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할아버지상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예요.

와사비 조회수 : 1,334
작성일 : 2024-05-03 09:02:04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어요. 얼마 못버티실것 같다는 연락받고 할아버지 손과 발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말씀드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지 사흘만에 떠나셨어요. 가쁜 숨으로 대화는 어려웠지만 응,응. 힘겨운 대답과 눈 깜빡임으로 최선을 다해 소통해 주신 모습이 저에게 마지막 기억이 되었네요.

 

엄하셨던 우리 할아버지. 강인한 바탕에 속이 여리시고 또 표현은 투박하게, 손녀 등 툭툭 치며 웃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미소와 거친 손이 눈에 선한데. 그 모습 떠올리면 목이 메이고 너무 그립네요.

 

얼마전 할아버지께 다같이 다녀가기도 했고, 남편 업무가 하필 바쁜시즌이라 할아버지 장례식 참석하는데 나도 모르게 남편눈치를 좀 봤어요. 애들 볼테니 혼자 다녀오라고 얘기하는 남편한테 마음 상해서 반나절 입 다물고 있었고요. (당연히 가야되는거 아니냐고 따질까 고민만 반나절) 남편이 생각을 바꾸곤, 아니다 같이 가자. 해서 아이들 시부모님께 맡기고 장례식에 참석했어요.

 

도착했더니 손주들 중에서 제가 제일 꼴찌로 왔네요. 사촌오빠들과 새언니 그리고 어린 조카들 모두 데리고요. 너희 바쁜데 너무 애쓰지 마라 하는 부모님 말씀에 그런가보다 했던 핑계를 생각해보지만 정말 아차싶었어요. 우리 엄마아빠가 면이 안서셨겠구나. 시부모님께 애들 맡기고 시부모님이 챙겨주신 봉투 들고 왔건만 사촌들은 사돈어르신까지 모두 와주셨네요. 어려워라.

 

시간이 늦기 전에 새언니와 어린 조카들 그리고 저희 남편은 먼저 집으로 보냈어요. 손님들 모두 떠난 새벽에 손주들끼리 모여앉아 몇년만에 수다떨고, 봉투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네요. 편하게 울고 웃고, 여기저기 대충 쪽잠 자고 일어나 발인 하고 이제 혼자 집으로 갑니다. 

 

애만 낳았지 어른인듯 어른 아닌 제가. 집안의 큰일을 치르면서 마음도 머리도 어지러웠어요. 친구들한테 구구절절 얘기하기도 그렇고해서 여기에 그냥 주절주절 해보아요. 조사는 꼭 다녀와야겠구나 마음 먹어보고요. 봉투엔 이름도 반듯하게 적어야겠더라고요. 남편은 남편대로 애썼으니 집에가서 고맙다 말해주려고요.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 잘 드리고요. 

 

어른을 잘 하고 계신 모든분들 존경합니다.ㅎㅎㅎ 인생 매너와 지혜 그리고 센스를 열심히 키우길 희망하며 글을 급히 마쳐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

 

 

IP : 118.235.xxx.21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
    '24.5.3 9:22 AM (14.32.xxx.100)

    이런 글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어른이기 힘들죠. 보고 배운게 없어서요
    저도 봉투에 꼭 반듯하게 이름 넣겠습니다.
    돈도 한 방향으로 넣은거 보니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마음은 내가 신경 쓴 만큼 느끼게 되있나봐요
    남편분도 이번에 보고 느낀 점 많으실거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93943 공폰 어디서 살까요? 7 ... 2024/05/18 971
1593942 운전시 썬그라스 진한색? 12 .. 2024/05/18 981
1593941 kt 휴대폰 무약정 가입시 6개월 유지가 의무인가요? 7 .. 2024/05/18 438
1593940 친구 남편의 불륜 말해줄거 같나요? 106 2024/05/18 19,415
1593939 백마 화사랑.. 18 아침엔 사과.. 2024/05/18 3,062
1593938 1인가구 두유제조기 작은거 사는게 낫나요? 6 2024/05/18 1,133
1593937 토요일 전세 계약하는 것도 있나요? 4 ... 2024/05/18 1,161
1593936 공무원사회도 직장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34 귀여워 2024/05/18 5,465
1593935 진짜 웃기는 '시'짜들. 다 이런건 아니죠? 35 ㅇㅇ 2024/05/18 4,027
1593934 펌,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해병의 어머.. 23 가져옵니다 2024/05/18 4,808
1593933 10시 양지열의 콩가루 ㅡ 데이트 폭력이 남일이 아닌 진짜 이.. 1 같이봅시다 .. 2024/05/18 682
1593932 일본여행자수는 착시 현상이 있음 9 ㅁㅁ 2024/05/18 2,149
1593931 인테리어 하는데 에어컨... 7 키친핏 2024/05/18 1,157
1593930 지난 번에 올라온 침대에서 하는 운동... 2 운동 2024/05/18 1,785
1593929 이게 광장시장 만원짜리 순대래요 18 ㅇㅇ 2024/05/18 13,032
1593928 이렇게 먹고 배가 터질듯 한데 위가 줄은걸까요 12 ……… 2024/05/18 2,149
1593927 예전엔 트렌치 정말 짧게 입었는데 3 2024/05/18 1,876
1593926 창포물에 머리감는 창포가 노랑꽃창포도 포함인가요? 2 .. 2024/05/18 393
1593925 고등아들 고기먹여 조금더 클까요 16 2024/05/18 2,090
1593924 사과값이 이 지경인데 .. 51 부글부글 2024/05/18 5,453
1593923 남편이 당뇨 판정을 받았어요 식사 궁금증입니다. 15 식사 2024/05/18 3,163
1593922 이상한 손윗 형님. 18 2024/05/18 5,305
1593921 강남쪽 대상포진 신경치료 잘 하는 곳 좀 하루 2024/05/18 449
1593920 캐나다의 주거 환경 안좋네요. 33 2024/05/18 13,789
1593919 오늘의 맞춤법 8 .... 2024/05/18 1,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