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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괴팍했던 아빠도 돌아가시니 슬프네요...

... 조회수 : 3,736
작성일 : 2023-10-17 00:43:44

오밤중에 옛날 사진 보면 안되는데...

핸드폰 갤러리를 보다가 작년 아이 생일 사진을 봤어요.

아빠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아빠는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셔서, 손주를 엄청 이뻐하셨고, 또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잘 놀아주세요.

아이 낳고 어렴풋이 알았어요. 아빠가 나랑도 저렇게 놀아줬겠구나...

 

그런데 왜인지... 엄마한테는 폭언, 가끔은 폭력... 엄청난 술 주사로...

제가 초등 고학년 이후로 기억하는 아빠는 폭군이었고,  엄마는 집을 두번이나 나갔었고,

이혼 직전까지 갈 정도로 집안은 엉망.... 엄마는 늘 신세한탄에 아빠 욕...

저도 아빠를 너무 싫어하기만했어요.

 

하지만 저를 찍은 사진들, 제 목소리 높음 된 것들 보면...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는 아빠가 저를 많이 아낀것 같아요...

아빠나 엄마는 어떤 삶을 사신건지...

나는 아빠를 좀 더 이해해줄걸... 엄마는 여자로서 어쩔 수 없었을지 몰라도

핏줄인 나라도 좀  보듬어줄걸... 그런 아쉬움이 듭니다...

사실 돌아가시기 전 건강하실 때도 서로 너무 안맞는다며 아웅다웅했고,  멀리했었어요.

어린 시절 불화 때문인지 커서도 친정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아이와 생일에 사진을 찍으실 무렵에 눈도 침침하고 어딘가 안좋다고 하셨는데

아빠는 아픈걸 내색을 전혀 안하시는 분이라... 사실 슬쩍 내비치셨지만... 이미 몸이 여기저기 고장나간다는걸 느끼셨던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아파서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성격까지도 약해진 모습이셨는데...

코로나 심할 때라 입원중에 너무 외롭게 가신 것 같아서 그것도 아쉽고... 손주나 내가 병문안갈 수 있는 평범한 시절이었으면 더 오래 사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손주 대학가는 건 보실 줄 알았는데... 요즘은 80세는 기본으로 넘게 사는건줄 알았는데...

 

아빠가 조금만 더 순한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본인도 행복하게 살았을까... 생각도 들고...

아빠 웃는 사진 보니까 갑자기 인생 허무하다 생각들면서 그렇네요...

 

잘시간이 지나서 센치해졌어요... 

낼 아침에 이불킥하면서 글 삭제할듯요... 잘게요...

IP : 1.241.xxx.220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리워요
    '23.10.17 12:53 AM (119.64.xxx.246)

    후회와 회한
    그게 인생인가봐요
    저도 어렵기만하고 무섭기만하던
    하나도 안 친한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을때..
    우주가 사라진 충격이었어요..
    그리고는 몰려온 후회와 그리움
    왜 한번도 아빠를 이해하려고 하지않았는지
    왜 조금 더 친해져보지 않았는지
    왜 내가 다가갈 생각도 안했는지..

    저도 아빠가 조금만 더 다정한 아빠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아빠와 딸로서 함께 나누지 못한 많은것이 아쉽고
    보고싶어요
    많이
    아빠손한번만 잡아보고싶네요. .ㅜㅜ

  • 2. ...
    '23.10.17 1:28 AM (125.138.xxx.203)

    후회외 회한..ㅜㅜ

  • 3. ㅠㅠ
    '23.10.17 1:44 AM (222.235.xxx.56)

    원글님 글 보니 저도 생각이 많아지네요.
    일단 오늘은 주무세요.

  • 4. ...
    '23.10.17 2:11 AM (1.241.xxx.220)

    작년 2월 아이 생일 때 집에서 파티하면서 찍은 사진이거든요.
    아빠가 환하게 웃는 사진이 몇 없는데...
    그 사진 찍을 때만해도 손주의 내년 생일을 볼 수 없을거라 생각 못하셨을거에요... 갑자기 급격히 건강히 악화되시다가 돌아가셔서...
    유독 저 사진만 보면 울컥하네요... 이제 정말 자야겠어요... 너무 일기장에 쓸 글이라 내일 펑할지도요... 공감해주신 분들께는 죄송해요...

  • 5. ㅇㅂㅇ
    '23.10.17 7:01 AM (182.215.xxx.32)

    님에게는 잘하셨군요..
    저희 아버지는 자녀들에게도 괴팍하셨는데
    그래도 돌아가시니 맘이 많이 아팠어요
    저희 아버지도 코로나로 격리병실서 외롭게 가셨구요..

  • 6. 어머니
    '23.10.17 8:34 AM (211.51.xxx.196) - 삭제된댓글

    어머니가 뭔가를 크게 잘못하신거 같네요
    남자문제로

  • 7. ...
    '23.10.17 10:00 AM (211.234.xxx.194)

    저에게 잘하신건 아니었어요.. 엄마한테처럼 심하게만 안했다뿐이지
    제가 아주 어릴때 빼고는... 매일을 집에서 술먹고 밤마다 고래고래 난리치시는.. 학창시절 저에겐 지옥같은 집안 분위기였죠...
    그냥 뭐랄까... 그래도 세월이 지나니 측은지심같은게 생기나봐요...

  • 8. ........
    '23.10.17 11:42 AM (121.125.xxx.26)

    아버지 그리 좋아하는분은 아니였어요.자식들하고는 데면데면했고...... 그냥 일상처럼 저녁에 전화해서 3살짜리 손주랑 대화하고 웃고 끊었는데 다음날 돌아가셨어요.저도 세월지나보니 아버지 이해도 되기도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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