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얼마나 놀라고 심장이 두근두근 했는지 몰라요
저는 평소에 남한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고 착한사람 컴플렉스? 같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밖에 대처를 못했는데 82님들은 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셨을 지 의견을 듣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 또 있을 수도 있는데 다음엔 더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어서요.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어플에서 1회성 청소도우미아주머니를 구하는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시간과 조건 예를 들어 수요일 몇시에 집이 어느 동네고, 몇평이고, 애완동물이 있고 없고 원하는 서비스는 어떤 것이고 그런 내용을 쓰면, 서비스를 제공 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경매처럼 본인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입찰을 하면, 제가 그 분들 중에서 프로필과 후기와 평점등을 보고 선택하고, 어플에서 미리 요금을 결제하고 예약한 뒤에 그분과 연락해서 다시 약속을 잡고 서비스를 받는 시스템입니다.
이 어플 전에는 동네의 청소도우미 알선업체를 썼었는데 연회비가 10만원이고 프로필 없이 그냥 알선업체에서 복불복으로 보내주시는 분들이 오시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해서 1회성 서비스가 필요할 때에는 어플을 가끔 이용하고 있었는데요.
청소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한지 8년 정도 됐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신청하고 좋은 분이 오시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4시간에 6만5천원, 2023년의 추천 매니져 오늘의 매니저 등으로 선정되신 적도 있는 분이셨습니다.
평점에는 안 좋은 평도 있었지만 점수 자체는 좋았고, 어플에서 백 건이 넘는 서비스를 진행하셨던 분이었기에 믿고 맡겨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에 아무나 매칭되는 서비스로 이용했다가 노숙자 같은 분이 오셔서 설거지는 그대로 둔 채 진공청소기 안에 먼지 들어가는 부분, 굳이 닦을 필요 없는 부분을 30분 넘게 닦으며 책장에 세트로 있는 책을 본인이 한 권만 사도 되겠냐는 이상한 말씀도 하시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 후로는 후기와 평점을 꼭 체크하고 서비스를 이용했거든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어요. 저희집에 고양이가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와도 괜찮던 애가 무서웠는지 냉장고 위에 올라가서 내려오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안 엮이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평점도 안 적고 넘어갔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후기와 평점을 확인하고 사람을 부르게 됐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을 맡기면서 옷방 옷장에
60L 용량의 대형 리빙박스 두 개에 가지고 온 옷을 정리하는 일을 부탁드렸는데요.
제가 옷을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작년까지 정말 옷을 많이 샀어요. 올해들어서는 결혼 준비를 하게 되면서 의류 소비를 그 전에 10분의 1정도로 줄였지만 친구들이 오면 연예인 집이냐고 할 정도로
방 3개짜리 집에 살면서 옷방도 따로 있고, 서재, 안방까지 합해서 제 옷장만 7개 정도 있을 정도로 옷이 많아요. 당장 입지 않을 옷도 일단 맘에 들면 사기 때문에 포장되어있거나 택을 안 뗀 옷도 리빙박스 안에 대략 스무벌이 넘게 있었는데요.
리빙박스가 워낙 커서 저도 뭘 넣어놨는지 다 기억이 나진 않았기 때문에
정리할 때 옆에서 제가 어디에 뭐 넣고 말씀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어떤 옷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혹시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옷이 없어지더라도 뭐가 있는 지 알아야 무슨 옷이 없어졌는 지 파악 할 수 있으니까!
라는 이유로 옷방에서 도우미 아주머님과 같이 정리를 했어요. 꺼내서 옷걸이에 걸기도 하시고, 옷장에 개어놓기도 하셨는데 리빙박스에서 치마, 가디건, 반팔티, 원피스 등을 종류에 따라 나누고, 선호도 높은 옷과 명품옷은 따로 분류해놓고 이것들은 옷장 앞쪽에 정리해달라고 말씀드리고 리빙박스에서 옷을 다 꺼내고 나서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그 방을 나왔어요.
