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올해 마흔 넷.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하여
외조모님이 저를 키워주셨죠.
제 나이 서른 여덟에 울 할매 돌아가셨는데 어찌나 울었나 몰라요.
입관 할 때 들어가서 할매 옷 갈아 입히는거 봤는데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네요.
지금도 울 할매가 너~무 보고 싶은데
며칠 전 이모한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죠.
외조부한테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를 통해서 혼외자를 만드셨다구요.
당시 전문직인 울 할아버지셨는데 직장에서 만난 20대 여자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때가 울 할아버지가 40대 후반.
집안끼리 혼사로 울 할머니 스무살 꽃띠에 시집와서
홀 시어머니의 매서운 시집살이하면서
육남매 키우며 집안 살림하고
술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울 할아버지 덕분에
월급날엔 항상 얇은 월급 봉투만 받아보셨데요.
참 힘들게 사셨어요 우리 할머니.
그런데 지금의 제 나이 쯤에 그 험한 꼴을 당한거더라구요.
세상에. ㅠㅠ
할머니를 화장해서 납골함에 모실 때
우리 할머니 몸에서 나온 무릎 연골 두 개를 봤을 때
너~무 울 할머니가 가여웠는데
이런 기막힌 일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으니
더 기가 막힙니다.
살아 생전에 저와 사촌동생들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작고하신 이후,
저희가 모두 알게 되었어요.
울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끝까지 비밀로 하시고 싶으셨나 봅니다.
하늘의 별이 되신 우리 할머니.. 참 불쌍해요 전.
지금 살아 계시다면 그냥 아무 말없이
그냥 꼬옥 안아주고 고맙다.. 사랑한다.. 수고하셨다란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