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을 며칠 앞 둔 3월 4일, 단골 이발소에 들렸다. 그날따라 손님이 밀렸는데 머리를 깎고 있는 분이 윤비어천가를을 어찌 부르는던 지 슬슬 부아가 치올랐다.
밖에 나와 미련하게도 못 끊은 담배로 뿔난 심사를 달래고, 저 소리를 듣고 있는 분들의 반응이 어떠했을까 궁금해서 머리 깎을 생각도 잊고 그와 가까운 찻집으로 옮겨 마주 앉았다.
다짜고짜,
나~ 윤석열후보를 아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절대 반대하는데요.
그~ 그렇습니다. 정의로운 검사 출신으로 부정부패를 날릴 적임자입니다.
나~ 아무런 준비 없이 후보가 되어 자칫 국가 운영을 검사의 입장에서 한다는 건가요?
그~ 검찰 경력이 준비 기간 아닙니까?
나~ 부정부패를 날리지 않고 스스로 저지르지 않을까요?
본격적으로 상호 오가는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고교 교장 출신이라면서 무조건 종북 운운하는 말까지도 사용해 나는 화딱지 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피차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로 너 이자식 잘 걸렸다 할 정도로 멱살잡이 싸움으로 돌변했다. 찻집 주인이 뜯어 말릴 정도가 되었으니....내가 봐도 늙은이들이 다투는 꼴이 우습지만 지고 싶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가 발표한 성명서 내용을 들이밀면서 윤석열의 인간됨이며, 죄 없는 자를 죄 있는 자로, 죄 가벼운 자를 무겁게, 죄 있는 자를 없게 또는 가볍게 만드는 우리 검찰의 대표가 특수부 출신윤석열 아니냐? 건방지게 왕 자를 쓰고 나와 고자세의 태연한 모습, 건건희의 가증스런 사과기자회견, 국민을 상대로 주먹질이나 하고... 당선되면 기고만장의 독재할 놈이라고 내가 느끼고 있는 바를 열나게 나열했다.
그는 나이 꽤나 처먹은 별 놈을 다 보겠다며 찻집에서 먼저 나갔고, 그 후로 만나지 못 하다 금년 들어 이발소에서 쓴웃음지으며 몇 번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태극기집회에 적극 참석하는 극우세력의 골수분자인 그였다.
어제 그에게서 전혀 뜻하지 않은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에 한 시간이나 일찍 나가, 서로 차분하게 그 동안의 얘기들을 나누며 3년간의 매듭을 풀지 못 하고 입장 차이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는 하지만 상대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그렇다. 우리는 서로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하고 핏대 올릴 게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토론하는 데에 미흡하다. 그러한 토론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아서일까?
지금부터라도 교육 현장에서 토론교육의 활성화로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을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