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에 가끔 놀러와 글만 읽고 가는 40대 중반 미혼여성입니다.
밀린 글들 보다보니 4월 5월 글까지 내려가 보게 되었는데, 댓글을 쓰고 싶은데 너무 예전 글이라
그냥 아예 따로 글을 쓰네요.
저랑 비슷한 처지의 40대 미혼 여성분의 연애 고민 글에, 남자들이 어린 여자만 찾는다, 나이 많으면 후려치기 당한다 등등의 댓글만 많고 정작 질문에 대한 답은 없어서....
저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인터넷이나 이런 게시판에서나 그런 얘기가 돌지 정작 노총각(40대 남성분들)에게 물어보면 반대로 얘기하더라구요. 40대 미혼이면 여자는 괜찮지만 남자는 더 힘들다, 여자친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여자들이야 고르면 되는거 아니냐 등등..
(실제로는 몰라도 남자분들은 또 그렇게 생각함)
유투브 같은데 나온 결혼 중매사들도 나이 얘기를 많이 하고... 은근히 후려치기(?)를 하는데...
실제 제 경우를 보면
저는 2~30대에 이성에게 인기가 전혀 없었구요.
(패션 가관, 과체중에 사회성도 부족하고)
40대 들어서서 그나마 좀 괜찮은 분들이 대시를 해주셔서... 어떻게 보면 40대가 되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게 케바케로 다르겠구나 싶었네요.
(2-30대에 너무 구렸던 사람들은 오히려 40대에 인기가 상승)
생각해보면 체중이 조금 줄고 명성치가 약간 올라가고 옷도 잘입는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는 인간답게 입고 다니게 됐다는게 좀 플러스 요인이 되었나 봄.
그렇게 해서 40-44세에 한 번, 44세~ 지금까지 한 번.
이렇게 두 번 연애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는 2살차이, 두 번째는 1살차이 연상과 사귀게 되었어요.
연애 고민글 보니 나이가 많으면 아저씨로 보여 마음이 안생긴다 하셨는데,
한두살 차이로 보면 그 중에 동안들은 그렇게 아저씨로 안 보이는 분들도 많고
우리 세대가 그렇게 확 늙는 느낌의 세대도 아니라서
미혼 분들은 젊은 느낌 분들 많으세요.
제 경험으론 한두살 위나 동갑이 좋은 것 같아요.
나이가 있다보니 그 이상 차이나면 넘 늙은 느낌이 나고.. 연하면 또 그건 그거대로 여자가 나이 많은 느낌이 나서요.
딱히 소개팅을 하거나 중매를 받은 건 아니었고,
댓글에 많이 써주신 동호회 같은 걸 한 것도 아니었고요.
첫 번째는 일 관계로 미팅하다 만났고
두 번째는 10년전 친구를 어떤 행사 자리에서 만나서 갑자기 사귀게 되었어요.
두 번 다 공통점이 있다면
평소보다 체중이 5kg 정도 적게 나갈 때였다는 정도.
이상하게 다시 연애하면 체중이 늘더라구요.
그걸 보면 고백을 받는 타이밍에서
나이보다 체중이 중요한가 싶기도 하네요.
20대때는 지금보다 체중이 10kg 더 나갔거든요.
그리고 댓글들을 보면 남자들은 2세를 원하기 때문에 40대 여성은 원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요.
역으로 보면 2세를 원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30대에 결혼을 해요.
그런데도 40대까지 남은 남자는 아이를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여자들에게 차이거나 선택을 못 받아서 남은 사람들이 많아요.
즉 40대 중에서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자들이 더 괜찮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아는 사람들 한정이니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아이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2세보다는 나 자신의.성공이 더 중요하고 나에 대한 투자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 주의 사람들이죠.
그런 남성분들은 어린 여성보다는
또래 여성중 성공의 길을 달리고 있는 꿈 많은 여성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같이 합쳐서 시너지가 난다거나 등등.
2세를 원하면 당연히 어린 여성을 찾겠죠.
그런데 이미 그런 사람들은
나는 여성에게 아이와 육아 살림 등의 내조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늦은 나이에 또래를 만나면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만나기도 쉽고
(이미 그런 가부장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30대에 결혼하니 걸러져 있음)
아이 생각이 없다보니 결혼 시기에도 여유가 생기죠.
또 연애의 장점으로
아무래도 나이들이 있어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보니 여행이며 뭐며 재미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하며 놀아볼 수 있다는 건데...
제 경우는 첫 연애 상대가 많은 연애를 해본 상태라 좀 재미가 없었는데요.
지금 연애 상대는 연애경험이 거의 없었어서 (일하고 공부만 하는데에 시간을 주로 쓴 사람)
저랑 같이 노는 것들이 둘 다 처음 해본 게 너무 많다보니 재미있었어요.
