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088845?sid=101
정치 시계가 멈춘 122일 13시간 동안 시장은 매일의 숫자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기록했다. 어느새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1460원대 원·달러 환율, 여느 때보다 높아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환율과 증시가 불확실성에 갇힌 사이 개인과 기업 그리고 한국 경제는 신음했다.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걷혔다. 아니 또다른 불확실성의 세계로 진입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경제에 상흔을 남긴 123일을 되짚었다.
작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정치적·경제적 시스템을 뒤흔들었다.
이날 세계 주요 외신의 헤드라인에는 “한국, 계엄령 선포”란 충격의 뉴스가 등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었든 간에 이날의 정치 파동은 한국의 국가 신인도를 1970년대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1987년 6·10 민주화운동으로 군사독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뒤 한국의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구조적 문제일지언정 지정학적 위험이나 정치적 불안정 탓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까지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이날 야당 대변인에게 총부리를 겨눈 특수부대원과 국회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 계엄군, 이들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글로벌 투자자와 시장참여자들에게 원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각인시켰다.
불신은 즉각 숫자로 드러났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 마감 기준 1402.90원 수준에서 1442원까지 치솟았다. 전례 없는 수준의 원화 약세였다. 지난해 4월 16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다다랐을 땐 숫자의 공포가 상당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대한민국의 금융 역사에서 몇 번 없었다. 1997년 외환위기(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과 레고랜드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그리고 이날 총 4차례에 불과했다. 국내 신용위기가 아니면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나 볼 수 있는 숫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