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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추억

어릴적 조회수 : 570
작성일 : 2023-12-12 11:47:46

초등학교 1학년때 였을 거예요

시골 살았는데 큰길가 가까운 초가집이었어요

비오면 낙수에 흙마당이 패이고

볏지붕 사이에 굼벵이도 보이는 집이었어요

대문이 따로 없었지만

집쪽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커다란  석류 나무가 있었고

큰마당  앞쪽으로

해마다 주렁주렁 열리는 감나무 대여섯그루가 있는 집이었어요.

초여름무렵 쯤

엄마가 심하게 아프셨는데 아빠는 출근을 하셨고

동네에는 약국이 없어

제가 버스를 타고 혼자 읍내에 나가 약을 

사온다 했는데

엄마가 너무 아프셨는지 그러라고 하시면서

돈을 주셨어요

해가 떨어질락말락한 시간이었는데

국민학교 1학년이  용감하게

버스타는 곳으로 나갔죠.

무슨 마음이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꽤나 용기를  냈었을거예요.

저쪽에서 버스가 오길래

탄다는  뜻으로 열심히 손을 들었는데

기사님은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그냥 통과 하시더라고요.

70년대 중반 차가 많지도 않았고

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있던 애들이 손을 흔들면

기사님들도 같이 흔들어 주곤

했었던 시절이었어요.

결국 약은 커녕 버스도 못타고

집으로 향했는데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지는 기억에 안나네요 ㅎ

 

살다보니 

어떤 기억은 콕 박혀 있어

더욱 더 생생하게 기억 나는 포인트가  있던데

저는 50여년전 저때의 기억이  또렷해요

IP : 121.168.xxx.17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동
    '23.12.12 11:55 AM (125.190.xxx.212) - 삭제된댓글

    세상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글이네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용기 낸 어린 소녀와
    그 마음이 무색하게 야속하게도 다정하게 지나쳐버린 기사아저씨...
    tv동화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2. 감동
    '23.12.12 11:55 AM (125.190.xxx.212)

    세상에... 눈물나게 아름다운 글이네요.
    아픈 엄마를 대신해 용기 낸 어린 소녀와
    그 마음이 무색하게 야속하게도 다정히 지나쳐버린 기사아저씨...
    tv동화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 3. ....
    '23.12.12 12:02 PM (218.146.xxx.111)

    그때는 시골길 차가 별로 없어서 놀다가도 차만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댔었죠 그러면 지나가던 자전거아저씨도 손 흔들어주던시절 누가 어른이라도 있었음 같이 탈수있었읉텐데 전 그래도 못탄게 다행이다싶은 마음이네요

  • 4. ㅇㅇ
    '23.12.12 1:08 PM (116.121.xxx.18)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네요. 추억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5. 겨우
    '23.12.12 1:33 PM (211.36.xxx.47)

    초등학교 1학년 애 혼자 탈거라곤
    기사님도 상상도 안하신거죠.
    더군다나 그 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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