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의 르네상스(유럽 여행 후기)

우리 조회수 : 3,554
작성일 : 2024-05-10 22:03:55

저번에 세자매가 유럽 여행 간다고 글 썼는데

댓글에 후기 들려달라는 분도 있었고 해서 글 올립니다

그리고 며칠전 최악의 유럽 여행을 하신 분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여행은 날씨만 빼고는 다 좋았습니다

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812239

 

비즈니스석에 타자마자 음료수 서비스에 이어 테이블에 흰 테이블보를 깔고 코스 요리가 나오고

기분 만점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옛 성을 개조해서 만든 운치있는 호텔에서 2박을 하고 좋아하는 치즈와 피자를 끼니마다 먹으며 이때다 싶어 와인도 점심 저녁으로 마시고 오래간만에 뭉친 세자매는 신이 났습니다

세느강을 유람선으로 도는 시간에 비바람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사진도 예쁘게 찍지 못했어요

거대한 루브르 미술관에서 아주 작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중점으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짧은 일정을 가진 건 너무나 아쉬웠구요

그건 바티칸 박물관도 그렇고 성베드로 대성당도 그렇고 들어가서 본 게 어디야 할 정도로 여러 곳을 도는 패키지니 충분히 이해가 가구요 자유시간에 베네치아에서 한 번 로마에서 한 번 내부 구경을 한 것은 참 잘 했다 싶구요 마음도 지갑도 넉넉한 막내 동생 덕에 영화 속 같은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어요

 

그 유명한 제네바가 소박한 작은 도시임에 놀라고 떼제베를 타고 제네바역에 내리자 역 앞에 한글도 선명히 ㅇㅇ투어라고 쓰여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감격했습니다

 

스위스에서 2박은 산 속의 호텔도 운치있고 음식도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겨울에도 거의 오지 않았다는 눈이 엄청 내려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 속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융프라우는 그냥 유리창 너머로 쌓인 눈만 조금 보고 맙니다 ㅠㅠ

신록과 들꽃 위에도 눈이 수북히 쌓이구요

산에 오를 때 한나절 입으려던 경량 패딩을 3일이나 입게 됩니다

 

대망의 베네치아에 가서도 춥고 비바람이 쳐서 그림같은 풍경은 커녕 사나운 파도와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패딩과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알록달록한 일회용 비옷을 입고 세자매가 찍은 사진은

지금 다시 봐도 폭소를 자아냅니다

 

좋아하는 배우 리차드 매든을 따라가면서 본 메디치 가문을 그린 마스터즈 오브 플로렌스

다이안 레인이 주연을 한 투스카의 태양 아래서 등등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 보고 동경하던 이탈리아와 피렌체는 지금이라도 또 다시가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습니다

피펜체를 구경하고서야 겨우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토스카나의 예쁜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피렌체와 로마를 가이드해준 현지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그 가이드가 말하길 여행 온 분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 분들 중에  아직도 중세의 암흑속에  계신 분들이 많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를 르네상스 세자매라고 불렀어요

제가 그랬죠 나는 아직도 중세 암흑기에 있을지도..

그러자 가이드가 "이런 색 옷을 입은 분이 암흑기일 리가 없죠"

 

이런 색 옷..

20년도 전에 미국에 갔던 남편이 사다준 쨍한 민트색 가디건

주로 칙칙한 옷만 입던 터라 한두번 입고 서랍 깊숙히 처박혀 나오지 못 했던

수많은 이사를 하면서도 왠지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다니던

문득 볼 때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입을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러다가 유럽 여행을 간다니 이때 안 입으면 언제 입으리 하고 들고 갔던

 

남편을 잃고 더더욱 어두운 옷만 입고

안으로만 처박혀 캄캄한 터널 속 같은 시간들 속에서 그야말로 암흑기를 보내고

조금씩 밖으로 나오고 싶은 마음도 들고 취미도 가져야겠다 생각도 들 즈음

코로나가 터지고

그랬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가이드가

내게 이제는 르네상스가 왔다고

나는 이제 암흑기가 아니라고

환하게 살라고 선언을 해 준 것만 같아요

 

아!  쨍한 민트색 가디건을 입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찍은 환하게 웃는 세자매의 사진은

솜씨 좋은 가이드 덕에 인생샷이 되었습니다

IP : 60.94.xxx.9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urikoa
    '24.5.10 10:04 PM (60.94.xxx.99) - 삭제된댓글

    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812239

  • 2. 고맙습니다
    '24.5.10 10:06 PM (217.149.xxx.88)

    후기 잘 읽었어요.