주위에 친구들을 보면 지금 나이에 자녀들 학비며 뭐며 어려운 일들이 많고,
일찍 결혼해 육아 살림한 친구들은 경력단절에..
돈도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다보니 꿈과 멀어지고 하기 싫은 일도 자식과 가족을 위해 하더라구요.
늦게 연애하고 만나면
각자 하던 일을 계속 하고
또 서로 일을 돕거나 함께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놀 수도 있어서 맘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이 나이가 되면 부모가 이래저래 간섭하지도 않고
무슨 시월드니 고부갈등이니 그런 것도 없어요.
제발 결혼해주십시오~ 하시죠.
그리고 또 헤어져서 솔로가 된다 하더라도 그건 그거대로 좋아요.
혼자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이건 솔로와 커플 두 가지를 다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실꺼에요.
아이가 꼭 있어야 하는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40대 중반에 출산 하다가
그때는 괜찮다 해도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을지
50대에 체력이 버틸지 알 수 없죠.
게다가 그럼 몇년 쉬어야 하는데
40대가 인생 커리어에서 제일 중요한 거 아시죠?
완전 상위레벨로 못가면 어정쩡해지는 나이.
그냥 연애만 하거나 친구같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 디으로 사는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게시판에 40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 믿지 마세요.
다 겪어보지 않고 말하는 거에요.
제가 34살에 82에 고민글 올렸을 때도
댓글에 34살이면 노처녀다, 이제 연애 끝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안 받아준다 그런 댓글들만 달렸었어요.
그리고 그런 말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정말 스펙이 너무 별로고 못생겨서 연애시장에서 도퇴된 나이든 남자분들이세요.
이 분들이 계속 차이고 까이고 그러다가 여성혐오가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실제론 여자를 거의 만나본 적도 없는 분들이
인터넷에선 여자 아이돌 찾고, 얼굴 품평하고 그럽니다.;;
현실에서 제대로 정신 박힌 남자들은 그런 생각 거의 안해요.
다만 두세번의 연애를 해보고 느낀 점은..
어떤 남성이든 장단점이 있다는 거에요.
이게 20~30대는 두드러지지 않아서
약간의 장점과 약간의 단점들이 있는데,
그런 평범한 분들은 대부분 30대에 결혼을 했고
비교적 큰 장점과 큰 단점을 가진 분들이 40대 미혼에 많았어요.
(저 또한 그렇구요)
제가 오래 연애를 못했던 건
공들여 찾아다니지도 않았으면서
큰 장점을 갖고 단점은 없는 남자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연애를 해보면서 알게 된 건
나한테만 큰 장점을 가진 남자가 좋은 남자고,
내가 그럭저럭 봐줄만한 단점을 가진 남자면 그 정도면 만나보자, 이런 생각으로 연애를 결정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무단점인 사람을 기다려보니 20년이 넘어도 안나타나니까요;;;;
연애를 해보다가 그 단점은 도저히 내가 못 견디겠다 하면 헤어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세요.
'나한테만 큰 장점'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내가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운전을 못한다 하면
운전 잘하는 사람이 큰 장점이지만
보통 사람들흔텐 그렇게 큰 장점이 아닐꺼고...
직업적인 장단점도 있을 꺼에요.
내 직업에서 도움이 되는 직업이라면, 나한테는 큰 장점이고요.
내가 시월드를 두려워하는데 남자가 고아다, 라고 하면 이 또한 그 분한테는 장점이겠고...
말이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플 지경인 사람이라면
그게 엄청 단점일 수도 있지만
수다 떠는게 취미인 사람에게는 장점이 되고요.
예전엔 진짜 작은 문제만 보여도 단점이라 생각돼서 거절을 했었는데, 그게 사람 만나다보니 별거 아니더라구요.
제일 중요한 건 인성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이면 됩니다.
그리고 학벌 좋고 똑똑한 사람이요.
(뭐 서울대를 나와야한다 이정도는 아니고 말 통하고 자기 일 잘하는 사람.. )
그 외는 각자 커스텀으로...
어디서 만나냐는 질문이 많던데
연애와 별개로
누군가에게 어떤 제의가 들어오면
돈이 안되는 일이거나 귀찮다 생각되는 일도 일단 수락을 해보세요.
그럼 묘하게 일이 일을 물고 또 그게 꼬리를 물고 해서 인연을 만나더라구요.
특강이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돈이 짠데? 뭐 어디 경조사가 생겼는데 나랑 아주 친한 사람은 아니라서 갈까 말까 고민이네? 친구가 어디 시상식에 불렀는데 내가 거기까지 가서 축하해줘야 하나? Sns에서 무슨 스터디 모임을 하자고 누가 제안했는데 귀찮은데 저거까지 배워야 하나?
이런 자잘한 일들을 수락하다보면 만나게 돼 있어요.
잡담하다보니 넘 길어져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