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며느리 노릇 차고 넘치게 했어요.
근데 시부모 사후 시집 형제들 처신 보고 마음이 뚝 끊어지더라고요. 시부모도 서운한 점 많았고 남편은 단 한번도 내편이었던 적 없지만 그건 그냥 참았어요. 시집에서 혜택 받은 건 없고 그 분들은 도리만 넘치게 받고 돌아가셨어요.
더이상 시집 식구들 안보겠다 했더니 남편 폭언이 쏟아져서 이혼하나 했는데 수습도 사과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됐고 그 상태로 몇 년 지났어요. 제사를 여전히 제가 지내지만 시집 식구들 아무도 오지 않고 그 선에서 서로 덮고 살자 생각했어요. 사실 남편이 제일 문제지만 껍데기만 남은 채로 살았어요. 연봉 비슷한 맞벌이지만 반반 나눠서 헤어지면 집도 나눠야하고 이사도 가야하고 애들 환경도 바뀌고 그런게 참 싫더라고요. 그런 걸 바꾸는 것보다는 남편을 견디는게 나았던 것 같아요. 선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요.
이렇게 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남편은 덮은 게 아니라 무슨 마일리지 누적하듯 앙심을 쌓으며 살고 있었어요. 앙심을 품어도 내가 품어야 맞는데 그 뻔뻔함과 이기심이 숨막혀요. 내가 양보하고 잊고 살기로 했으니 양심이 있으면 그들도 잊고 살 줄 알았어요.
숨막히고 답답해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이혼 서류 다 준비하고 작성도 했는데 억울하네요. 참 좋아한 동네였는데 여길 떠나는게 너무 싫고 이사 스트레스 극심한데 그것도 너무 괴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