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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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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아이 수능보기 일주일 전이었어요.

문득생각난 조회수 : 3,239
작성일 : 2023-11-07 13:12:44

남편과 종종 드라이브 다니던 길이었는데

전혀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절이 있어요.

늦가을이라 그냥 산책삼아 산길을 올랐어요.

절 뒤편에 작은 오르막이 있는데 

소원바위라는게 놓여있고

절을 세번 한 후에 그걸 돌려서 들어보면

그 소원이 이루어질지 알수 있다는 거예요.

평생 그런 미신이나 기원같은거 코웃음치며 살았어도, 얼마나 간절한 때인가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절을 했어요.

남편은 그냥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고요.

그런데....

그 돌을 차마 들어볼수가 없는거예요.

안들리면 어떡하지? 저 돌 무게가 내아이의 간절함을 결정해 버린다고?? 

 

한참 고민을 한 끝에 그냥 일어섰어요.

돌 옆에 조그만 유리상자가 있고 그 안에 현금들이 들어있는데 대부분 만원짜리들...

남편의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이 딱 오만원짜리 한장. 그걸 넣고 내려오는데, 남편이 당신도 어쩔수없는 대한민국 어머니였네 라고 웃길래, 나도 그냥 장난삼아 절해본거야... 어쩌고 하며 내려왔어요.

 

그리고 수능날.

아이는 최고의 수능 결과를 가져왔어요.

하마터면 신문과 방송에 나올뻔한 점수였어요.

그리고 소위 납치를 당했지요. ㅎㅎ

아이는 결과에 만족하고 그냥 최초합격한 학교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문득 생각나요.

그때 그 돌을 들어보지 못한것은 

내 미심쩍은 용기없음이었을까.

지나친 감정이입이었을까.

지금도 저는 운명에 대하여

조금도 미리 알고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의 시간을

겪어내고 견디어내고 기다리는것이

사람의 할 일이고, 살아가는 의미라고 믿어요.

 

 

 

 

IP : 118.235.xxx.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3.11.7 1:14 PM (211.219.xxx.193)

    내신좋아 수시러인데 수능도 대박났다는 이야긴거죠?
    ㅎㅎ

  • 2. 멋지세요
    '23.11.7 1:15 PM (59.6.xxx.156)

    저는 아마 무서워서 못해볼 것 같아요.

  • 3. 이런게
    '23.11.7 1:17 PM (175.125.xxx.7)

    잔잔한 추억이죠^^

  • 4. 음음
    '23.11.7 1:22 PM (118.36.xxx.238) - 삭제된댓글

    저도 작년에 아이 입시두고 남편이랑 산에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는데 남편도 그렇게 힘들면 그만 내려가자 하는데
    중간에 제가 포기하면 괜히 아이도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생길까봐 기어가듯이 올라갔네요

    수능을 방송에 나올정도로 잘 본거면 내신도 좋았을텐데 좋은 학교 가셨나봐요
    축하드려요

  • 5. ...
    '23.11.7 1:35 PM (175.116.xxx.96)

    저도 님처럼 절도하고 돈도 넣고 했을것같은데 차마 무서워 들어보진 못했을것 같아요 ㅎㅎ
    인생 미리 알고싶지도 않구요.
    수능이 가까워오니 이런 잔잔한 이야기들이 올라오네요.
    대한민국 수험생들, 부모님들 화이팅 입니다!!

  • 6. 대박나자
    '23.11.7 1:47 PM (211.112.xxx.78)

    기도하는 마음으로 실수하지 않고 찬찬히 잘 보기를 바랍니다.

  • 7. . .
    '23.11.7 3:25 PM (222.237.xxx.106)

    열심히 한 만큼만 결과가 나와도 좋겠어요.

  • 8. ...
    '23.11.7 4:39 PM (122.37.xxx.59)

    아이가 공부를 엄청 잘하나봐요
    그런데 저도 못들어볼거 같아요
    혹시나 안들렸으면 엄마 멘탈부터 무너지고 아이한테도 영향이 갈테니깐요

  • 9. ........
    '23.11.7 4:43 PM (211.250.xxx.195)

    슬며시 미소도 지어지고
    눈시울도 뜨거워지는 글이에요
    저도 엄마이고 겪어봐서 그마음 알아 그런거같아요
    댁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 10. 문득
    '23.11.7 4:45 PM (121.172.xxx.247) - 삭제된댓글

    검색해서 찾아보니 제가 거꾸로 알고 있었네요.
    돌이 자석처럼 꼭 붙어야 한다고 ㅋㅋㅋ
    암튼 그때 안 들어보길 잘한거 깉아요. 유리멘탈 ㅎㅎ

  • 11. 수능이
    '23.11.7 5:00 PM (121.172.xxx.247)

    며칠 안남았네요. 마음을 다스리는것이 참 중요한 시기죠.
    그리고 결과에 담담하게 수긍하는것도...
    지나고 보면 하나의 과정일 뿐인데 그시기 떨림의 기억은
    남아있어요.
    돌을 차마 들어보지 못한 마음도 여전히
    지금도 그럴것 같긴해요. 유리멘탈이라...
    그런데 찾아보니, 제가 거꾸로 알고 있었네요.
    자석처럼 붙어있어야 한다고 ㅎㅎ

  • 12. ..
    '23.11.7 7:28 PM (182.220.xxx.243)

    마지막 문장 좋네요.

    흘러가는대로의 시간을
    겪어내고 견디어내고 기다리는것이
    사람의 할 일이고, 살아가는 의미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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