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가 트롯을 사랑하는 이유

저희 조회수 : 2,403
작성일 : 2025-04-16 18:49:22

너무나 의외거든요. 여대 다닐 때 클래식 음악만 들으셨다는 엄마. 평생 유럽 고전문학만 읽으시던 엄마. 고상하고 까다로운 취향으로 유명했죠.  남들 다 좋아하는 대중가요 유치해서 싫다고만 하셨는데.

80대가 되고 트롯 경연프로그램 광팬인 이모랑 이웃에 살게 되시면서 그 프로그램을 자주 틀어 놓으시더라고요. 그럴 수 있죠, 적막한 거 보다는 낫다 싶었는데. 

 

한 가수한테 꽂혔어요. 그게 정도도 심하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그 가수는, 정말 나쁜 아저씨같이 생겼어요. 느끼하고 야비하고 싸구려같은 느낌. 심지어 엄마를 그 세계에 입문 시켜준 이모 조차도 이해가 안 간대요. 허구 많은 가수중에 왜 하필 저이냐고요. 가족들끼리 식사 하다가도 누구누구가 티비에 나오면 입을 헤벌리고 바라보고 손주들 앞에서 다시 태어나서 저런 남자랑 한번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멘트를 날리세요.

그래도 뭔가 마음을 줄 사람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거니까 건전한 거 아닌가 생각해보려고 해도 너무 이상한 아저씨를 좋아하게 된 엄마. 어제도 이모랑 전화하다가, 니네 엄마 또 침흘린다 티비에 누구 나왔다고, 어쩌다 저지경이 됐냐. 하시는데. 이모 혹시, 그 가수가 엄마 첫 사랑이랑 닮지 않았나요? 난 본 적은 물론 없지만 아픈 사랑이었다고 얼핏 얘기만 들었는데, 물었더니. 긴 침묵끝에 이모가, 세상에 맞네 맞아. 그래서 그랬구나. 난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옛날 그 남자랑 닮았네, 세상에. 감탄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러셨나봐요. 저도 30년 후에 어찌 될지 모르니. 엄마가 누구 가수 나왔다고 침흘리시면 닦아드리면서 모른 척 해드려야 겠어요. 트롯이 나쁜 게 아니고 놓쳐버린 뭔가가 나쁜 거죠. 엄마 키작다고 반대 했다는 그 집. 

IP : 74.75.xxx.12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4.16 6:53 PM (223.39.xxx.121)

    요즘 나오는 서바이벌 젊은 트로트 쪽은 아니군요?
    혹시 가발을 즐겨 쓰시는 그분인가요?

  • 2. .....
    '25.4.16 6:54 PM (112.166.xxx.103)

    흐 징그럽네요...
    아무리 노인이라지만..

  • 3. ..
    '25.4.16 6:55 PM (223.38.xxx.115)

    팬덤 속에 들어가면 세상 착한 사람인데
    세상이 오해한다 생각해요
    사실 그 사람 됨됨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간만에 가슴 뛰는 게
    좋으신거예요

  • 4. 첫사랑
    '25.4.16 6:59 PM (125.132.xxx.86)

    그런 슬픈 사연이 ㅜ
    근데 원글님이 글을 넘 재밌게 쓰셔서
    왤케 웃음이 나오죠
    밥먹다가 밥알이 터져 나올뻔 했네요 ㅎ

  • 5. ..
    '25.4.16 7:38 PM (175.119.xxx.68)

    첫사랑이랑 닮았으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가네요.
    평생 그리워 하셨나 그럼 남편은 뭐가 되는걸까요

  • 6. ㅇㅇ
    '25.4.16 7:39 PM (218.158.xxx.101)

    각자 취존~

    위에 아무리 노인네라도
    징그럽다 쓰신분은
    댁의 천박한 말이 더 징그러워요.

  • 7.
    '25.4.16 7:44 PM (74.75.xxx.126)

    남편은 관식이.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엔 이렇게 덕질은 안 했네요

  • 8. 글 잘 쓰신다
    '25.4.16 8:10 PM (116.41.xxx.141)

    그래도 절대 가수 공개는 안하는 매너까지 ㅎ

    시간투자는 뭐 좋죠 안 무료하고 ..
    막 돈써대며 그럼 문제지만 ..

  • 9. 남한테 피해
    '25.4.16 8:33 PM (119.71.xxx.160)

    주는 것도 아닌데 좀 꽃히면 어때요

    그리고 꼭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좋아해야한다란 법도 없고

    다 각자 취향이죠.

  • 10. ㄱㄴ
    '25.4.17 3:59 PM (118.220.xxx.61)

    글 잘 쓰시네요.
    첫사랑에대한 아쉬움
    그런게 남아있겠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02154 진 헤크만 집 내부 사진 보셨어요? 33 Kk 2025/04/17 17,890
1702153 저 써마지하고 사흘째입니다 11 혼주피부관리.. 2025/04/17 5,380
1702152 자식일에 욕심 7 2025/04/17 2,130
1702151 학폭 재판 3회 ‘노쇼’ 권 변호사 아세요? 8 .. 2025/04/17 1,640
1702150 40대후반 실비보험.생명보험 둘다 있으세요? 4 나나 2025/04/17 1,719
1702149 "윤, 청주공항. 사드기지 폭파지시' HID블랙요원 .. 17 체포하라 2025/04/17 4,255
1702148 행복한 영화 추천 부탁드려요 11 연약한 꽃잎.. 2025/04/17 1,462
1702147 의대 모집인원 증원 이전 규모로 18 ㅇㅇㅇ 2025/04/17 2,723
1702146 맞춤법 잘아는 분~~~~ 식촛물인가요 식초물인가요 14 ... 2025/04/17 1,850
1702145 부모님댁 에어컨 설치중인데요 8 현소 2025/04/17 1,673
1702144 "상황 심상치 않다"…국민의힘 '위헌정당 해산.. 28 ........ 2025/04/17 5,201
1702143 (펌)남편이란? 공감가서 퍼왔어요^^ 4 ㅇㅇ 2025/04/17 2,565
1702142 고지혈증이신 분들, 관상동맥 CT 꼭 찍어보세요 26 검진 2025/04/17 6,060
1702141 충수염 퇴원 후 병원에서 준 약을 안 먹고 있어요. 악몽관련 2 ..... 2025/04/17 793
1702140 이주호교육부장관 딸 고액장학금 6 계속올림 2025/04/17 1,734
1702139 동네 아줌마 남편보고 놀람 45 ㄷㄷ 2025/04/17 33,749
1702138 데일리안이 또 데일리안했네요. 한덕수 30.4% 10 ㅋㅋㅋ 2025/04/17 2,003
1702137 종신보험은 저축성에 포함되는건 아닌거죠? 2 ** 2025/04/17 973
1702136 동네 뒷산 7 아놔 2025/04/17 1,980
1702135 언니가 결혼할 사람..직업...이요.. 28 등산로 2025/04/17 25,593
1702134 영화 '야당' 재밌어요 15 ㅇㅇ 2025/04/17 3,897
1702133 일본, 마음대로 한반도 포함 ‘하나의 전장’ 미국에 제안 5 역시전범국 2025/04/17 941
1702132 충치 치료는 언제부터 1 ... 2025/04/17 1,087
1702131 왜 결혼 안 해? 물었더니 남녀 대답 ‘정반대’ 26 .. 2025/04/17 7,169
1702130 지금은 오후 2시, 매불쇼 시작합니다!!! 1 최욱최고 2025/04/17 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