이미 70퍼센트 이상 정리가 되어있는 상황이었고 무슨 옷이 있는지 다 파악했으니 이제 됐다 싶었죠.
커피 있냐고 물으셨는데 집에 커피가 없어서 배달로 커피와 크로플을 시켜드리기도 했고, 어려보인다~ 결혼사진 나와있는 거 보시고 결혼사진 이쁘다고 칭찬도 해주셨어요.
남편집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서 남편집에 제 옷을 갖다놓고 신혼집이랑 번갈아가며 지내려고 옷을 가져와서 정리하게 된 거였는데 남편 외모도 칭찬해주시고 해서 저도 기분이 좋아져서 이거 재질 좋아보인다고 하며 보여주셨던 텍 안 뗀 옷 저렴한 거 2벌 드렸고, 드리는 옷들은 거실에 있는 플라스틱 통에 그때그때 넣어놨어요.
새것은 아니지만 몇번 안 입은 옷 제가 버리려 하자 누구 주고 싶다고 하셔서 그것도 거실 플라스틱 통에 챙겨드리고 이불 정리할 때 겨울이불 셋트 봉지에 따로 넣어둔다고 하시길래 거의 새것이긴 하지만 안쓸 것 같아서 봉지에 넣어두실 필요 없다고 하니 본인이 가져가신다고 해서 그것도 드렸어요.
마지막에 거실 걸레질도 다시 한번 해주시고 마무리해주셨고 , 나중에 신혼집에도 정리할 거 있으면 부르라길래 알겠다고 대답하며 남편 짐 옮길 때 연락드려야겠다 하고 생각했고 현관 앞에서 안녕히가시라고 인사드리고 배웅했어요.
그렇게 내려가시고 나서 옷방 어떻게 정리됐나 보고 싶기도 했고, 우연의 일치인지 무슨 감이 온건지 뭔지 모르겠는데,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옷 어디있나~ 싶었던 미우미우의 목 부분에 보석이 잔뜩 달려있는 모양으로 장식된 티셔츠랑 루이비통 티셔츠를 발견한 게 기뻐서 잘 정리된 모습을 보려고 옷장을 열었어요. 명품과 선호도 높은 옷은 옷장 앞쪽에 정리해달라고 부탁드렸었는데, 그쪽에 분류해놨던 거라 옷장을 열면 바로 보일 것 같았는데 루이비통은 티셔츠는 검은색이라 안보일 수 있어도 미우미우 옷은 목 장식이 너무 화려해서 문 열면 바로 보일 줄 알았는데 없는 거에요. 오잉 딴데다 두셨나 하고 서랍을 열어봐도 안보이고, 걸어놓은 쪽을 흝어봐도 안 보여요. 순간 설마! 했어요.
에이 설마 싶지만, 그분이 운전해서 가버리면 확인할 방법은 없겠다 싶어서 쓰레빠 신고 뛰어내려갔어요. 보니까 아직 출발 안 하셨더라고요. 저는 그분을 보고 있었고 그분은 저를 못 보는 상황이었어요. 바라보면서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내가 잠깐 확인해서 사실은 서랍이나 다른쪽에 있는데 못봤을 확률이 높아.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불러서 뭐 어떡할 건데? 가방 좀 확인해보겠다고 해? 옷방에 핸드백 같은 걸 들고 들어가신 것도 아니잖아... 청소용품 가방이 있었는데 그 거 좀 열어보라고 할 거야...? 의심 받는 사람 입장에선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 하고 다시 올라가서 천천히 찾아보면 나올 거야. 뭔 생각이야.. 하면서 심장이 조금 떨렸지만 결국 믿고 넘어가고 다시 올라가서 찾아보는 게 낫겠다 -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비닐로 포장된 그 미우미우 보석 옷을 슥 꺼내는서 쳐다보는 거에요....!!! 심장 쿵쾅쿵쾅..... 근데 그 표정이.......... 오잉? 이런 표정 절대 아니었고, 기뻐하는 표정도 아니었고 , 미소도 아니고, 오묘하게 쳐다봤어요. 아무튼 표정 차분했고 굳이 따지면 음.. 정도로 흐뭇한 느낌이랄까? 흐뭇한 것은 아닌데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잠시 좀더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시동을 거시더라고요. 그때 창문을 똑똑 두드렸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 (쿵쾅쿵쾅 저는 굉장히 놀라있었어요) 저, 그 옷은 드린 게 아니어서요 '
