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고 보니 남편이 장손이더라고요.
그나마 뭐 시댁 형제 관계가
남처럼 덤덤하고 교류도 별로 없어서
제가 그것 때문에 딱히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제 딸 낳을때 노골적으로 딸이라고
서운해하시기는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집이 우리집만 그런 건 아니었으니깐요.
시아버지가 남편 낳고 둘째로 시누이 낳았을때도
딸이라고 서운해하셨단 얘기를 이미
들었기 때문에 시아버지 그러시는 거
크게 서운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그래도
집안에 첫 손주인데 보러 안 오셔서
제가 몸 좀 회복하고 힘들게 오지 말라는데도
안고 내려 갔다 왔네요. 얼굴 보여드릴려고요.
저는 그러려니 하는데 크면서 오히려
딸내미가 꽤 서운해 했어요.
손녀인데도 며느리인 엄마보다 덜 반가워하고
기껏 안부 전화 걸면 급히 끊으려 하시고요
이제 끊자 끊자 매번 그러시니
그것 때문에 몇 번 서운하다 얘기하긴 했거든요.
제가 옆에서 봐도 정신 사납게 아이가 말이
많은 것도 아닌데 항상 바로 끊으려고
하시긴 했어요. 얼굴 봐도 엄청 반가워 하고
그러지도 않으셨고요.
그런데 대학 가고 상황이 돌변해버렸네요.
아이 고등때는 시댁에 성적 얘기를 안했어요.
시어머니가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시험 끝날때마다 아이한테 전화해서 체크 하셨는데
스트레스를 좀 받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등진학 후에는 그냥 몇 번 얼버무리고
했더니 고등가서 성적 떨어졌나보다
생각하시는 거 같더라고요.
친구들한테도 그랬으니 시댁이라서 특별하게
그런 건 아니었고요.
그냥 입시란 게 끝나봐야 아는 거니 당시에는 그냥
나중 다 끝나고 얘기하면 되지 싶었어요.
더군다나 친구들은 먼저 얘기하기 전에는
묻지 않는 성격들이라 별 상관 없었고요.
그런데 아이가 대학을
본인이 원하는 과에 진학하긴 했는데
지방 정말 이름 모를 학교로 갔어요.
갖고 있는 내신에 최저 맞춰 교과로 합격한
학교들이 다 지방인데 걔중 지방국립대도
있었지만 수도권에 병원이 없는 학교라서
서울 다시 올라올 거 감안해서
선택한 학교거든요.
우리 시부모님 세대는 서울대가 최고잖아요.
입결이 그 보다 못하지 않음에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름이 생소하니
기뻐도 엄청 그 정도까진 않으셨나봐요.
그런데 아이가 집 가까운데 다니고픈 마음이
컸는지 과외 여러군데 하면서 무휴학으로 수능쳤고
기대이상으로 잘 봐서 시부모님도
익히 알만한 이름의 학교로 옮기게 되었어요.
그게 코로나 한창때라 시일이 좀 지난 얘기인데
얼마 전에 시아버지께서 오랜동안
거의 의절하다시피한 동생분과
연락을 주고 받는 걸 알게 됐어요.
재밌는 건 지방에 있는 대학 다닐때는
이름이 워낙 내세울 게 없으니 안 하셨다가
옮기고 나서 하게 됐다는 것도요.
아이가 지금 워낙 바쁜 시기라 학기중에는 저도
마주 앉아 대화 나누기 힘든데 대학 가고 나서는
시아버지가 먼저 전화를 하시는데
전혀 반갑지 않다고 하네요.
바쁜데 전화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한 두해가 아닌데
대학 입학전까진 시어머니가 전화를 하긴 해도
시아버지는 그런 적이 없으시거든요.
제가 바빠서 정신 없다 해도 계속
하고 싶으신가봐요.
그리고 아버님 목소리 톤이 제가 옆에서
들어도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솔직히
저도 옆에서 들을때마다 이게 뭐지 싶어요.
시아버지를 보면서 50대인 저도
머지 않아 할머니가 될텐데
남들보다 부족한 손주더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난 손주라도
내가 이룬 성과가 아니니 자랑삼지 않는
일관된 태도를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시아버지와의 관계가 나쁜 편은
아니라 생각하는데 교류도 거의 없는
친척들한테 전화돌리고 저렇게 자랑하려고
봉인된 관계까지 끄집어내는 거 보면서
참 어른스럽지 못하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이를 먹는다고 철이 든것과는 거리가 멀단
생각이 더욱 드는게 열살 어린애도
손바닥 뒤집 듯 저런 행동은 안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