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유혈낭자, 파란만장, 뭐 그랬어요.
가족 뿔뿔이 흩어지고, 치고박고 찌르고 상하고 죽고 난리난리.
그런데 전 그 와중에 별로 슬퍼하는 법도 없이
일상을 이어서 살았고
정말 깨방정 발랄하게 학교에서 개그맨 역할 하고
진학하고, 결혼하고 애낳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인생이 다시 리플레이 되는 기분.
30부터 다시 과거 역주행 시작되는 것 처럼 우울, 불안, 분노, 다 휩쓸고 가요.
이제 50.
미운 사람도 원망도 없는데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다음,
특히 티비볼 때 가족 테마 나오면 그렇게 울컥하고 눈물 나오고.
혼자 많이 눈물 훔쳐요.
제가 다른 프로그램 안보는데 연애남매 꼭 챙겨보거든요
거기서 가족끼리 알콩달콩 하는거, 챙겨주는거, 현실남매 싸우는거,
부모때문에 슬퍼하는거 보면서 그렇게 울어요.
괜찮지 않았나봐요. 참 멀쩡하게 살았는데.
불화했던 가정, 그 안에서 억눌렸던 내 감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다 속에서 스며나와요.
짠물, 핏물, 구정물..
그런데 어쩜 눌러놨던게 날라가지도 않고 이렇게 다 나오죠?
그 당시 하나하나 제대로 느끼고 인정하고 흘려보냈으면
제가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