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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차 빼달라는 전화

저도 하나 조회수 : 6,955
작성일 : 2023-07-13 22:24:29

아래 우산글 보고 저도 문득 생각난

어제 받은 전화 얘기 써 봐요.

같은 상황은 아니고 뭐랄까... '나한테 그럴 일인가?' 싶은 점이 비슷해서 생각나서요.

 

오전 업무 끝나고 점심시간,

구내식당 이동 감안하고 봤을 때 한창 밥 먹을 시간이었어요. 이걸 저희 근무자들은 다 압니다. 점심시간 언제쯤에 어디 있을 거다 하는 거.

(대체로 단체로 이동 - 식사 - 양치 

이 순이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으니 상당히 냉랭한 목소리가 

저기요, 여기 차 좀 빼 주셔야겠는데요.

하더군요.

이상했어요!

 

왜냐... 근무지가 좀 특이한 지형에 있어서

주차장은 아래에 있고, 고위 직급자가 아니면 모두들 그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하고

그리고 진짜 눈 앞에 별이 보이는 고갯길을 걸어올라가야 건물이 나오는데요.

 

차 빼 달라는 전화 받으면 진짜 이건 식은땀 나는 거예요. 이 더위에 나가는 것도 일,

그 깔딱고개를 다시 올라오는 건 더 큰일.

그래서 저는 전화 안 받을 수 있게

누구를 방해하지 않는 자리에 잘 세웠거든요! 그런데 차를 빼 달라...?

 

순간 어...? 하다가 물어봤죠.

제 차가, 다른 차 방해할 자리에 있지 않을 텐데요, 하고.

 

그랬더니 짜증이 나 죽겠다는 목소리로 그 여자가

그렇죠오~ 근데 제 차 앞 차가 전화를 열 번 해도 안 받는데 어떡해요??? 차 좀 빼 주시죠?

이러는 거예요.

 

아니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그래서 물어봤죠.

 -전화를 안 받는 건 속상하시긴 하겠는데요... 그래서 저보고 내려가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의아한 저

-아니 그럼 부탁을 하셔야지

이렇게 당당하게 강요를 하시면 어떡하나요...?

-(싸한 침묵)

 

전화 많이 해도 안 받아서 열받은 건 알겠어요. 근데 그 감정을

아무 연관 없는 사람에게 쏟으면 안 되죠... 그게 제 잘못이냐고요;;;

차라리 너무 속상해 발을 동동 구르며 부탁했으면 저는 의외로 마음 약한 호구라 

아이구 얼마나 답답할까

네네 하며 내려갔을 거예요.

그런데

싸...하게 암말 안 하길래

-여보세요?

하니까 

세상 차가운 목소리로 뭘 꾹 참듯이

-...그럼 제가 뭐 어떡할까요?

이러는 겁니다. 이 말이, 제일 황당했어요.

핸드폰에서 드라이아이스의 냉기가 흘러나오는 줄.

 

제가 

-네?

하니까

-지금 뭐하시는데요?

이러더군요.

-점심시간이니까, 밥 먹죠.

(나는 왜 모르는 여자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가)

 

 

 

이 이상한 대화는, 제가

-그 앞 차주에게 전화 다시 해 보시고

그래도 안 받으면 오 분 뒤에 다시 전화 주세요.

(라고, 내려가겠다는 호구의 여지를 남겨둠)

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만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 속터지는 차주가 전화를 받은 듯)

 

 

...저는, 황당했습니다.

살다 보면 화가 날 수 있어요.

꼭 참으라는 법도 없죠. 화를 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화를, 과녁을 제대로 설정해서 쏴야죠.

화나게 한 사람에게 화를,

부탁할 사람에게 부탁을,

사과할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살았음 좋겠어요. 우리 다 바보 아니고 교육받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것도 구분 못 하면 어찌합니꽈.

 

 

 

 

 

   

IP : 223.38.xxx.23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7.13 10:27 PM (211.201.xxx.106)

    어휴 그래서 또 전화가 왔나요? 그여자 싸가지 없었는데 원글님 잘 대처하셨네요.

  • 2. 초록꿈
    '23.7.13 10:32 PM (121.146.xxx.169)

    정말 황당하셨겠어요.
    그럼에도 대처는 잘 하셨네요.
    지금 뭐 하냐니...어이상실입니다.ㅎ

  • 3. ....
    '23.7.13 10:32 PM (221.138.xxx.139)

    이해가 잘...
    원글님 차를 움직이면 그 앞차가 안움직여도 차를 뺄 수 있다는 건가요????

