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 곳은 개심사였는데요
매년 가는 곳이라 익숙해질만도 한데 개심사 올 해 느낌은
정말 사찰이라기보다는 거의 관광지 분위기였죠.
겹벚꽃, 청벚꽃이 너무 아름답기는 해도 줄지어 오는 사람들
속에서 평일임에도 다른 사람이 안 나오는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덕분에 사찰은 개보수도 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수도자가 기도정진 하기에는 참 힘들겠다 싶었습니다.
꽃이 너무 예뻐서 사찰이 이름을 얻으니까 좋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런 생각을
매년 하게 되는 개심사.
가끔 운 좋으면 산에서 바로 따서 팔려고 절 들어가는 입구에서 좌판 벌린 아주머니한테서
갓 움띄워서 나온 싱그러운 나물들을 사는 수도 있어요.
겨우내 잠들어 있다 새순 낸 일년에 한번 밖에 안 나오는 나물들인 거죠.
두번 째로 간 곳은 간월암이라는 사찰.
이곳은 사찰건물이 섬 위에 있다는 것이 특이하고 거기다 밀물 때가 되면
배가 없으면 사찰에 고립되고 썰물 때는 섬에서 걸어서 뭍으로 올 수 있는데
섬과 뭍까지 거리는 무척 짧지만 그래도 나름 특색 있죠.
바다 색깔이 옥색인데 기와마저 너무 운치있게 청와라 정말 잘 어울리더라구요.
이곳 저곳 마다 쉿 이라는 표지판을 세워 놓았음에도
너무도 시끄럽게 사진 찍던 어떤 아주머니 4명.
언제 내가 저 사람들 얼굴 또 보겠나 싶어서 그중 유난히도 깔깔대고 소리 지르면서
사진 찍던 아주머니한테 조금 조용히 하자 했더니 반응이 그닥.
사실 생각해보면 절이 그들의 공간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누구나에게
공개해주어야 할 의무는 없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고맙기도 하고 남의 공간에서 사진 찍고 둘러보느라 돌아다니는 게
한편으로는 미안스럽기도 한데 조금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고 행동하면 안되는 것인지
저도 경상도 사람이지만 그 경상도 아줌마 일행 참 늙은 얼굴 값 못한다 싶어서
옥색 바다와 청와 만큼이나 기억에 남던 곳이네요.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 영화를 찍은 곳이자 드라마 봄의 왈츠를 찍었던 청산도.
이 무렵이면 유채꽃이 한창일 때라 차까지 가지고 섬으로 들어 갔는데
유채꽃도 꽃이지만 물 빠진 바다에서 고둥 잡고 거북손 캐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 했었네요.
올레팬션 사장님이 어찌나 친절하신지 다음에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더라구요.
아직 사찰이 세 군데나 더 있는데 힘들어서 더 못 적겠네요.
기대 이상이었던 곳, 좀 의아한 곳도 있었고
제가 매년 가는 사찰은 정말 여전히 품위 있고 멋지고 여러 사찰 중에서도 가면
유일하게 독경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곳이죠.
한국 가볼 곳 없다는 분들도 많은데요 가보면 마음에 드는 곳이 참 많답니다.
각자 꽂히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남이 뭐라고 추천해주는 곳도 참조할 만하지만
일단 자기가 많이 다녀보면 자기한테 마음에 드는 곳이 보이기 해요.
저는 기독교인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찰은 매년 가요.
사찰로서 보다는 자연과 풍경을 보기 위해서 특정 계절에 항상 가는 거죠.
우리나라의 사찰은 정말 위치나 풍광은 최고인 것 같아요. 여주 신륵사 빼고.
이번에는 우연히 김제에서 정말 맛난 밥집들이 몰려 있는 곳도 발견했어요.
그래서 이번 제 생일에는 거기 가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밥집이 있던데
거기서 밥 먹고 옆에 시원하게 탁 트인 야외 카페 가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오려 해요.
크게 재산도 없고 서울 살아도 노후보장격인 아파트도 없지만
나이가 드니 옷도, 보석도 명품도 꾸미는 것도 무거운 것도 다 싫고
내 마음에 드는 곳 남편과
맛 있는 데서 밥먹고 좋은 거 보고 놀러 다니는게 제일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