많고 놓치는 기회도 많았을거에요. 

대신 계산기 돌려서 자기 이익을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주변에서 이 사람을 볼 때 밉지가 않고 자꾸 도와주고 싶어져요. 이 사람 하는 말은 그냥 진실이라 생각하고 들어요. 

 

저도 이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서 남편이랑 결혼해서 많이 도와주고 챙겨주고 살고 있어요. 

대신 이 사람은 현재만 사는 사람이라 돈이 없으면 또 없는대로 살아서 용돈 30이면 그냥 그걸로 살고,

대학원에서 숙제 내주면 안빼먹고 하고,

회사 다닐 땐 지각없이 딴 일을 도모하지 않고(투잡이라던가 재테크라던가) 그냥 회사일만 해요. 그래서 회사에서 승진이 빠른 편이에요. 뭐 부지런하고 잘한다기 보다, 성실하고 꽤를 안 부리는 사람으로 윗사람들도 인식하는거 같아요. 

 

저는 머리가 빠릿빠릿 돌아가고 계산도 1초면 끝나는 사람이에요. 계획도 잘 세우고요. 여행가면 어떨지 상상되시죠?

그러다보니 이 사람 보면 무진장 답답하고, 어깨가 무거워서 잔소리도 많이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었는데

 

요즘에는 이 사람에 맞는 대응법을 찾은건지 잘 지내고 있어요. 

그냥 지금 현재를 늘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으로 만들어주면 이 사람은 그 일은 하거든요. 다만 계획이나 준비가 안되는 사람인거지. 계획은 내 맘대로 다세우고, 남편은 그냥 제가 주는 미션대로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멀리있는 눈을 치우고, 남편은 가까이 있는 눈을 치우고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 대견하여 글을 씁니다 :)

좋은 저녁 되세요.

 

 

IP : 39.7.xxx.10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4.30 10:11 PM (1.232.xxx.112)

    서로 상보적 관계
    이상적인 관계일수도있지요

  • 2. 오 좋은데요
    '25.4.30 10:15 PM (210.205.xxx.40)

    현명하시네요
    너무 미래만 보면 현재를 그르칠수 있는데
    그건 남편에게 맞기고 나는 내잘하는거 하고
    누가 잘한다기보다 맟추니까 그게 잘하는거에요

  • 3. ...
    '25.4.30 10:46 PM (39.7.xxx.65)

    그쵸. 저도 사실 야무지고 바지런한 남편들 보면서 부러워한 적도 많거든요. 부인이 덕 많이 보겠다... 싶어서요.

    근데 그런캐릭터를 만났으면, 저랑 역할이 겹쳐서 비효율이었을 것 같아요. 저는 효율충. ㅎㅎ

    효율적으로 일하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데, 기질이 완전 상반된 남편을 만나서 내 스타일로 만들 욕심에 초반에 고생좀 하다가 너무 비효율적인 신경전이 계속되어 포기하고 나니 조금씩 방법이 생기는것 같아요.

    결혼할 때 저희 집은 재산이 꽤 되는데,
    남편은 본인도 시가도 돈이 없어서 고민하기 도했거든요? 근데 그때 제가 남편을 사랑했는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회적인 입장에서 보면 부의 양극화에 기여하지 않고 부의 재분배애 기여하는 이런 선택도 괜찮은 선택이야.”

  • 4. ..
    '25.4.30 10:47 PM (211.208.xxx.199)

    지혜롭게 남편을 다루시네요.

  • 5. ㅇㅂㅇ
    '25.4.30 11:59 PM (121.136.xxx.229)

    결혼한지 얼마 되셨어요?

  • 6. ...
    '25.5.1 1:40 AM (112.148.xxx.80)

    전 작년에 했지만 나이가 좀 있어요

  • 7. 글만 봐도
    '25.5.1 3:19 AM (210.204.xxx.55)

    남편분 밉지 않아요. 인간적 매력이 많은 사람이에요.

    원글님을 사랑하는 맘도 진짜일 거예요.

  • 8. ...
    '25.5.1 5:50 AM (112.148.xxx.80)

    감사합니다. 저도 그럴거라 생각하고요.
    저는 원래 말을 엄청 아끼고 이미지 관리하는 스티일이거든요. 그러다보니 할 말 못해서 속병나는 경우가 많은데
    맨날 날것으로 말하는 남편 만나서 저도 날것으로 말하는 걸 배웠어요. 제 오장육부까지 다 꺼내서 말하는거죠. 자존심 교양 부끄러움 다 내던지고, 아이같이 속을 다 꺼내다보니 남편한테 뭐 쌓인 게 없어요. 쌓인게 많아지면 골이 깊어질텐데, 이런게 없으니 관계는 점점 편안해지는거 같아요. 내 속을 다 꺼내도 남편이 판단하지 않으니까 가능하다고 보구요,
    대신 그는 맘편히 쿨쿨 자고, 저는 온 집안일을 신경쓰고요. 그러다가 제가 집안일땜에 힘들어하면 남편은 그때 움직여요 ㅎ

  • 9. ㅇㅇ
    '25.5.1 7:08 AM (122.252.xxx.40)

    두분 잘 만나셨어요^^
    어느정도 나이도 되고 성숙한 상태에서 결혼하니
    남편을 이해하고 윈윈하는 법을 터득하셨군요
    저희집은 원글남 부부와 반대인데 서로 맞춰가며 잘 살아요ㅎ

  • 10. 현명하세요
    '25.5.1 7:40 AM (220.85.xxx.165)

    내가 있는 곳을 꽃다리로 만드는 원글님 훌륭하세요. 앞으로도 행복하세요. 그리고 남편에게 좀 더 시키세요 뭐든.

  • 11. 현명하세요
    '25.5.1 7:42 AM (220.85.xxx.165)

    꽃자리인데 결정적인 부분에서 오타가 ㅜㅜ

  • 12. ..,
    '25.5.1 8:55 AM (112.148.xxx.80)

    내가 있는 자리를 꽃자리로 만든다... 맞아요. 바지런한 남편들이랑 비교할땐 불만만 많아 지옥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요령껏 대하니까 살 방도가 생기는거 같아요.
    예전엔 도무지 칭찬할게 안보이더니
    요즘엔 예쁜짓할때마다 칭찬했더니 갈수록 칭찬할게 많아지네요.
    여전히 해맑게 유튜브로 게임중계영상 보고있을때면 부하가 치밀때도 있긴 하지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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