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이 들수록 엄마와 닮아가는 나

걱정돼요 조회수 : 2,572
작성일 : 2024-05-02 19:05:11

제 친정엄마는 누가봐도 좀 특이한 분이세요.

키는 150인데 카리스마가 어릴 때부터 남달랐대요. 학교 다닐 때부터 일진은 아니지만 친구들 가방 모찌?를 너무나 당연하게 시키셨고 맏딸인데도 집안일 심부름 한 번 안 하고 할머니한테 맞섰고, 결혼도 두메산골 출신 개룡남 아버지랑 해서 서울 부잣집 딸인 엄마가 결혼해 준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라고 평생 아버지 위에 군림하셨어요. 사실 외갓집이 그렇게 부잣집도 아니었는데 할아버지가 공무원이라 승용차랑 기사가 지원이 됐었나봐요. 내 친구 아빠는 마차끄는 마부였는데 (즉 마차가 서울 거리에 돌아다니던 그 시절) 나는 수학여행 갔다오면 아버지가 삐까번쩍한 차로 서울역 앞에 마중 나와서 픽업하셨다고. 전교생이 다 보면서 부러워했다고. 외갓집이 성북동이었는데 지금도 방송에 가끔 나올만큼 근사했다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자랑이 끝도 없어요.

 

다 좋아요. 엄마는 장점이 많았으니까요. 인정많고 남한테 베풀기 좋아하고 유머감각이 남달라서 말도 재밌게 하시고 쇼핑의 달인이라 친구들 몰고 백화점에 가서 이것저것 골라서 사주는 것도 좋아하시고, 언제나 주위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했어요. 도우미 이모님들 역시 또 카리스마 있게 척척 지휘하셔서 항상 저녁상은 고급 요릿집 잔칫상같았고요. 

 

그런 어머니고, 누구보다 저를 제일 많이 사랑하셨는데, 자라면서 점차 저에게도 엄마 성격의 단점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세요. 내 말만 말이다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잘 된다. 남보다 지식이나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닌데 무조건 당신 뜻대로 주위를 통제하려는 성향.

 

말이 많은 편인데 입만 열면 자기 자랑 아니면 남 탓. 특히 아버지 탓. 평생 묵묵하게 소처럼 일만하시고 엄마가 하라는 데로 돈만 벌어다 주고 그 어떤 일탈도, 아니 말대꾸 한번도 못하고 꽉 잡혀 사셨던 분인데요. 그런데도 뭐가 수틀리면 엄마는 아버지를 쥐잡듯이 하고 다 아버지 탓이라고 원망하셨어요. 

 

조금이라도 귀찮은 일은 절대로 안 하고 남들 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셨어요. 왜 우리집엔 항상 도우미 이모 언니들이 두 명씩 있을까, 우리집이 무슨 티비에 나오는 재벌집도 아닌데. 그럼 엄마는 엄마가 심장이 약해서 집안일을 할 수 없다고 하셨어요.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저는 자랄 때 엄마 아빠의 장점만 골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 말이 기뻤어요. 엄마의 재치와 센스, 말주변, 그리고 아빠의 평정심 인내력. 멋진 조합이다 생각했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저도 점점 엄마를 닮아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꾸 마음이 조급해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내 뜻대로 안 되면 화가 나고 남 탓을 하게되고 특히 남편이 제일 원망스럽고 그런 비판적인 말들을 남들한테 거리낌 없이 다 해서 부정적인 기운을 퍼뜨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아이는 사춘기 저는 갱년기 남편은 퇴직. 힘든 시기가 될 수도 있는데 제가 이렇게 흑화하면 안 되잖아요. 외모나 지능보다 더 강한 유전자가 성격이라던데. 걱정이 커요. 이런 경우 잘 극복하는 방법 아시나요? 

