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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 호텔뷔페 다녀왔어요

대식가 조회수 : 11,567
작성일 : 2023-06-16 21:28:38
여기는 호텔뷔페 쓰레기같다 시장바닥같다 하면서 싫어하는
파인다이닝만 즐기는 대미식가 부유층 많으시죠
저는 시장바닥이고 뭐고 엄청 좋아하는데 비싸서 못가요
점심만 최소 15만원 돈이니까 네식구 먹으면 60만원 후덜덜..
동네 마트 아님 오아시스에서 3-4만원 어치 장봐서 2-3일 먹는데
60만원을 한 끼에 어케 써요

쓰고있는 카드사에서 연회비 십만원 내면
십일만원 어치 호텔 식사권이 나와요.
물론 이마트 상품권이나 전자제품 구매권으로도 바꿀 수 있는데
조삼모사인 거 알면서 매년 호텔식사권을 받아요
너무 웃기죠 제 돈 십만원 내고 가긴 아깝고
그 십만원 쿠션 먹여서 쿠폰으로 받으면
공짜로 받은 거 같은 어리석음…
알면서도 지난 몇 년 동안 그거 모아서 일년 혹은 이년에 한 번
어버이날이나 생신 때 부모님 모시고 (저만) 가곤 했죠.

그런데 올해는 어찌저찌하다가 쿠폰 쓸 수 있는 유효기간이
다 지나가버린거에요. 딱 하루 남음…
부모님께 전화드려보니 나오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님…

인생 처음으로 뷔페 혼밥을 예약했어요.
저는 먹는 걸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거든요.
근데 혼자 뷔페를 처음 가봤더니
또 뷔페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갔더니
진짜 행복한 거에요.

탱글한 미역국수가 말려있는 싱싱한 물회 한 젓가락
씹는 맛이 좋은 후토마키 한 점
입에서 살살 녹는 안심 스테이크 한 조각
양갈비 한 조각
꼬리한 엔쵸비맛 제대로 나는 시저샐러드 커다란 로메인 두 장
잘 구워 치즈 갈아 얹은 아스파라거스 딱 한 조각

지글지글 곱이 가득한 대창구이 딱 한 점과
매운 불맛 제대로 나는 낙지볶음 딱 두 조각

칠리새우와 엘에이갈비처럼 촌스러운 메뉴도
감칠맛 폭발해서 딱 한 점씩

대게 다리 한 개

쌀국수 한 젓가락에 숙주 듬뿍 넣어 한 그릇

마지막으로 미니마카롱과 홍차

이렇게 천천히 많이 먹고 일어나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진짜

좋은 기름과 향신료 쓴게 느껴져서 더 행복했어요.

뭐 파인다이닝 가면 더 좋겠지만
페리카나 치킨 신전떡볶이 애슐리 이런데나 가다
호텔 뷔페 갔더니
올리브유 급부터 다르던걸요

부모님 이것저것 떠드리고 신경쓸 땐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오히려 더 많이 먹었는데
한 점 한 점 음미하면서 먹으니
그때보다 오히려 덜 먹게 되더라고요

내년에도 혼자 또 오고싶다 생각하다가
부모님 산해진미 더 드시게 해드리고 싶다
우리 애기들도 오면 맛있다고 엄청 잘 먹을텐데
나 혼자 호강한게 너무 미안해서
한 번이면 족하지 하고 맘을 접었답니다.








IP : 223.38.xxx.68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우
    '23.6.16 9:34 PM (211.221.xxx.212)

    마음은 벌써 호텔 문 열고 있어요^^
    원글님 우아하게 식사하는 모습이 보여지네요.
    후룹..침이 고인다~~~

  • 2. ...
    '23.6.16 9:36 PM (211.51.xxx.77)

    직접가서 호텔부페 먹고온 느낌이에요. 혼자우아하게 맛있는식사하셨네요^^

  • 3. 우왕
    '23.6.16 9:37 PM (121.133.xxx.137)

    먹는거에 진심인 분이시군요!!!
    멋져요
    전 그쪽에 전혀 관심도 취미도 없는 사람이지만
    이런얘기 한번씩 들으면
    행복지수 높으시겠다 싶고 좋아보여요
    덕분에 저도 기분 좋네요-_-

  • 4. ....
    '23.6.16 9:39 PM (221.154.xxx.180)

    원글님 진정 미식가 인정~

  • 5. ..
    '23.6.16 9:40 PM (112.153.xxx.147)

    잘하셨어요
    부모님ㅡ 친정이든 시가든 모시고가면 어딜가든 정신없어 맛 느끼기 힘들죠

  • 6. 진정한
    '23.6.16 9:40 PM (118.235.xxx.207)

    미식가가 나타났다!

  • 7. 일제불매운동
    '23.6.16 9:43 PM (109.147.xxx.207)

    행복하셨던 순간이 글에서 느껴지네요~ ^^

  • 8. 행복
    '23.6.16 9:45 PM (1.237.xxx.181)

    원글이 글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네요 ^^

  • 9. 어머머
    '23.6.16 9:51 PM (223.38.xxx.241)

    츄르릅
    듣기만해도
    침이 줄줄 흐르네요

  • 10. ..
    '23.6.16 9:52 PM (114.207.xxx.109)

    나이스하신분!!잘하셨어용

  • 11. ....
    '23.6.16 10:05 PM (120.142.xxx.37)

    뷔페 제대로 즐기고 오셨네요.
    잘 하셨어요 :)

  • 12. ..
    '23.6.16 10:13 PM (220.94.xxx.8)

    와!! 묘사가 너무 디테일한것이..
    이밤에 입맛당기네요.
    조만간 돈쓰러 호텔부페 한번 가야겠어요.

