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저보다 한 학년 높은 남학생이랑 펜팔을 했었어요.
그 사람이 처음 보내온 시는,
황홀함 그 자체였어요.
저는 그 당시 어려운 가정 형편에 온 집안 식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인문계 고교를 다녔는데
그 오빠랑 편지 주고 받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어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도 저도 대학을 가게 되었고
우린 결국 만났어요.
그는 제게 첫 키스 상대였으며 첫 남자였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이라고 하는 것들을 같이 많이 하게 된 사람이었죠.하지만 우린 가난했어요.그도 저도.
그러다 작은 오해가 생겼어요.
해명할 길 없이
그 사람이 먼저 돌아서게 되었고
하룻밤 사이에
우린 교통 사고를 당한 것처럼 헤어졌어요.한 쪽에서 피를 흘린 채로요.
4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람은 아직 미혼인 채로 작가가 되었고
저는 결혼을 하고 애를 키우다
지금은 남편하고 단둘이 살고 있네요.
더폴이란 영화를 보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요.
저도 알렉산드리아처럼 기쁜 마음으로
아무 미움없이 그가 써내려간 글을 읽고 싶어요.
그한테 멀리서 응원해주고싶고 반갑게 인사하고 싶은데
아픈 마음이 더 앞서네요.
이 아린 마음이 언제까지 계속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