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쌀밥과 스팸-
아이는 흰쌀밥과 스팸을 사랑한다.
보리니 현미니 콩이니
몸에 좋다하는 모든 것들을 물리치고 고저
흰쌀밥. 흰쌀밥을 어항 속 물고기가 물을 삼키듯 그 작은 입으로 주억거리며 밀어삼킨다.
시금치며 도토리묵이며 멸치 갈치 열두겹 쌓아두어도
굳이굳이 낭창하게 구운 그 스팸의 기름기로 기어이 그 여태 어린 꽃잎같은 입술을 잘잘 회칠한다.
거칠기가 톱밥밭같고 동짓달밤 맨치로 껌껌하구 긴긴 인생을 살아갈 뱃속 창자를,
말캉하고 공장 기름 지르한
당과 기름기로 뺑끼칠하듯 한다.
산새처럼 나뭇가지 조곤히 부리에다 척 물고 멀리 산등성이로 날개짓하여 날아가려면,
다람쥐처럼 호두랑 땅콩을 아드득 부서뜨려 야물게 갈아먹구
물고기처럼 해초랑 짠물을 뜯어먹어 배를 퉁퉁 불리구
두더지처럼 껌껌헌데두 있둥만둥한 눈으로 지렁이도 파먹구 흙도 파먹어야 할것 아니냐
이리 계속 흰쌀밥에 스팸, 스팸에 흰쌀밥만 얹어 먹으면
천날만날 기달려도 니 배에 저 산 넘어갈 뱃심이나 잘두 생기겠니
나는 식탁너머에 우두커니 앉아
아이가 흰쌀밥에 스팸 먹는 것만 봐도 걱정이 만조처럼 차오른다
덧없는 파도처럼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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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82서 본 백석의 흰밥과 가재미(원제목은 선우사)를 보고 흠껏 감명받아서 저는 흰쌀밥과 스팸이라는 시를 써봤네요. 그냥 영감만 받았.. .
우리 아이 백마에 스팸러버
지방간 있는 중딩 보며
그것 하나에도 세상 시름으로 연결짓는 어미인 저의 심정을 노래한 시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