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349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5769 밥값 진짜 진짜 비싸네요 15 외식 2024/05/25 8,630
1595768 비트코인이요.. 2 .. 2024/05/25 1,319
1595767 벤처 캐피탈리스트 전망이 어떤가요? 2 독수리 2024/05/25 405
1595766 미니멀 하다보면 물욕도 자연스레 없어져요 7 2024/05/25 2,654
1595765 미용실 클리닉 비싼거 해야 하나요 3 ... 2024/05/25 1,606
1595764 군대간 아들땜에 cctv앞 대기중 13 웃기당 2024/05/25 4,420
1595763 엔디비아 어떻게 될까요 4 see 2024/05/25 2,462
1595762 버닝썬 bbc에 뜬 거 가리려고 9 ㅇㅇ 2024/05/25 3,866
1595761 선업튀, 같이 추리해봐요 5 선업튀팬 2024/05/25 1,318
1595760 윤석열은 특검 수용하라! 거부하는 자 범인이다! 3 응원합니다 .. 2024/05/25 491
1595759 눈썹 그리는 미술용품 펜슬 7 오래 전 2024/05/25 2,252
1595758 90년대 감성 좋아하시나요? 4 ........ 2024/05/25 1,277
1595757 넷플릭스 슬픔의 삼각형 보신분? 9 ... 2024/05/25 2,978
1595756 떡이 짜요 1 떡순이 2024/05/25 580
1595755 새로고침에 연상연하 부부 월 천이 생활비 아니지 않나요? 2 .. 2024/05/25 2,007
1595754 강형욱한테 하대받았다는 견주.jpg 12 ... 2024/05/25 7,069
1595753 떡딱해진 소금은 4 2024/05/25 1,040
1595752 카드한도 문의입니다. 2 토욜 2024/05/25 687
1595751 당신들이 진짜의사입니다 3 의사 2024/05/25 1,652
1595750 한약은 마진이 얼마나 돼나요? 13 ㅓㅓㅓ 2024/05/25 3,104
1595749 저보고 지겹다는 남편에게 어떻게 대할까요? 14 50대 남편.. 2024/05/25 5,429
1595748 아래 사춘기 딸 돌변 글을 읽고 4 사춘기 2024/05/25 2,168
1595747 50 넘어 아이스커피에 눈떴어요^^ 8 2024/05/25 3,500
1595746 인스턴트 커피 뭐 드세요? 22 커피 2024/05/25 3,227
1595745 왠지 우리나라 몇년후에 남미처럼 될거같애요 17 미래 2024/05/25 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