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앞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가족 저녁 해주고
지친 상태
몸도 맘도 지치고 할일도 있어서 갈까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분명 하고 나면 좋아질거야! 라는 다년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을
꽉 붙들고 후딱 옷을 갈아입어요.
생각하지 말아야해요.
안가는게 몸에 더 좋지 않을까? 내일 아침에 갈까?
이런거 쓸데 없어요.
그냥 엉덩이를 일으켜요. 지금이에요. 롸잇나우.
수퍼맨이 왜 출동시 꽉 끼는 수트 입는지 알것 같아요.
저도 꽉 끼는 브라탑과 쫄쫄이 레깅스를 입으면
갑자기 운동 의욕이 샘솟습니다.
옷에다가 몸을 꿰었는데 안갈수 없거든요.
물론 수퍼맨처럼 레깅스위에 팬티를 입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울할수록 섹시한 걸로 골라 입고
겉에 다른 옷으로 두르고 문지방을 나섭니다.
모자를 꾹 눌러씁니다.
운동할 때 나도 남도 서로 눈안마주칠만큼.
몸을 이리조리 굴리고 댕기고 구부리고 앉고
갱년기 열감과 진땀이 하나로 화하여
귀 뒤부터 목을 타고 쇄골을 타고 가슴 윗 언저리에서
번질번질 거리는걸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제대로 했네 했어.
운동 후에는 아는 얼굴과 미소띤 얼굴로 목례만 슬쩍 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몸을 씻고 문지르고 바르고
최대한 후딱 말린 후,
사악한 하루를 헬스크럽 옷더미 속에 젖은 수건과 함께 던져요.
바람빠진 풍선처럼, 그러나 한결 가벼워진 몸과 영혼으로
귀가합니다.
이때,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고요히 있는게 참 좋아요.
나 자신과의 시간을 놓칠수 없어서요.
올때는 노브라에 넝마주의 패션.
한결 여유롭고 느려진 걸음으로
멀리 검은 하늘이 주는 평안을 몸 전체에 두르며,
조용해진 한적한 밤거리에서 울리는
타닥타닥 나의 발소리에 귀기울입니다.
귓가에 소르르 하며 간지럽게 스치는 바람이 귀엽습니다.
가족이 기다리고 있을 아파트 불빛을 향해 한발자국씩.
그래, 가서 막 사랑스럽다고 가족에게 부벼줘야지
새롭게 결심(하지 않으면 어려울때가 상당히 많음)하고선 말이죠.
다녀왔어요~~하며 일부러 상냥하게 목소리를 내며 중문을 넘을 때
아직 착한 둘째 중딩이가 엄마야? 하고 활기차게 맞아주면
안심입니다. 물론 집은 엉망이죠.
좋네요.
운동의 힘. 루틴의 힘.
모두 행복하게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