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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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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인이 되면 세상 변화에 적응이 힘들거같긴 해요

ㅇㅇ 조회수 : 4,041
작성일 : 2023-01-23 19:18:40
설전에
작은아버지 댁에 인사드리러 다녀왔거든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서울에 남은 아버지 형제분이 한분이라

와서 밥먹으라고 하시는데
식사시간 피해서 잠깐 들렀다 오는데
근황토크를 하다가 그 집 손녀딸들이 요새
대학수시 붙고 알바를 해서 돈을 꽤 많이 벌었다고

그래서 어머 작은 아버지 좋으시겠다
애들이 할아버지 맛있는거 사드린다고 하겠네요
하는데 머쓱하게 그냥 웃으시는거에요
작은엄마가 애들 얼굴도 못본다고 하시는데

작은아버지 내외분은 맞벌이하는 사촌들네 애들 넷을
돌아가며 다 중학교때까지 키워주심
손녀딸이 아침밥 못먹고 학교갈까봐 
할머니인 작은 엄마가 마을버스타고 새벽에
반찬 싸가지고 가서 밥먹여 학교보내시는걸 거의 십년을 하셨죠

아빠 살아계실 때 우리집에 오실때는
꼭 애들 데리고 오셨어요
달리 둘데가 없으니 애들도 잘 따라다니고
할머니 할머니 하고 손잡고 다니는 애들이었거든요

근데 또 저나 그애들 아빠인 사촌들은
할아버지가 20대 중반까지 사셨는데
남자인 사촌들은 할아버지 병원에 입원하면 번갈아가며 간병침대에서 자고
저는 대학교 들어간 이후 할아버지 돌아가실 때까지
한달에 한번은 꼭 찾아가서 뵙고 그런 문화에서 자랐거든요

우리 할아버지가 작은아버지처럼 자상한 할아버지냐 그것도 아니고 ㅋㅋㅋ
지금도 생각나요.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할아버지가 절해여. 이러시고 앉으시면 절하고
할아버지가 묻는 말에 대답하고
그때 그때 제 경제수준에 맞게 할아버지 손수건이며 양말, 화장품, 간식거리
이런거 조금씩 사다드리면 할아버지가 잘 쓰마. 하시고
그때 할아버지 방 냄새랄까 ... 약간 담뱃재 냄새랑, 올드스파이스 화장품 냄새랑

그래도 할아버지 댁엔 가는거, 할아버지 필요한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서
뭐라도 들고 가야 하는거. 정 살거 없을 땐 바나나 한뭉치라도요 ㅎㅎㅎ

그때 작은엄마가 할아버지 모시고 사셨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얘 밥먹고 가라. 꼭 그러시고
그때는 밥까지 먹었어요. 
할아버지가 손녀랑 겸상해서 밥먹는거 좋아하셔서요.
나중에는 요령이 행겨서 작은엄마 덜 힘들게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걸 사들고 갔었죠. 김초밥이나 유부초밥. 장국까지 다요 ㅎㅎㅎ

작은아빠나 작은엄마는
옛날에 할아버지처럼 권위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자상하고 헌신적인 조부모인데
애들은 저희때처럼 의무감으로 조부모한테 잘하는 세대도 아니고 
좀 섭섭하시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ㅎ

대학 합격 전화만 하고
알바하느라 1월 중순까지 얼굴도 못봤다고 하시니 ㅋㅋㅋ

옛날이랑 지금이랑
각 나이대에 요구되는 행동이 많이 달라지고 없어진거 같아요
물론 저도 이제는 명절때 웬만하면 외국으로 날라서 안나타나기도 하는 날라리가 됐지만

그래도 명절전후로는 아 집안 어른들에게 전화라도 돌려야 하나
압박감이 있는데 말이죠

그때 제가 딱 지금 저 조카딸들 나이인데
저는 지금으로 치면 한 삼십대? 사십대 정도로 행동했던거 같네요
IP : 122.32.xxx.11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23 7:23 PM (121.160.xxx.202) - 삭제된댓글

    바뀌는 세상에 자꾸 옛날 얘기하면서 주장하면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게 되지요...

  • 2. ....
    '23.1.23 7:26 PM (222.236.xxx.19)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본인이 그 세상에 적응을 해야죠 ..ㅠㅠ

  • 3. 원글님도
    '23.1.23 7:29 PM (223.38.xxx.69) - 삭제된댓글

    평범치는않았네요
    저 40인데 조카들처럼 살았어요

  • 4. ker
    '23.1.23 7:32 PM (180.69.xxx.74)

    50대 저도 가끔 변화가 힘들어요
    아이가 보기엔 한심해 보일때도 있겠죠

  • 5. ㅡㅡㅡㅡ
    '23.1.23 7:34 PM (61.98.xxx.233) - 삭제된댓글

    뭔가 아련하네요.
    할아버지는 참 행복하셨겠어요.
    작은어머니아버지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6. ㅁㅇㅁㅁ
    '23.1.23 7:40 PM (125.178.xxx.53)

    작은 어머니 아버지가 정말 희생적인 분들이네요
    행복하시길

  • 7. 원글이
    '23.1.23 7:40 PM (122.32.xxx.116)

    저도 대학다닐때부터 미친듯이 유럽 배낭여행다니고
    해마다 유행하는 이상한 색깔 립스틱 다 바르고
    압구정동에서 포켓볼 치던 사람이긴 한데
    그건 그거고
    한달에 한번 할아버지 댁에는 가야 했어요 ㅋㅋㅋ
    그때도 사회 변화는 당연히 급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요

    할아버지 댁에 가기 전엔
    입술에 발랐던 립스틱 다 지우고 얌전하게 챕스틱이나 좀 바르고
    그랬던거죠

  • 8. 쓸개코
    '23.1.23 7:52 PM (118.33.xxx.139)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으신 분들 같네요.
    작은아버지 웃음에 많은것이 담겨있지 않나 싶어요. 그게 씁쓸함일 수도 있고.. 체념일 수도 있고..
    자식에 대한 남은 애정일 수도 있고.. 모든것일수도 있겠죠.

  • 9. ..
    '23.1.23 8:10 PM (211.234.xxx.235)

    원글님 참 괜찮으신분같아요. 센스도있으시고.. ㅎㅎ

  • 10. 글 중
    '23.1.23 9:16 PM (221.149.xxx.179)

    작은 엄마가 마을버스타고 새벽에
    반찬 싸가지고 가서 밥먹여 학교보내시는걸
    거의 십년을 부분에서 대단합니다. 어릴적 기억은
    없으나 누구나 거저 길러진건 없다는 생각듭니다.

  • 11. ..
    '23.1.24 12:35 AM (110.15.xxx.251)

    우리 때만 해도 어른들한테 해야하는 의무가 있었죠 그당시 어른들은 얼마나 도리 찾으며 구속이 많았는지 아랫사람이 생각을 표현하기도 어려웠구요
    명절에 안가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잖아요
    요즘은 일이 있어서 못 간다하기도 하고 의무감 없이 선택할 자유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반면에 친척간의 유대감이 사라지는 건 아쉽기도 하구요
    원글님처럼 자유로운 선택과 친척과의 관계도 챙긴다면 가장 이상적이겠네요 님 덕분에 행복해할 어른들도 많으실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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