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을 꺼낸다.
너 참 대단해.
어떻게 혼자서 알아서 척척 다 해내는거야?
왜 그러냐고? 입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려 하는
내 숨은 마음을 잠근다고 애썼다.
나야 이렇게 살수 밖에..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제 우연히 거울을 봤다.
눈에 띄게 많아진 흰머리를 보곤 등꼴이 오싹하다.
내새끼 아직 어린데
나 아프면 안되는데 돈도 더 벌어야 하는데
미용실가면 이제껏 본 손님들 중에
머릿결이 제일 좋다고 칭찬받았던 내 머릿결이
푸석푸석했다.
괜히 마트에서 제일 비싼 샴푸를 사서 계산하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것 역시 내 흰머리 만큼이나 등꼴이 오싹하다.
떠들썩하게 했던 결혼식.
그 후에 남은 깊은 상처.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을땐 이미 늦어있었다.
전업주부로만 지내던 나는
그냥 맨몸으로 나왔다. 내새끼를 두고.
아이를 눕혀놓을 내 집하나 없다는게
이렇게 처참할지 몰랐다.
그렇게 사랑하는 내새끼하나 책임 못진다는 죄책감에
내 자존감은 다 깨져버렸다.
긴 밤을 홀로 지새우며 내가 뭘 잘못했던가 되짚고 되짚어 찢어진 상처가 벌어져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매일 느꼈다.
처음엔 내새끼한테 그래도 엄마가 숨쉬고 살아는 있어야지.
내새끼한테 자랑스러운 엄마로 살고는 있어야지.
나중에는 내가 자리잡아서 내가 내새끼 데리고 와야지로
한걸음 한걸음 일어섰다.
눈물 흘릴 자격도 없는 못난 엄마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닥치는 대로 살았다.
내가 벌어온 돈으로 내새끼 건사는 내가 할거라는
사명감과 부담감으로 힘들고 짜증도 났다.
근데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 합리화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내새끼가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모든게 행복할 것 같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미안하고 부족한 엄마이다.
몸이 아픈곳도 생겼고
원치않았는데 억척스러움도 생겼다.
알아서 잘한다는 소리가
분명 칭찬인데
혼자서 달려왔던 지난 날의 내 잔상이
가슴에 남아서 뜨끔뜨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