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착한 일은 아니고

조회수 : 936
작성일 : 2024-04-04 23:18:03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에요.

 

어느 건물 1층 점포에 볼일이 있었는데 여긴 입구가 대로를 향해 있거든요.

보통의 가게나 카페처럼, 거기로 들어가면 돼요.

건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 입구를 향해 가다가, 건물 옆에 난 유리문 앞에 섰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서, 급히 내려 걸어가던 제가 너무 거지꼴일 것 같아서요 ㅋㅋ

유리에 비친 머리를 보고, 대충 다듬고 얼른 지나쳐 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저를 부르는 것 같아요. 잘 안 들리는 소리로.

네? 하고 뒤돌아 보니

어떤 할머니가 저만치 멀찍이 서서 

저를 보고, "안 들어갈 거예요...?"

작은 소리로 묻더군요.

 

???

"네, 안 들어가는데요...?" 하고
내가 건물에 들어갈 건지 아닌지 저 분이 왜 궁금하시징?

하는 순간, 알 것 같았어요.

그 분이, 어른 보행 보조용 유모차 같은 걸 앞에 잡고 있었거든요.

유리문은 제가 거울처럼 비춰 볼 수 있었으니... 닫혀 있었고

그 분은 아마 그 무거운 문을, 밀어 열 힘이 없었거나

보행차를 끌고 문을 잘 열 수 없었던가 봐요.

 

가까이 가서 "들어가시려구요?" 하니까

"어... 들어가는 줄 알고 막 쫓아왔는데..."
하시는 거예요. ㅎㅎ

막 쫓아왔는데 아직도 저에게서 그만큼이나 멀리 있었던 거였어요.

아니 뭐 문 열어 드리는 게 힘든 일일까요.

이리 오세요, 열어 드릴게요, 하고 열어 드리고

그 분이 천천히 들어가시는 걸 보고

다시 나오실 거면 문 닫지 말까요? 네, 안 닫을게요~.

하고 저는 제 볼일 보러 갔어요.

 

뭐 착한 일 했다는 게 아니고 ㅋㅋ

아... 정말, 어릴 땐 몰랐는데.

요즘은 저도 아무 이유 없이 어깨가 아파요. 팔도 아프고.

타자 많이 치니 손목도 아파요.

체력은 별로여도 악력은 누구에게 크게 지지 않는다는 쪼그만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젠 쨈병이며 돌려 여는 편의점 커피 병도 잘 못 열겠어요.

아직 열긴 여는데, 죽어라~ 힘줘서 열고 우와 손목 아파! 하고 고통스러워하고요.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그러니 저에게도 천천히 걷는 날이 오겠죠.

지금은 쓱 밀고 지나갈 수 있는 두꺼운 유리문이, 큰 벽처럼 느껴지는 날도 올 거예요.

 

예전엔,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될 거라고 생각은 해도

그게 마치 사람들이 보드 타고 날아다니는 미래가 올 거라는 말처럼 

멀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젠, 그 날이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나이든다는 건, 작고 약하고 희미해져 간다는 거.

언젠가 저도 똑같이 걸어갈 그 길을... 먼저 가는 사람들을 볼 때

멀고 낯설고 나랑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도울 수 있는 건 쓱 돕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기.

못 듣고 못 보고 지나치지는 않게, 잘 둘러보기.

그러고 싶어서 남겨 봐요.

IP : 112.146.xxx.20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4.4 11:25 PM (203.236.xxx.188)

    흐뭇하네요.
    복 많이 받으세요^^

  • 2. ..
    '24.4.4 11:34 PM (59.9.xxx.174)

    짝짝짝!!!
    참 잘했어요!!!
    ㅎㅎ 우리도 그런 날을 향해 천천히 가고 있죠.
    모임에 어떤 이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니
    남 일 갖지않고요.
    암튼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싶네요.

  • 3. 착한일
    '24.4.5 6:57 AM (59.6.xxx.156)

    맞죠. 착한 일 다정한 일 숨쉬듯하며 살고 싶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91003 저희집 숟가락도 은수저인가요? ... 21:11:49 38
1791002 사각팬티 문의해요 2 별미 21:07:53 57
1791001 아들이 회계사 공부중인데. 5 회계사 21:03:42 557
1791000 민주당 집 짓는다는거 뻥같아요 11 웃겨요 20:57:33 463
1790999 묽어서 바르기 쉬운 바디로션 추천해주세요 1 로션 20:57:04 101
1790998 부부싸움후 밥 차려주나요? 8 고민 20:55:53 356
1790997 우롱차밥 우롱차 20:54:25 101
1790996 내가 너무 아까워요 아직 이쁜거 같아요 5 20:53:25 575
1790995 겨울인데 전기세를 어디에 그렇게 많이들 쓰는걸까요? 4 /// 20:51:28 426
1790994 이 아파트 사라마라 해주세요. 6 ㅇㅇㅇ 20:47:57 660
1790993 저도 개이야기를 합니다. 10 어쩌다 20:47:22 413
1790992 20살 아이가 한가지만 아는 성격같은데 이거 20:45:24 178
1790991 패딩 브랜드 어디건지 넘 알고 싶어요. 6 패딩 20:45:04 577
1790990 주식카페 어디로 들어가세요 6 기분좋은밤 20:41:24 397
1790989 “미국 하이마스 제쳤다”…노르웨이, 한화 다연장포 ‘천무’ 도입.. 2 ㅇㅇ 20:39:34 654
1790988 너무 회사다니기 싫은데 어떻게 극복할까요 5 ㅇㅇ 20:39:02 405
1790987 영어과외샘 선택으로 고민중입니다 3 수리야 20:38:19 163
1790986 개별주는 무서워서 못해요 3 소심한 주식.. 20:35:49 695
1790985 여러분 7월에도 빨간색이 생겼어요! 3 ㅇㅇ 20:32:45 969
1790984 와....명신이 징역1년8개월과 형량 비슷한 죄들 6 .. 20:31:08 630
1790983 자식도 돈앞에 굴복하네요 18 20:30:19 2,126
1790982 왜 아줌마들은 주어를안쓰는지 3 ... 20:26:30 776
1790981 차은우 집유 못 받으면 실형 가능성 빼박이라는데요 1 아까 기사 .. 20:26:06 978
1790980 진태현, 박시은 씨 드라마에서 봤으면 좋겠네요 2 ... 20:25:22 584
1790979 미용실마다 염색 퀄리티 차이 2 궁금이 20:24:36 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