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링을 하러 치과에 갔어요.
사람들이 많길래 오늘 치과가 바쁜 날이구나 짐작은 했어요.
제 차례가 되어서 검진후 스케일링 시작, 날카로운 찡소리 으악 공포의 기계가 돕니다.
치과는 항상 겁나지만 반백년 넘게 산 아줌마가 그것도 푸바오 몸매로 떨면 창피하잖아요 그래서 꾹참고 누워 있었어요. (그나저나 우리 푸바오 스케일링 해야할것 같던데...강아지는 가끔 하던데 곰은 안하나부다)
간호사분이 여기저기 속도도 빠르게 치석 제거를 해주는데 안내 데스크에서 어떤 아저씨가 큰 목소리로 불만시연을 시작합니다. 언뜻 들어보니 진상부리는게 딱 느껴져요.
갈수록 커지는 이 개저씨 목소리에 무섭고, 윙거리는 기계는 치아 구석구석을 스케일링 하고 이건 뭐 공포 더블콤보팩이었어요.
다 끝나고 정신줄은 날라간지 오래고 한순간에 평화롭던 치과의 분위기는 얼음땡! 저 막가파라 평소 같으면 그 개저씨한테 " 다른 환자들도 있는데 목소리 좀 낮추시죠!" 한마디 했을텐데 그럼 또 치과가 저땜에 더 시끄러워질까봐 참았아요. 목소리로 싸우자면 저 단연코 1등이거든요.
계산하는데 소란스러워서 죄송하다고 저한테 사과하는 직원분은 뭔 죄이며 진상앞에서 이성의 끈을 놓치않는 치과의사 선생님까지 다들 안됐더라구요.
하여간 진상들은 남녀불문 나이불문 피곤해요.
저녁때 남편한테 오늘 치과에서 진상아저씨 하나때문에 무서웠다고 운을 뗐다가 말하기도 귀찮아서 한마디로 요약 해줬어요.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미나가 빙글빙글 마왕의 소굴로 빠지는 딱 그 기분이었어. 어질어질했어.
남편은 제가 장황하게 이야기를 시작할까봐 두려웠다가 안도하는 눈빛이었어요. -..- 안한다 안해.
그래도 웃겼는지 키득거리는 남편을 바라보며 새우튀김을 한입 베어먹었어요. 하이볼 한잔과 새우튀김은 잘 맞는군 느끼면서 스케일링 기계소리와 개저씨의 잔상은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