    여튼 저런 태도의 사람들 이해 안가고,
    저러면 그냥 잘라(끊어) 버려요.
    아쉬워서 부탁하는 입장에서
    공손하게 사정을 해도 모자랄 판에

  • 4. 윗님
    '23.7.13 10:32 PM (221.151.xxx.109)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라고 쓰여 있습니다 ^^

  • 5. ...
    '23.7.13 10:32 PM (175.223.xxx.115)

    짧은 순간에 참 야무지게 대응 잘 하셨네요

  • 6. 이야
    '23.7.13 10:38 PM (180.70.xxx.42) - 삭제된댓글

    그래도 원글님 굉장히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차분히 생각 잘 하시고 대응 잘하시네요.
    저였으면 내가 어디에 차를 주차했는지 이런거 앞뒤 생각할 것도 누군가가 내 차를 빼달라고 하니 아이고 내가 잘못했나보다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 깔딱고개 넘어가서 그 현장을 마주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그 현장에서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나 싶어서 한바탕 했을 거고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일단 침착하게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겠구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쌩유원글님^^

  • 7. 원글
    '23.7.13 10:38 PM (223.38.xxx.23)

    - 아 제가 글을 수정했어요.
    마무리가 어떻게 됐는지 안 쓴 거 같아서 추가.

    - 제 차를 빼면, 이 전화 건 여자의 차가
    제 차에서는 대각선 뒤쯤 있었던 거 같은데
    제 차 뒤엔(여자의 차 옆) 공간이 좀 있었거든요.
    거기로 어찌어찌 움직여서 뺄 생각이었나 봅니다.

  • 8. 이야
    '23.7.13 10:38 PM (180.70.xxx.42)

    그래도 원글님 굉장히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차분히 생각 잘 하시고 대응 잘하시네요.
    저였으면 내가 어디에 차를 주차했는지 이런거 앞뒤 생각할 것도 없이 누군가가 내 차를 빼달라고 하니 아이고 내가 잘못했나보다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 깔딱고개 넘어가서 그 현장을 마주했을 거예요.
    그리고는 그 현장에서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나 싶어서 한바탕 했을 거고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일단 침착하게 상황을 다시 한번 되짚어봐야겠구나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쌩유원글님^^

  • 9. ..
    '23.7.13 10:42 PM (112.214.xxx.147) - 삭제된댓글

    오~ 최근 읽은 글중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네요. ^^
    고구마면 어쩌나 했는데..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응 너무 좋아요~

  • 10. ..
    '23.7.13 10:43 PM (115.138.xxx.27)

    원글님 성격 좋으시다.. 저같으면 미친거 아냐? 소리가 먼저 나왔을텐데요.
    저 여자 자기 전에 이불킥 백만번 하면서 원글님께 죄송했다 문자라도 보내야할텐데. 그런 사람이라면 저따위 전화도 안했겠죠?

  • 11.
    '23.7.13 10:45 PM (124.54.xxx.73) - 삭제된댓글

    저라면
    네 하고갔다가 열받았을텐데
    무척 논리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하셨네요
    정말 제가 따라디니면서 배우고싶어요

  • 12. 사랑감사
    '23.7.13 10:47 PM (175.223.xxx.210)

    원글님 사이다~~~!!!

    만세!!!!

  • 13. ..
    '23.7.13 10:52 PM (1.243.xxx.100)

    굉장히 이성적이고 똑똑한 분이신 듯.
    배우고 갑니다.

  • 14.
    '23.7.13 10:52 PM (106.101.xxx.230)

    원글님 멋져부러!

  • 15. ...
    '23.7.13 10:53 PM (219.241.xxx.231)

    원글님이 대처를 잘하셨네요!

  • 16. 오ㅓ우
    '23.7.13 11:03 PM (210.96.xxx.10)

    너무 멋지세요 원글님

  • 17. 엄지척
    '23.7.13 11:08 PM (106.102.xxx.94)

    이렇게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있어 보이는데ㅜㅜ
    난 흥분부터 시작해서리..ㅜㅜ

  • 18. 우와
    '23.7.13 11:12 PM (223.38.xxx.190)

    원글님 진짜 멋지시네요
    그런 상황이면 저도 어버버 하면서
    그냥 내려갔다가 나중에 열받았을텐데 ㅎㅎ

  • 19. ㅎㅎㅎ
    '23.7.13 11:31 PM (222.107.xxx.62)

    그 여자 참 신기한 뇌 구조네요. 원글님 사이다ㅎㅎ

  • 20. ...
    '23.7.14 12:26 AM (220.84.xxx.174)

    앗 저도 우아함보다
    이런 이성적이고 차분함 배우고 싶네요
    멋지세요~~

  • 21. ..
    '23.7.14 9:06 AM (1.237.xxx.241)

    지각없는 사람에게
    이성적으로 대처하셨군요.
    짝짝짝짝~~~^^

  • 22. 진짜
    '23.7.14 1:55 PM (175.114.xxx.59)

    모지리였네요.

  • 23. 우와
    '23.7.14 10:28 PM (61.84.xxx.189) - 삭제된댓글

    진짜 요즘은 이런 애들이 나오는군요. 아무 데나 자기 분노 폭발시키는 애들 정말 답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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