그 때 갑자기 그 분도 엄청 놀란 표정을 지으시더니 아 안그래도 이게 박스에 들어가 있어서 전화를 드려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근데 그게 섞여들어가는 게 말이 안돼요. 저는 모든 옷의 포장지를 다 뜯어서 정리해달라고 요구했었는데 그 옷은 심지어 몇번 입은 거라 포장이 안 되어있었는데 투명 비닐에 아주 깔끔하게 접어져서 포장되어 있었고, 드린 옷들은 뒷자리에 큰 투명봉투에 묶여져 있었어요.... 그리고 어쩌지? 전화해야하나? 라는 표정 전혀 아니셨고 시동 거셨고요 ㅠㅠㅠ 꺼내는 모습과 표정 보고 아 일부러 욕심 생겨서 가져가신 거구나라는 생각은 100퍼 확신을 했습니다.... 저는 있는 비닐도 다 뜯어달라고 했는데 누가봐도 명품옷이 그거 하나만 앞자리에서 비닐포장된 상태로 꺼내는 것도 말이 안됐고요...
비슷해서 착각할 만한 옷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눈에 띄는 옷이라서요. 가격도 180~190만원 정도 하는 고가의 옷이었어요. 옷이 많은 저도 유독 애착 갖는 옷일 정도로요.
순간, 다른 명품옷도 챙기셨을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 어 혹시 다른 옷도 안보인 게 있었는데 그것도 섞여들어갔을 수도 있으니 확인하고 올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집으로 올라갔어요.
그렇게 하면 만약 가지고 간 게 있다면 혹시 이것도 섞인 거 아닌가 싶어요 하고 가지고 올라오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 한 행동이었죠.
남편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하지 이야기하고싶었는데 전화를 안받았고,
당장 고가의 옷으로 생각나는 100만원대 티셔츠 몇 벌만 확인을 한 상태에서
잠시후 아주머니가 무척 당황하고 흥분한 모습으로 올라오셔서 아까 말한 옷 있냐고 물어보길래
있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하고 허겁지겁 가시더라고요........
그 후에 남편이랑 전화를 했는데 그자리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지 왜 그냥 보냈냐는 거에요..
그 사람은 그렇게 그냥 보내면 다른 집에서도 훔치지 않겠냐며...
저는 굳이 제 집도 알고 있는 사람이랑 악연을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고, 옷도 결국 찾긴 찾았는데다가 제가 이불이나 옷을 하나도 안 드렸는데 가지고 나온 것이면 모를까 사정을 모르는 경찰은 잘못들어갔다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주장이 그럴 수 있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하... 저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신고하고, 평점도 안 좋게 남기고 해서 그분이 그 업계에서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주위에서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욕심이 생겨서 가지고 나오신 것 같은데 범행현장 근처에서 그걸 꺼내보는 모습도 프로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고, 결론은
다시 안보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같이 오손도손 이야기했는데... 커피랑 크로플도 주문해서 호감 표시했고.. 텍 안 뗀 옷도 드렸는데..
이불 누가 주신거냐고 이야기해서 가족 이야기도 했는데...ㅠㅠ....
그걸 꼭 가져가셨어야만 했니............................. 라는 생각도 들고....
남편은 그렇게 고가의 옷은 니가 따로 들고 정리한다고 했어야지 - 니 책임도 있어- 라고 하는데
지금껏 다 믿고 맡겼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리빙박스 정리하느라 몇 벌 있는거지만
신혼집엔 고가의 옷이 한 두 벌이 아닌데 어떻게 다 제가 모아두고 직접 정리하고 계속 지켜봐요...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