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 1926. 어니스트 헤밍웨이

... 조회수 : 1,154
작성일 : 2024-06-24 11:44:35

이 책을 썼을 때 헤밍웨이는 젊었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어렸다. 

 

헤밍웨이의 문장을 좋아하고, 그의 대다수의 책들도 좋아해서 나름의 기대를 갖고 읽어냈다. 좋은 구절은 어김없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좋아할 수는 없었다. 다 읽은 후 나는 그저 이렇게 내뱉었던 것 같다. 도대체 마음에 드는 인물이 하나도 없군. 

 

내 영어가 별로여서 그런가 하고 번역본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 이 책은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았다. 

 

몇 년 후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그 때는 친구였던 남편과 학교 앞 펍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만났는데, 이 녀석이 먼저 와서 바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이런 구절이 좋았어 하며 몇 마디 나누다가 결국 말을 하고 말았다. 사실은 나 이책 별로야. 의미없고 방탕해.

 

녀석이 한참을 웃었다. 20대에 방탕하다는 말을 쓰는 사람은 처음 봤어. 너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니?

 

이 자와 사랑을 하고, 연애을 하고 결혼을 해서 같이 살고 있다. 

남편은 지금도 여름이 느껴지는 날들이 다가오면 이 책을 읽는다.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여름이 오면 이 책을 꺼내 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1970년대에 발행된 판본은 이제는 다 떨어져서 낱 장 낱장 다시 붙여서 보는 것마저도 불가능해져서, 그는 결국 새 책을 주문해야 했다. 

 

6년 전에 나도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나이 들어 가면서 너그러진 부분도 있고, 가벼워진 부분이 크고, 그래서 모두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모든 인물들이 짠하기도, 대견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여전히 멍청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올 해는 내가 먼저 이 책을 꺼내 들어 읽었다. 

 

'나는 대가를 모두 지불했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지불하고 지불하고 또 지불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말이다. 응보라든지 벌이라든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가치의 교환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것을 포기하고 다른 어떤 것을 손에 넣는 것이다. 또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그 대가를 치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충분히 얻기 위해 나름대로 값을 치렀고, 그래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것들에 관해서 배운다든지, 경험을 한다든지, 위험을 무릅쓴다든지 아니면 돈을 지불함으로써 값을 치렀다. 삶을 즐긴다는 것은 지불한 값어치만큼 얻어 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그것을 얻었을 때, 얻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

 

이 말을 진정 받아들이기에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책에 대해 내가 치룬 대가는 시간이다. 

 

남편이 가지고 있는 1970대 발행된 이 책의 표지를 다른 시대의 표지보다 좋아한다. 

부부 일러스트들인데, 같이 보셨으면 해서 링크를 첨부한다. 

첫 링크는이 부부의 작업물인데, 요리책이 특히 귀엽다. 중간 정도에 이 책의 표지가 나온다. 

https://fishinkblog.com/2021/06/21/ruth-and-james-mccrea-childrens-illustrator...

두 번째 링크는 이 부부가 헤밍웨이 책 표지 한 것만 모아 놓은 것 

https://graphicarts.princeton.edu/2018/05/23/ruth-and-james-mccrea/

 

 

IP : 108.20.xxx.18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24.6.24 11:56 AM (118.235.xxx.7)

    책표지 공유 감사합니다
    인상적이네요

  • 2. ...
    '24.6.24 12:02 PM (108.20.xxx.186)

    책표지와 더불어 이 분들의 일러스트 작품들이 꽤 오래 전 것인데도, 생동감 있고 예뻐요. 그래서 공유하고 싶었어요. 저도 감사합니다.

  • 3. 책자체는
    '24.6.24 12:03 PM (223.62.xxx.59)

    좀 유치하죠
    헤밍웨이 팬이지만 치기어린 젊은 나이에 쓴 글이니 감안하고 읽어야죠.

