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아이가 8살이었는데요. 두 아이 다 그 병원 소아과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더 놀랐어요.
사건이 일어나기 2년 전에 그 병원 산부인과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제 옆 침상 환자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환자 회진을 보러 왔었어요. 비교적 큰 키에 보기에도 내성적이고 말없게 생긴 그 의사는
몇 가지를 묻더니 얼른 회복하라면서 웃어주고 병실을 나갔었죠. 제 담당의사는 아니었지만 그때
우연히 본 인상이 나쁘지 않았었던 터라 그냥 그렇구나 했어요. 제 옆 환자는 의사가 정말 친절하고
크리스천이라는데 정말 믿음이 있는 사람 같더라....그랬죠. 그땐 제가 교회를 다니기 전이라서 별 감흥이 없었고, 퇴원하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나서 그날을 잊어버렸어요. 그 후 애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녹색어머니 활동하는 엄마들끼리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의사 이름이 나온 거에요.
설마 그 사람일리가 했는데 자기가 근무하는 병원 옥상에서 아내를 밀어 죽였다는 거에요. 더 놀라운 건 경비원에게 아내가 투신했는데 신고 좀 해달라고 시신 수습도 도와달라고 했대요. 더 기함할 일은
첫번째 시도에서 수면제를 주사했는데 아내가 깨어나서 실패했고 이번 두번째 시도는 집에서 수면제를 먹이고 또 깨어나 복통이 시작되서 응급실에 데려다놓은 채 어지럽다는 사람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탄 거에요. 옥상으로 가기 위해서죠. 그땐 강의실에서 이미 기다란 케이블을 준비해서 도착하자마자 뒤에서 목을 졸랐대요. 그런데 살아난 거죠. 남편이 자길 죽이려 했다는 것을 인지했으니 그 의사는 어쨌거나 끝내야했는데 병원 옥상에서 등을 밀러 추락시킨 거에요. 여자는 두개골 파열로 즉사했고, 사건은 그렇게 묻히나 했대요.
그런데 뭔가 수상함을 느낀 경찰이 두 가지를 언급했는데 자살시도하는 사람은 멀리 떨어질 수가 없다는군요. 그 자리에서 수직낙하를 하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걸리지 않는 한 머리부터 추락하는 거죠.
그런데 도움닫기를 한 것처럼 혼자 낙하하기에는 멀리 떨어진 지점에 떨어진 거에요. 그것 하나와
CCTV로 확인하니 둘이 올라가서 혼자 내려온 게 바로 찍혔던 거죠. 계획살인이긴 했지만 그 점을 미처 생각을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겁니다. 암튼, 경찰수사에 따르면 환자와의 외도때문에 불화가 시작되었고 이혼하자는 아내에게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그건 안된다고 극구 반대를 하다가 살인까지 이르게 된 거였죠. 두 아이는 남편의 부모가 양육한다고 하던데 지금쯤 출소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그 후로 그 병원 산부인과는 안 가게 되었고, 애들 소아과도 다른 병원으로 옮겼어요.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나라이니 얼마 안 가서 묻혔지만, 뉴스 기사에도 나왔었고 인터넷을 달구었던
소식이었죠.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병원은 어지간해서는 가기 무서워요. 그 옥상은 그대로고
어디선가 원혼이 떠돌것 같아서요. 의사라서가 아니라 살인범을 미리 봤었다는 게 소름끼치고
그렇게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이 돌변했다는 게 끔찍해서요. 어제 사건 듣고 생각이 났네요.
전 그 후로 성악설을 믿게 되었어요. 사람 속은 부모라도 모르는 것 같아요. 세상이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