  • 3. urikoa
    '24.5.10 10:07 PM (60.94.xxx.99) - 삭제된댓글

    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812239

  • 4. ㅁㅁ
    '24.5.10 10:08 PM (59.25.xxx.216)

    잘읽었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아름다운 후기에요

  • 5. 산사
    '24.5.10 10:09 PM (118.235.xxx.165)

    후기 감사합니다.
    폰으로 보니 링크가 안 열리네요.
    혹시 여행사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엄마 같은 친정언니와 언젠가 원글님같은 여행가고싶어요

  • 6. 포르투
    '24.5.10 10:23 PM (14.32.xxx.34)

    원글님 앞으로의 삶은
    그 날의 날씨처럼
    남편이 사준 카디건처럼
    늘 쨍하고 맑기를 바랍니다

  • 7. 멋지네요
    '24.5.10 10:23 PM (1.235.xxx.154)

    맞아요
    다시찾은 세상
    축하드려요
    민트색 환한 색상옷을 선택하신 그 자체가 다시 마주한세상입니다
    저도가고싶네요

  • 8. ...
    '24.5.10 10:25 PM (115.138.xxx.39)

    남편을 잃고..란 대목에서 울컥하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살아가시는 모든날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 9. urikoa
    '24.5.10 10:36 PM (60.94.xxx.99)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812239

  • 10. urikoa
    '24.5.10 10:41 PM (60.94.xxx.99)

    링크 다시 올렸습니다

  • 11. ㅇㅇ
    '24.5.10 11:23 PM (1.231.xxx.41)

    링크 따라가보았어요. 우와, 동생 넘 멋집니다. 좋은 여행 하고 오셨네요. 님이 착하게 사신 보상일듯.

  • 12.
    '24.5.11 1:29 AM (182.228.xxx.101)

    패키지로 다녀오신걸까요?

  • 13. 부러워요
    '24.5.11 9:19 AM (116.37.xxx.13)

    세자매끼리 가셨으니 얼마나 재미있으셨을까요.
    그런 자매가 있다는게 일단 넘 부럽구요.
    날씨 좋은 계절의 서유럽 너무 멋졌을거같아요.
    작년 이맘때 동유럽다녀왔는데 넘 좋았거든요.
    ㅎ올해도 가고싶지만 귀차니즘많은 여자라
    계획세우고 준비하는거귀찮고 그러네요 ㅎ

  • 14. up
    '24.5.11 10:00 AM (58.124.xxx.75)

    세자매 네무 멋지세요
    20년전 다녀왔지만
    어느 여행사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네요
    칭찬하고 싶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5170 조국 대표 3특검 3국조 관련 기자회견 6 MBC 2024/05/21 1,023
1595169 체력 약한 수험생 뭐가 좋을까요? 4 걱정 2024/05/21 1,081
1595168 카톡 잘안되는곳 문자는 되나요? 통신 2024/05/21 185
1595167 숀 펜 주연, 프로페서 앤 매드맨 영화 추천 2 옥스포드사전.. 2024/05/21 573
1595166 미국으로 인턴가기 23 hani 2024/05/21 2,828
1595165 아이패드 침대에서 볼때요 8 푸른당 2024/05/21 1,118
1595164 대박! 장시호녹취록제보자 기자회견ㄷㄷㄷ 13 .. 2024/05/21 7,075
1595163 이제 전기요와 겨울이불 넣으려구요 4 ... 2024/05/21 940
1595162 퇴폐적인 성향의 클럽 문화는 예전부터 있어왔어요. 13 ... 2024/05/21 2,057
1595161 뇌의 노화일까요. 완전 의지박약이 됐어요 6 요즘 2024/05/21 2,538
1595160 라인야후 사태에 "거북선 기술 뺏기는 꼴" 9 ㅇㅇㅇ 2024/05/21 742
1595159 육군 32사단서 훈련 중 수류탄 터져…훈련병 사망, 교관 중상 26 .... 2024/05/21 6,541
1595158 월세받는 부녀회장 ㅋㅋ 4 ㅇㅇ 2024/05/21 4,305
1595157 고마운 의사쌤께 뭘드려야ᆢ 31 ~~ 2024/05/21 3,059
1595156 주님을 믿으시는 분들께 21 질문 2024/05/21 2,207
1595155 저 모지리인가요? 4 푸른하늘 2024/05/21 1,164
1595154 성인 아이 병원 진단서 엄마가 받을수 있나요? 5 .. 2024/05/21 925
1595153 너무 불안해져서 명상시간.. 4 ㅁㅁ 2024/05/21 1,235
1595152 직장인은 5월에 세금 정신힌거 세금은 언제 내나요? 1 세금 2024/05/21 556
1595151 결혼 10주년을 깜박했어요. 15 2024/05/21 2,908
1595150 요즘 아동학대 고소 트렌드 2 .... 2024/05/21 1,907
1595149 불면증, 제시간에 자고 일어나는게 젤 중요한거 같아요 ㅇㅇ 2024/05/21 886
1595148 50대에 시작한 러닝 괜찮겠죠? 26 ..... 2024/05/21 3,128
1595147 가방좀 찾아주세요 4 ....ㅡ 2024/05/21 1,270
1595146 40대 워킹맘입니다, 30 눈치좀챙겨라.. 2024/05/21 4,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