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결혼전에 요리를 전혀 못했어서
인스턴트와 배달음식으로만 살았고, 그래서 비만이 됐어요.
제가 집밥하는 방법을 배우는 티 안나게 몇년에 걸쳐서 알려줬어요. 대놓고 가르치면 안배우는 스타일...칼질이 친숙해지기까지 이년정도 걸렸고요...
무튼 지금은 5년정도 지나니까 카레랑 된장찌개, 토마토오믈렛, 미역국 정도는 술술 해요.
최근엔 다이어트 중이라 샐러드 도시락을 싸주고 있는데,
이놈의 남편이 좋아하면서 받아먹을 줄이나 알지,
와서 재료 한번을 안 씻는거에요.
샐러드 도시락 싸면서 저도 제 아침을 준비하게되니까 별 불만 없이 하고는 있는데 (참고로 저는 6개월 휴직중)
어째 고맙다는 말만 하고 한번을 안도와주는게 얄밉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또 배우는 티 안나게 알려주려고
"나 상추좀 씻어줘~" 하고 주방에 불렀어요.
씻고나서 가만히 서있길래
"한입크기로 찢어줘. 자기 맨날 먹는 채소 기억나지? 진짜 작게 찢어야 먹기 좋아." 했더니 한장씩 찢느라 시간이 너무 걸리는거에요. 그래서 겹쳐 찢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같은 모양끼리 겹쳐서 우선 세로로 한번찢고~~ 불라불라."
그랬더니,
"다했어!" 그러고 컴퓨터 하러 쏙 들어가버리대요?
그래서 제가 도시락에 넣으려고 봤더니 쌈채소들이 뭐랄까... 박쥐 모양처럼 듬성 듬성 찢긴 부분만 있는 한장의 채소들인거에요.
이렇게 남편 손이 대충대충이에여.
근데 그 상추를 펴서 상태를 보니까
너무 남편의 저 보잘것 없는 살림력이 너무 귀여운거에요.
순간. 제가 깨달았어요.
와. 나 이 남자 진짜 사랑하나봐.
참고로 저는 왕 야무진 스타일
남편은 그냥 평범한 아들노무새키 스타일이에요.
답답할 때야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데
제가 이걸 귀여워한다는게...
보살이거나 진짜 사랑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