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330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5512 코디좀 봐주세요!! 7 ㄹㅎㅎ 2024/05/22 964
1595511 오늘의 버리기 5 2024/05/22 1,138
1595510 아무도 안만나고 사는게 제일 편하고 좋은분있나요? 27 Aa 2024/05/22 4,383
1595509 라인 결국 뺏겼나요? 7 .. 2024/05/22 2,040
1595508 땡겨요 파리바게뜨 반값입니다 11 ㅇㅇ 2024/05/22 3,149
1595507 의대 증원 한다니 기껏 한단 소리가 8 의대 2024/05/22 1,571
1595506 이제 반팔 입으시나요? 5 옷을 2024/05/22 1,584
1595505 살면서 욕조 없애는 공사 해보신분? 7 참나 2024/05/22 1,232
1595504 살이 왜 안빠질까요.. 나잇살이 무시못하나요. 21 ........ 2024/05/22 3,567
1595503 딸아이와 강릉 여행 6 강릉 2024/05/22 1,316
1595502 나혼산 썬크림 배우 따라서 부침개 해먹을라구요 8 기대 2024/05/22 2,413
1595501 강형욱 어디서 떠서 독보적인 개통령자리까지 온거죠? 37 수요일 2024/05/22 5,401
1595500 나무진액 묻은거 세탁 어떻게 해야하나요??ㅜㅜ 1234 2024/05/22 195
1595499 음식에 거의 간 안하는 사람이 자꾸 반찬주고 음식 싸와서 미치겠.. 37 ... 2024/05/22 4,626
1595498 개밥그릇 깨끗히 안닦았다고, 핥아닦으라고 8 2024/05/22 2,171
1595497 성형외과갈때도 신분증 가지고 가야하나요? 3 ㅇㅇ 2024/05/22 904
1595496 손원평 아몬드 읽어보신 분 3 ㅇㅇ 2024/05/22 1,182
1595495 요거트 팩. 해보신 분 계세요 ~~? 3 그냥 2024/05/22 697
1595494 의대교수들 대탈출 준비 중이라네요 56 복지부 2024/05/22 7,124
1595493 분당 수내동 수학과외나 개별진도 수학잘하시는 학원좀 추천해주세요.. 5 민구 2024/05/22 397
1595492 부대찌개 못드시는분 계세요? 5 ,, 2024/05/22 1,214
1595491 강형욱 요새 사건터지는거 보니 8 . 2024/05/22 5,250
1595490 통장의 돈을 인출해서 줄 때 10 2024/05/22 1,398
1595489 미국주식 상장폐지ㅜ 4 ... 2024/05/22 2,355
1595488 ㄱㅎㅈ 때문에 홧병날거 같은거 저만 그래요?? 21 ㅇㅇ 2024/05/22 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