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나 훈육이 불가능한 초등학교에서 6년을 보내고 중고등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이야기해보아요.
저는 공교육 정상화에 학부모 역할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지금 움직임도 교사들보다 학부모가 먼저 나섰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때는 아직 어린이고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본격 사춘기부터 리얼 헬파티가 벌어지는 것도 모르고요. 그래서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들 위주로 한 번 적어봅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적절한 훈육을 받지 못하고 상급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기본생활습관의 훈육, 교정, 통제가 거의 불가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교사도 그 대상에 포함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이길 수 없고 그걸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게 해결이 안되는 상황에서 애꿎은 학교가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도 교사 재량으로 지도할 수가 없답니다. 이유는 아시죠??ㅠㅠ
수업태도와 착석
-시작 종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 교과교사가 입실하는 것을 보아도 무반응
자기들 놀던 거 놀아야 되거든요. 최소 세 번 이상 '앉아라' 소리쳐야 앉힐 수 있습니다. 겨우 앉혀놓으면 교과서 가지러 사물함 가야 된다고 일어서는 아이들 30%, 이제 화장실 가야 한다고 나가는 아이들 30%, 뭐 이렇습니다.
-수업 중에도 화장실 가는 애들 정말 많음.
진짜 급한지 아닌지 얼굴 보면 아는데 사실 그런 아이들은 별로 없고요. 습관적으로 나갑니다. 어떻게든 돌아다니려고 합니다. 거기서 핸드폰 몰래 하는 아이들 정말 많고요. 그냥 기본적으로 참는 걸 못합니다. 뭐든지요.
-책상에 메이크업 도구 깔아놓고 그 사이에 교과서 비집고 올려놓은 경우도 있음
수업시간에 화장하면 벌점을 주는데요, 보통 장소 불문 화장하는 깡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그것도 잘 먹히지 않고요. 자기가 어떤 식으로 대응하면 교사가 상대 안하고 물러서는지 알기 때문에 그걸 잘 이용합니다.
공부, 학습
-학습량 자체가 줆
아이들 집중력이 정말 많이 떨어졌어요. 수업이 절반이 남았는데도 이미 아이들의 정신이 딴 데에 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진짜 많이 엎어져서 자는데 깨울 수도 없네요. 어김없이 수업 분위기 망가뜨리며 주도하는 아이들 한 반에 두 명 이상 있고요. 교사는 그거 원맨쇼를 하거나 아니면 쉴 틈없이 자극을 줘서 애들을 깨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현장에 영상시청이 늘어나고 지구력 있게 책을 잡고 해야 하는 학습들은 점점 줄어듭니다. (근데 요새는 잔잔한 영상이면 또 자더라고요?ㅠㅠ)
-받아들일 수 없는 내 아이 성적
최근까지만 해도 일제고사를 중2가 되어서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의 정확한 성취도를 모른 상태로 15년을 보내게 됩니다. 학원을 많이 보냈으니 우리 애는 이 정도 할 것이다 생각하지만 성적표를 받아보니 그게 아닌 거죠. (사실 중학교 시험은 학교수업만 잘 들어도 점수 잘 받을 수 있음)
그러면 정상적인 학부모들은 아이를 공부 더시키든가, 잔소리를 하든가, 안되면 과외라도 시킵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를 공격하는 선택을 합니다. 왜 시험을 이렇게 어렵게 냈냐, 아이들이 너무 상처받았다 등... 이렇게 대처하면 아이에게는 발전 가능성이 사라집니다. 자기 탓이 아니라 남탓이니까 자기가 노력할 것도 없거든요.
부모 수난의 시작
-아이도 부모가 자기를 못 이긴다는 걸 앎
애들이 체력이 되니 밤새 게임을 하고 아침에는 지각합니다. 풀메이크업 하다가 지각하고요. 여기서 부모가 단호하게 대처하면, 예를 들면 그건 정당한 지각이 아니니 처벌을 달게 받아라, 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쉽게 교정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아이가 이러저러해서 늦었다고 교사에게 전하면서 질병지각을 유도해요. (미인정지각이 쌓이면 내신 깎이니까요) 교사들도 이건 좀 거짓말 인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보호자가 그렇다는걸요.
문제는 이게 먹히는 걸 아는 애들이 본격 악용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크게 아프지 않은데도 조퇴하겠다 찾아옵니다. 그렇게 집에 가서 아마 높은 확률로 게임하거나 핸드폰 할 겁니다. 부모는 말 길게 하기 싫으니까 그냥 지각, 조퇴, 결석 허락하고 애들은 신나게 집에 갑니다. 그러면 수업 못따라가게 되는 건 당연하고요. 못 알아 듣겠으니 또 조퇴하고 싶고 시험보기 싫으니 학교 오기 싫고.. 무한 반복이에요.
아이랑 부딪히는 게 싫어서 단호하게 못하겠으니 대신 학교에서 잡아 달라 부탁하는 분도 계신데 나중에 아픈 애 잡아두고 집에 안보냈다고 민원내시면 어쩌려구요..
위에 쓴 모든 것은 보호자가 허가 또는 사인을 해야 가능하거든요? 근데 다 해주시는 걸 어쩌겠습니까. 부모가 이길 수가 없대요. 전반적으로 부모가 아이를 이기지 못하는 케이스들 매우 많습니다.
'애가 너무 말을 안들어서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울면서 전화하시는 학부모도 계셨는데 예전처럼 가정에서 못하는 훈육 학교에서 대신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 힘들어도 집에서 하셔야 되거든요. 훈육도 시기가 있는건데 놓치신 거죠... 안그래도 난리법석인 사춘기. 그 고개 넘으시면서 눈물바람 하시는 학부모들 진짜 많으세요.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눈물바람이요.
-부모의 포기..
그러다보니 이쯤에서 포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영유, 사고력수학.. 이런거 다 옛이야기고요. 그냥 졸업이나 무사히 해라가 되는 거고요. 진학하는 학교부터가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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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교권추락의 시기에 초중고를 졸업한 아이들은 사회인으로서 조직 생활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세대가 될 수 있겠다 생각해요.
-지구력 없고
-참지못하고
-남탓 잘 하고
-하기 싫은 건 회피하고
-싫은 소리 들어본 적 없고
-껄끄러운 관계를 '손절(파괴)'로 해결하고
-충분한 학습을 하지 못하고 사회에 나가는
세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적절한 훈육을 받아서 위의 모든 걸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환영받게 될 거고요.
요새 틱톡커나 유튜버처럼 자극 위주의 1인 기업도 많아지는 추세니 꼭 조직 생활이 필요하겠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사회의 개념 자체가 더불어 어울려 사는 것인데 이 아이들이 성인으로서의 삶을 잘 살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네요. 부디 뉴스에 나오는 사회부적응자만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금이야 옥이야 자녀들 왕자 공주처럼 떠받들고 한없이 다정하고 착한 부모가 되기만을 원하게 되면 결국 아이를 망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