  • 13. 가구
    '23.6.16 10:28 PM (59.5.xxx.251)

    부페 혼밥할 생각을 못했네요.

    아주아주 예전에 저 고딩때, 그랜드인터컨티넨탈 백조 부페에 아저씨 한분이 혼자 앉아서 저녁 부페 눈치보며 드시던 게 갑자기 기억났어요.

    제가 그분 특이하다고 생각했던것도. ㅋㅋㅋ
    그때는 그런 문화가 없어서리.

    지금은 혼밥의 시대이니, 좀 나으려나요.

    저는 호텔 조식은 혼밥 가능한데, 디너 부페 혼밥은 도전과제네요. ^^;;

  • 14. 어제
    '23.6.16 10:31 PM (183.97.xxx.102)

    저랑 같은 카드일거 같네요.
    신한...

    저도 꼭 호텔 상품권으로 받아요.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맛있는거 먹으러 갈 생각도 못할 때가 많아서요. 카드사 바우처라도 받으니 한번씩 맛난 곳 골라보게 되고 가게 되더라고요.
    어디로 가셨어요? 저도 숙제 해야 하는데...

  • 15. 와우~
    '23.6.16 10:33 PM (180.229.xxx.53)

    호텔뷔페는
    혼자 가서 요렇게 즐겨야겠어요

  • 16. ..
    '23.6.16 11:03 PM (106.102.xxx.65) - 삭제된댓글

    내년에도 혼자 즐기세요 부모.자식한테 평소에도 베풀고 살텐데 이정도는 나만의 소소한 행복으로 누려도 되죠

  • 17.
    '23.6.17 6:45 AM (14.44.xxx.94) - 삭제된댓글

    맛있는 거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 눈에 선하네요
    다음에도 미식기행 글 올려주세요

  • 18. 맛있는 글
    '23.6.17 11:12 AM (211.210.xxx.9)

    내년에는 부모님이랑도 다녀 오시고, 혼자서도 이렇게 다녀 오세요. 그리고, 글 또 올려 주세요. 유튜브 먹방보다도, 더 실감나요!

    바깥 풍경 보면서, 조금씩 음식 담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음식에도 집중하고, 맛도 음미하는것 너무 좋네요. 그야말로 아름다운 미식생활^^

    전, 관광도시에서 섬처럼 사는 바람에, 서울에서 식구들, 친구들 오면, 내가 너무 신나서, 무조건 호텔 부페 모시고 가거든요. 호스트의 입장이라 막상 저는 거의 못 먹게 되서, 원글님글 100퍼 동감하면서 읽었어요.

  • 19. 단단한올리브
    '23.6.17 6:39 PM (175.125.xxx.70)

    오~~~ 저도 호텔뷔페 한 바퀴 돌고 온 느낌인데요! 언제 여유가 있으면 한 번 가서 먹고 싶어요.

  • 20. ㅇㅇ
    '23.6.17 7:10 PM (123.111.xxx.211)

    호텔뷔페 혼밥 하시는 분 보면
    내가 김밥천국에서 혼밥하듯 호텔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
    호텔 혼밥 하시는 분들~부르주아처럼 느껴지니까 어깨펴고 당당히 드세요

  • 21. 저두
    '23.6.17 7:25 PM (182.228.xxx.67)

    어느 호텔인지 궁금합니다.

    저두 혼부페 잘가요.
    식구들이랑 가면 느긋하게 먹고 오기가 힘들어요.

  • 22. 아휴...칭찬합니다.
    '23.6.17 7:34 PM (58.234.xxx.237)

    행복했던만큼 자식들도 더 잘 돌보실것 같고요.
    부모님께도 잘하실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혼자 부페 가시어요. 그것이 선순환인것입니다.ㅎㅎ

  • 23. 어머
    '23.6.17 7:36 PM (218.50.xxx.110)

    원글님. 음식맛 묘사가 훌륭하세요

  • 24. 저랑 같은 과
    '23.6.17 7:37 PM (85.255.xxx.102)

    제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한국 가서 뷔페 식당 가기 였어요.
    먹는데 진심인 저
    뷔페 식당은 절대로 안 가는 제 남편
    뷔페 식당 가서도 치킨 너겟 한 종류만 먹는 제 아이
    이 가성비 떨어지는 가족과 같이 가려니 너무 돈이 아깝고 그래서 한번도 못 간 뷔페 식당
    결혼 전 혼자서 천천히 느긋하게 먹었던 뷔페가 너무도 그리웠거든요.
    벼르고 벼르다 작년에 한국 갔을 때 이번에는 반드시 혼밥하고 오리라 했는데(같이 가면 이야기 하느라 음식에 집중하는데 방해)
    탈이 나서 병원에 일주일 입원하고 그렇게 먹을 기회가 날아 갔어요. 엉엉
    올 해 다시 가 볼 까 싶은데
    될려나 모르겠어요.

  • 25. ...
    '23.6.17 8:49 PM (123.215.xxx.126)

    뷔페 다녀온 것 같네요. 혼뷔페 좋은 생각이에요.

  • 26. ..
    '23.6.17 8:54 PM (218.49.xxx.99)

    혼밥의 최상 난이도
    뷔페혼밥을
    감칠맛나게 후기를 쓰셨네요
    앞으로 계속 행복한 뷔페 즐기시길ᆢ

  • 27. ...
    '23.6.17 9:18 PM (124.49.xxx.9)

    혼밥이 최고죠

    글을 넘 잘쓰셔서 뷔페 혼밥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 28. 와우
    '23.6.18 5:04 PM (218.155.xxx.173)

    좋네요
    오랜만에 시도해 볼까하는 의욕이 샘솟네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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