  • 4. ...
    '24.6.24 12:13 PM (108.20.xxx.186) - 삭제된댓글

    저도 처음에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별로였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만에 이 책을 다시 읽고는 제가 어릴 때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음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좋아하게 되었구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서 주인공이 그토록 동경하던 시기와 인물들이 헤밍웨이와 그 친구들인데, 헤밍웨이는 나이가 들면서 이 시절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여름이면 이 책을 꺼내는 제 남편은 1차 대전 후 키득거림과 냉소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던 젊음의 기록이라 말하더군요.

  • 5. ...
    '24.6.24 12:18 PM (108.20.xxx.186)

    저도 처음에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별로였는데, 거의 20년 가까이 만에 이 책을 다시 읽고는 제가 어릴 때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었던 젊음의 시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좋아하게 되었구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서 주인공이 그토록 동경하던 시기와 인물들이 헤밍웨이와 그 친구들인데, 헤밍웨이는 나이가 들면서 이 시절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것도 재미있어요.

    여름이면 이 책을 꺼내는 제 남편은 1차 대전 후 키득거림과 냉소를 같이 할 수 밖에 없던 젊음의 기록이라 말하더군요.

    의견 나눠서 감사해요. 즐거운 점심 시간 보내세요.

  • 6. ...
    '24.6.24 12:24 PM (108.20.xxx.186)

    의견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쓰려고 했는데, 중간에 '주셔'는 어디로..

    223님 이번엔 제대로 쓸께요. 의견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12583 올해수시원서(4등급) 어찌해야할지 부탁드립니다 ㅠ 입시 03:10:45 18
1812582 살면서 신비롭거나 아직도 가슴 뛸 정도로 뿌듯한 일은 무엇인가요.. 마음이 03:09:29 36
1812581 남편과 재밌게 사는 법 알려주세요 인생노잼 02:48:43 122
1812580 지금 계신님 잠들을 깨신건지 아직 잠자기전인건지요 3 ㅁㅁ 02:48:39 106
1812579 툴젠 추천한 사기꾼 3 너알아 02:33:28 305
1812578 김용남은 어떻게 되나요? 1 민주당정신차.. 02:33:11 229
1812577 삼성역은 꼭 재시공 바랍니다 02:13:48 192
1812576 삼성.닉스...성과금이 모두 똑같이 지급돼는건가요?금액 1 별별 01:52:34 410
1812575 대딩신입 아들 여사친이 많아 걱정아닌 걱정중. ........ 01:04:03 525
1812574 K컬쳐가 글로벌 인기라는데 4 ㅎㄹㄹㅇ 00:44:09 964
1812573 아니 검사 출신이 대부업을 하면서 금융원장 자릴노려? 11 민주당꼴우스.. 00:39:27 1,051
1812572 월정사 1 오대산 00:37:58 583
1812571 무주택 집 매매할때 전세 끼고 살수 있나요? 2 .. 00:35:48 437
1812570 미국시장 분위기 안나쁘니 연휴 편히 보내면 되겠네요. 1 ㅇㅇ 00:32:55 721
1812569 전세계적인 출산율 하락, 이유는? 5 글쎄요 00:27:17 787
1812568 BBC 뉴스, 거짓증거로 한배우 인생 아작내놓았다고 나오네요 6 ……. 00:16:45 2,560
1812567 스타벅스 작년 한해 사용하지 않은 충전금이 '4천억'이래요 5 돈놀이 00:10:22 1,335
1812566 뉴이재명 집단 진짜 이재명 지지자가 아니죠 14 ........ 00:08:21 389
1812565 스벅은 요단강 건넜어요 9 벨레아웃 00:06:33 2,735
1812564 돈대박 난 남편 vs 공부대박 난 자식 어떤게 좋으세요 17 50대 아줌.. 2026/05/22 1,739
1812563 "아버지가 스벅 운영하는데" ..윤호중 '불매.. 8 2026/05/22 2,712
1812562 고발사주건 제보자 조성은씨 페북(펌) - 김용남 후보 기사 관련.. 16 .. 2026/05/22 827
1812561 미장 요즘 넘 좋네요. 15 미장 2026/05/22 2,173
1812560 비누로 머리감고 비듬 생기기도 하던가요 4 땅지 2026/05/22 546
1812559 이재명 싫어해도 이건 못당하실껄요? 17 Oo 2026/05/22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