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사월 봄날
뒷산 서당골 골짜기에서
고사리를 한자루 가득 끊어다
솥에 삶아 두고
저녁을 짓다가
나를 낳으셨다고 했다
남산만한 배로
산 골짜기에서 오동통한 고사리를
뚝뚝 끊어내서 자루에 담으면
고사리가 쌓이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힘든 줄 몰랐지
힘들지 않았던게 아니었을 텐데
그러고도 시부모에 자식들 먹일 밥 짓느라
남산만한 배로 쪼그려 앉아 아궁이에 불 때다가
산통으로 아픈 배를 부여잡고
그와중에 아이 씻길 물까지 데우고서야
나를 낳았다고 했다.
엄마가 나를 낳던 사월의 봄이 왔다
오동통한 고사리가 삐죽삐죽 솟아 나와야
사월이고 봄이 오는거다
그래서인가
나는 봄을 가장 사랑하고
봄이 되면 봄나물을 뜯고
고사리를 끊고 싶어 몸이 근질거린다
봄이면
엄마는
뒷산 고사리를 끊으며
이맘때 너를 낳던 날 서당골에서
꼬사리를 어찌나 많이 끊었등가
겁나게 많아서 끊은 꼬사리를 자루에 담아 놓고
또 꼬사리를 끊고 끊고 참말로 재밌었다이~.
말씀 하시곤 하셨다
그랬던 엄마는
새해 어느날 다리 골절로
수술을 하시고
다행이 회복 잘되어 재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오셨지만
고사리를 끊으러 가지 못하신다
봄이왔는데...
사월인데...
고사리도 나왔을텐데...
아!
그러고 보니 곧 내 생일이구나
사월 고사리가 나오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