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우산글 보고 저도 문득 생각난
어제 받은 전화 얘기 써 봐요.
같은 상황은 아니고 뭐랄까... '나한테 그럴 일인가?' 싶은 점이 비슷해서 생각나서요.
오전 업무 끝나고 점심시간,
구내식당 이동 감안하고 봤을 때 한창 밥 먹을 시간이었어요. 이걸 저희 근무자들은 다 압니다. 점심시간 언제쯤에 어디 있을 거다 하는 거.
(대체로 단체로 이동 - 식사 - 양치
이 순이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상당히 냉랭한 목소리가
저기요, 여기 차 좀 빼 주셔야겠는데요.
하더군요.
이상했어요!
왜냐... 근무지가 좀 특이한 지형에 있어서
주차장은 아래에 있고, 고위 직급자가 아니면 모두들 그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하고
그리고 진짜 눈 앞에 별이 보이는 고갯길을 걸어올라가야 건물이 나오는데요.
차 빼 달라는 전화 받으면 진짜 이건 식은땀 나는 거예요. 이 더위에 나가는 것도 일,
그 깔딱고개를 다시 올라오는 건 더 큰일.
그래서 저는 전화 안 받을 수 있게
누구를 방해하지 않는 자리에 잘 세웠거든요! 그런데 차를 빼 달라...?
순간 어...? 하다가 물어봤죠.
제 차가, 다른 차 방해할 자리에 있지 않을 텐데요, 하고.
그랬더니 짜증이 나 죽겠다는 목소리로 그 여자가
그렇죠오~ 근데 제 차 앞 차가 전화를 열 번 해도 안 받는데 어떡해요??? 차 좀 빼 주시죠?
이러는 거예요.
아니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그래서 물어봤죠.
-전화를 안 받는 건 속상하시긴 하겠는데요... 그래서 저보고 내려가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의아한 저
-아니 그럼 부탁을 하셔야지
이렇게 당당하게 강요를 하시면 어떡하나요...?
-(싸한 침묵)
전화 많이 해도 안 받아서 열받은 건 알겠어요. 근데 그 감정을
아무 연관 없는 사람에게 쏟으면 안 되죠... 그게 제 잘못이냐고요;;;
차라리 너무 속상해 발을 동동 구르며 부탁했으면 저는 의외로 마음 약한 호구라
아이구 얼마나 답답할까
네네 하며 내려갔을 거예요.
그런데
싸...하게 암말 안 하길래
-여보세요?
하니까
세상 차가운 목소리로 뭘 꾹 참듯이
-...그럼 제가 뭐 어떡할까요?
이러는 겁니다. 이 말이, 제일 황당했어요.
핸드폰에서 드라이아이스의 냉기가 흘러나오는 줄.
제가
-네?
하니까
-지금 뭐하시는데요?
이러더군요.
-점심시간이니까, 밥 먹죠.
(나는 왜 모르는 여자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가)
이 이상한 대화는, 제가
-그 앞 차주에게 전화 다시 해 보시고
그래도 안 받으면 오 분 뒤에 다시 전화 주세요.
(라고, 내려가겠다는 호구의 여지를 남겨둠)
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만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 속터지는 차주가 전화를 받은 듯)
...저는, 황당했습니다.
살다 보면 화가 날 수 있어요.
꼭 참으라는 법도 없죠. 화를 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화를, 과녁을 제대로 설정해서 쏴야죠.
화나게 한 사람에게 화를,
부탁할 사람에게 부탁을,
사과할 사람에게 사과를
좀
하고 살았음 좋겠어요. 우리 다 바보 아니고 교육받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것도 구분 못 하면 어찌합니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