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저희 집에서 자고 가는 친구가 있어요.
가만히 누워서 자기만 하고 고양이들한테 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행동을 안 하니까 친구 잘 때 세 놈이 다 들어가서 둘러보고 간을 봤나봐요.
제가 늦잠자면 친구한테 가서 소리질러서 밥 달라고 하더라구요. 특히 겁 많은 둘째가 친구가 만만한지, 하루는 자는 친구한테 뜬금없이 하악 한 번 하더래요. 아무 일도 안 했는데요. 얘는 집에 사람만 오면 어디 구석에 숨어서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유일하게 만만한 인간이 제 친구인가봐요.
지난 주에도 친구가 오랜만에 왔어요. 저랑 같이 현관을 들어오는데 세 마리가 다 마중나왔어요. 늘 마중나와요. 그런데 둘째가 친구랑 눈이 마주치더니, 제가 한 번도 못 본 표정을 짓는거에요. 흥! 하는 뭔가 도도하고 무시하는 표정 ㅋㅋㅋ
하찮은 인간 왔구나, 하는 고 표정이 너무 웃긴거에요. 얘가 저 말고 다른 인간 보고 도망 안 간 것도 처음이고 이런 웃기는 표정 한 것도 처음이에요. 저랑도 별로 안 친하고 마음은 8년 반 동안 항상 야생의 길고양이라서 늘 조심스런 표정이거든요. 고양이 고 족고만 머리통에도 다 기억과 생각이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