IP : 74.75.xxx.12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중국영화의
    '24.5.2 7:10 PM (112.152.xxx.66)

    돼지촌 촌장 같으시네요 ㅎㅎ
    장점이 차고 넘치시네요
    하지만
    원글님도 엄마처럼 부자친정에 리더의 자질이 있으시다면
    고칠필요가 있을까요?
    남편만 비난하지 않으면 될것 같은데요?
    자랑은 들어보니 다 맞는말 이구요 ㅎㅎ

  • 2. 외모도
    '24.5.2 7:11 PM (74.75.xxx.126)

    점점 엄마 같아져요. 얼마 전 운전 면허증 갱신하려고 증명사진 찍었는데 갑자기 엄마 사진이 나오는 거예요. 얼마나 당황했는지. 예전엔 아빠 지인들은 아빠 닮았다고 하고 엄마 지인들은 엄마 닮았다고 하고 두 분 다 아시는 분들은 두 분 다 닮았다고 하셨는데요. 온화한 아빠의 인상이 차차 지워지고 좀 공격적인 엄마 기운이 느껴지는 외모가 되고 있네요 ㅠㅠ

  • 3. 알면
    '24.5.2 7:16 PM (115.21.xxx.164)

    반은 성공이에요. 내자식들이나 그냥 울엄마 이런가보다 넘어가지 평범하게 살아온 다른집 자식들이 사위 며느리 되면 고집센 어른은 안보고 살게 되고 그게 결국 내남편 내자식을 힘들게 만드는 거거든요ㅡ.

  • 4. 걱정말아요 그대
    '24.5.2 7:19 PM (114.203.xxx.84)

    원글님은 적어도 본인에 대한 자기성찰이 있으신 분이라
    걱정하는 그런 친정엄마의 모습으론
    변하지 않으실거라 봅니다

  • 5. 걱정뚝
    '24.5.2 8:00 PM (125.132.xxx.86)

    저도 윗분 말씀에 공감이요
    원글님 자기객관화가 되시는 분이라
    설사ㅠ엄마의 단점이 발현된다고 하더라도
    계속 자기성찰하시면서 교정하시면 될 듯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6213 김치찌개 끓였어요 3 2024/09/04 1,425
1626212 요즘 애들이름 너무 오글거려요 77 ... 2024/09/04 23,276
1626211 생선 어디에 구우세요? 16 주부 2024/09/04 2,840
1626210 유럽 역사 재미있는 소재들이 참 많네요 11 2024/09/04 1,500
1626209 손해보기싫어서 드라마 다 본 분 .... 2024/09/04 1,587
1626208 강남쪽 미술학원 추천해주세요 12 .... 2024/09/04 710
1626207 저녁 뭐 하셨어요? 8 오늘은 2024/09/04 1,504
1626206 갑자기 쿵 하고 땅꺼지는 느낌? 3 갑지기 2024/09/04 2,356
1626205 성범죄 대응 TF 해산한 굥정권 2 기레기아웃 2024/09/04 708
1626204 볼뉴머 300샷에 보톡스 맞고 왔어요. 4 2024/09/04 1,791
1626203 수저 3 땅지 2024/09/04 717
1626202 푸바오 쉬샹인터뷰나왔네요 아직까지 검진안했답니다 22 .. 2024/09/04 2,816
1626201 햇빛알러지 심하신 분들 여름에 바다로 여행 가시나요? 8 .. 2024/09/04 866
1626200 티슈브레드 먹어보셨어요? 3 00 2024/09/04 1,788
1626199 인스타팔이 호구가 저네요. 17 ㅇㅇ 2024/09/04 5,555
1626198 간헐적 단식 1 50대중반 2024/09/04 847
1626197 대란, 특란 뭐가 더 커요? 6 ........ 2024/09/04 2,488
1626196 등갈비 김치찜할때요 6 ..... 2024/09/04 1,252
1626195 배달음식에서 곰팡이핀 토마토 먹었어요 ㅠ .. 2024/09/04 681
1626194 모임그만둘때 10 ll 2024/09/04 2,033
1626193 다발성 자궁근종 수술 해야 하나요? 5 000 2024/09/04 1,037
1626192 한기범 근황 6 ㄱㄴ 2024/09/04 5,608
1626191 어묵들이 더 달아졌네요. 너무 달아요 6 ㅊㅇㅇ 2024/09/04 2,113
1626190 유통기한 7월 20일까지인데 너무 멀쩡한 두부 4 2024/09/04 1,553
1626189 윤도 업적도 있네요 10 jhgf 2024/09/04 2,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