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옛날 사진 보면 안되는데...
핸드폰 갤러리를 보다가 작년 아이 생일 사진을 봤어요.
아빠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아빠는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셔서, 손주를 엄청 이뻐하셨고, 또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잘 놀아주세요.
아이 낳고 어렴풋이 알았어요. 아빠가 나랑도 저렇게 놀아줬겠구나...
그런데 왜인지... 엄마한테는 폭언, 가끔은 폭력... 엄청난 술 주사로...
제가 초등 고학년 이후로 기억하는 아빠는 폭군이었고, 엄마는 집을 두번이나 나갔었고,
이혼 직전까지 갈 정도로 집안은 엉망.... 엄마는 늘 신세한탄에 아빠 욕...
저도 아빠를 너무 싫어하기만했어요.
하지만 저를 찍은 사진들, 제 목소리 높음 된 것들 보면...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는 아빠가 저를 많이 아낀것 같아요...
아빠나 엄마는 어떤 삶을 사신건지...
나는 아빠를 좀 더 이해해줄걸... 엄마는 여자로서 어쩔 수 없었을지 몰라도
핏줄인 나라도 좀 보듬어줄걸... 그런 아쉬움이 듭니다...
사실 돌아가시기 전 건강하실 때도 서로 너무 안맞는다며 아웅다웅했고, 멀리했었어요.
어린 시절 불화 때문인지 커서도 친정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아이와 생일에 사진을 찍으실 무렵에 눈도 침침하고 어딘가 안좋다고 하셨는데
아빠는 아픈걸 내색을 전혀 안하시는 분이라... 사실 슬쩍 내비치셨지만... 이미 몸이 여기저기 고장나간다는걸 느끼셨던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아파서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성격까지도 약해진 모습이셨는데...
코로나 심할 때라 입원중에 너무 외롭게 가신 것 같아서 그것도 아쉽고... 손주나 내가 병문안갈 수 있는 평범한 시절이었으면 더 오래 사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손주 대학가는 건 보실 줄 알았는데... 요즘은 80세는 기본으로 넘게 사는건줄 알았는데...
아빠가 조금만 더 순한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본인도 행복하게 살았을까... 생각도 들고...
아빠 웃는 사진 보니까 갑자기 인생 허무하다 생각들면서 그렇네요...
잘시간이 지나서 센치해졌어요...
낼 아침에 이불킥하면서 글 삭제할듯요... 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