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첫눈 오니까 옛날 생각~

그냥 조회수 : 1,047
작성일 : 2022-12-03 10:09:32

오늘 아침에 첫눈이 내리는 걸 봤어요.

정말 겨울이네요. ^^


제가 20대 중반이었던 그즈음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때였나,

안양에 살았었는데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거라는 예보가 있었어요.


그날이 토요일이었는지  평일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데

따로 생활하던 오빠가 그날 집을 비우고 어딜 갔어야했고

제는 오빠가 생활하던 집에 물건을 가져다 놓아야 했었고요.

오빠한테 여유분의 키를 받아두고 있었던터라

제가 자취하던 집에서 짐을 챙겨서 버스타고 오빠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날 눈이 어마 어마하게 왔어요.

커다란 함박눈이 소리도 없이 비처럼 내리는데

와...살면서 그런 크리스마스 이브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온 세상이 설원인데다가

저녁 7시 8시쯤 되어서 가로등 불빛, 네온싸인등 불빛이 쌓인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정말 고요한 눈의 나라  그 자체였거든요.


겨울이고 눈오면 바람 불고 매섭게 춥던 날씨가 아니라

그날은 눈도 함박눈이 고용하게 소리없이 사륵사륵 내리는데

버스에서 눈 내리는 모습을 감탄하면서 봤어요

눈이 많이 내리니 차들이 천천히 운행을 했지만

눈이 녹거나 바로 얼음이 얼거나 하지 않아서 혼잡스럽지도 않았고요.


오빠가 생활하는 집에 도착해서 들어가려고 키를 찾는데

세상에... 챙겨왔다고 생각했던 키가 없더라고요

집에 놓고 온 거였어요.

같은 안양이어도 바로 옆집도 아니고 거리가 좀 있는데

평상시 같으면 너무 짜증이 났을 상황임에도

그날은 기분좋게 다시 버스 타러 갔어요


온 세상이 설원인데  공기는 하나도 차갑지 않고

포근할 정도로 느껴져서

조금이라도 더 밖을 거닐고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날 왔던 길을 두번씩 반복했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짜증나지 않았어요


제가 45살인데

눈 많이 오기로 소문난 지역이 고향이라

어렸을때 눈 엄청 쌓인거 보고 자랐지만


그날처럼 공기까지 포근했던 함박눈 가득 쌓인 겨울저녁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겨울이면 그때 저녁거리가 가끔씩 기억나요


IP : 121.137.xxx.23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2.12.3 10:16 AM (118.37.xxx.7)

    아름다운 기억이네요~
    그날의 따뜻함이 느껴져요. 원글님 행복하세요~

  • 2. ...
    '22.12.3 11:29 AM (39.7.xxx.151)

    20중반에 나올수없는 대단한 평정심이네요~^^
    눈이 그랬다기보다 작은일에 감동할줄 아는 님의 성정 때문이 아니셨을까요?

  • 3. 아름다운 원글님
    '22.12.3 11:46 AM (211.36.xxx.200)

    성품이 너무너무 아름다우셔요... 글도 넘 잘 쓰세요
    저까지 글 읽으면서 행복해졌어요^^

  • 4. 쓸개코
    '22.12.3 3:13 PM (121.163.xxx.229)

    몇 해전 겨울 어느날 버스를 타고 귀가하고 있었어요. 밤이었고요.
    원글님 추억속의 눈처럼 그렇게 소리없이 소복소복 눈이 내리는데
    버스가 어느 지점을 지나는데 온통 나무 밖에 없어 얼마나 설경이 아름답던지..
    만원 버스에 서 있던 사람들 표정이 감상에 젖은 표정으로 변하더니
    모두들 창밖을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라고요.ㅎ
    그날을 잊지 못해요. 모두가 타인이지만 한마음으로 빠져있던 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7015 아이폰이 갤럭시보다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14 .. 19:30:38 1,530
1587014 축의금 5만원하면 억지로 한 티 나나요? 9 ... 19:27:31 1,821
1587013 자녀 결혼식에 시부모만 초대해도 되겠죠? 19 결혼 19:18:24 2,826
1587012 암웨이 새로나온 퀸냄비 세트 괜찮나요? 7 ㅇㅇ 19:14:05 878
1587011 82에서 정말 신기한거 - 성적관련 21 ... 19:09:46 3,394
1587010 7시 알릴레오 북's ㅡ 침팬지 폴리틱스 : 인간의 정치를 알.. 3 같이봅시다 .. 19:04:24 505
1587009 요즘 쿠팡 오케이캐쉬백 경유적립 안되나봐요. 1 .. 18:59:03 203
1587008 신협 조합원 배당금 3 000 18:58:45 1,095
1587007 직장다니는 성인 자녀들 얼마나 챙겨주세요 30 .. 18:49:50 3,757
1587006 탕웨이 입금 후 4 입금ㅌ 18:46:00 8,325
1587005 궁굼)왜 작가들은 말을 잘할까요 9 궁굼해 18:44:49 1,247
1587004 헐 사고났는데 오늘의 운세! 8 사주 18:41:32 1,841
1587003 당근할건데요 5 오늘 18:35:18 857
1587002 인공 눈물 당근에서 팔 수 있나요? 8 .. 18:33:59 1,255
1587001 남편 재산,부채 확인하려면.. 1 국장 18:33:29 933
1587000 당근 다른 지역 거래 어떻게 할까요 2 당근 18:31:51 388
1586999 집값은 크게 안떨어져요 급여가 많이 올랐어요 43 ㅇㅇ 18:21:28 6,849
1586998 코바늘 영어 도안 읽을줄 아시는 분 계실까요 6 Tr 18:19:41 589
1586997 집값이요? 우리집만 올랐으면 좋겠어요 14 ㅇㅇ 18:17:21 1,987
1586996 애견 사료 뭐 먹이세요? 28 ㅇㅇ 18:14:22 838
1586995 저녁 뭐 하세요? 10 후... 18:13:45 1,194
1586994 진한 브라운 스커트 6 ... 18:05:42 1,278
1586993 외국인이 좋아하는 얼굴형 31 18:03:06 5,477
1586992 그냥 집순이인 나... 초라해요 41 - 18:02:43 10,410
1586991 임윤찬 7 Zz 18:00:30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