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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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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 명문이네요

걷기 조회수 : 6,919
작성일 : 2022-08-31 04:58:19
누군가가 교과서에 실려야 할 글이라 하던데
크게 공감합니다
글만 가져오기 못하여 기사 링크 겁니다


https://v.daum.net/v/20220830145723909?fbclid=IwAR21aXT9VkIA6nnIxwguos6aU-FHZs...
IP : 183.101.xxx.139
4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걷기
    '22.8.31 4:58 AM (183.101.xxx.139)

    https://v.daum.net/v/20220830145723909?fbclid=IwAR21aXT9VkIA6nnIxwguos6aU-FHZs...

  • 2. ...
    '22.8.31 5:08 AM (125.177.xxx.243) - 삭제된댓글

    내용은 좋은데 영어를 한국어로 직역한 듯한 글이라 읽기에는 어색하네요

  • 3.
    '22.8.31 5:15 AM (223.38.xxx.148)

    저는 다르게 느꼈어요. 아름답습니다. 시 같았어요.
    하무함에 시들어 가던 저를 오랜만에 심장 뛰게 하는 글을 만났습니다.

    그래요. 세상이 어떻든 간에 낯선 나를 궁금해 하며 마주보기를 그만두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시, 달라져 볼래요.

  • 4. 명문입니다.
    '22.8.31 5:19 AM (116.46.xxx.87)

    명문이네요

    [허준이 교수 축사 전문]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 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학위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중 하나가 졸업 축사가 아닌가 합니다. 우연과 의지와 기질이 기막히게 정렬돼서 크게 성공한 사람의 교묘한 자기 자랑을 듣고 말 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겁이 나서, 아니면 충실하게 지내지 못한 대학 생활이 부끄러워 십오 년 전 이 자리에 오지 못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축하받을 만한 일을 축하받기 위해 이를 무릅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졸업식 축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십몇 년 후의 내가 되어 자신에게 해줄 축사를 미리 떠올려 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 듣고 싶은 축사를 지금 떠올려 보는 것도 가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연하게 떠오르는 말은 없습니다. 지난 몇천 일, 혹은 다가올 몇천 일간의 온갖 기대와 실망, 친절과 부조리, 행운과 불행, 그새 무섭도록 반복적인 일상의 세부 사항은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힘들거니와 격려와 축하라는 본래의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화한 마음은 부적절하거나 초라합니다.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잘 쉬고 돌아오라던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듬성듬성해진 성적표 위에서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오래전의 제가 졸업식에 왔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했습니다만 생각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그가 경험하게 될 날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가슴 먹먹하게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선물할 어떤 축사를 떠올리셨을지 궁금합니다.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들뜬 마음에 모든 시도가 소중해 보입니다. 타인을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의 자신으로, 자신을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래 준비한 완성을 축하하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 5.
    '22.8.31 5:23 AM (218.155.xxx.132)

    저는 저 글 읽고
    서울대 졸업생들이 저 글을 이해할까 싶었어요.
    한번도 실패없이 쌓아올려 서울대 간 애들이 대부분일텐데..

  • 6. 입학 후 고민
    '22.8.31 5:40 AM (211.211.xxx.245)

    교수님 축사에
    똑똑하고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들을 보면서 나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는
    구절을 보면 서울대생은 입학 후 고민이 많아질 거 같아요.

  • 7. ...
    '22.8.31 6:30 AM (72.203.xxx.115)

    물론 운 좋아 보이는 몇몇 졸업생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서울대 졸업생들은 저 축사에 깊이 공감할 거에요. 저 서울대 졸업생이고 허준이 교수보다 나이 많아요.

  • 8. 전형적인
    '22.8.31 6:46 AM (211.201.xxx.144)

    미국 졸업식의 축사같네요. 한국어 문장이 번역체라는게 아니라 이야기 전개가요.

  • 9. 한국의
    '22.8.31 6:57 AM (1.234.xxx.165)

    전형적인 축사는 어떤 건가요?

  • 10. 글쎄요
    '22.8.31 7:01 AM (211.201.xxx.144)

    1.234.xxx
    저는 본인의 전공인 수학을 따뜻하고 유머있게 접목한것이 좋다는 뜻으로 쓴 댓글이구요. 한국의 전형적인 축사는 잘 아시잖아요. 교훈과 클리세들로 가득찬 그저 좋은말들의 나열. 대학 졸업한지 오래돼서 지금은 달러졌을수도 있겠네요. 제댓글에 맘이 불편하셨나본데 답이 되셨나요?

  • 11. ㅇㅇ
    '22.8.31 7:03 AM (116.121.xxx.18) - 삭제된댓글

    허준이 교수의 축사, 명문이네요.
    한국 상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는 문장이 곳곳에 있어요.

    이야기 전개가 전형적인 미국 졸업식 축사라는 말은 적적한 표현이 아닌 거 같아요.
    모든 주례사, 대부분 축사는 이야기 전개는 다 비슷비슷합니다.
    그 안에 드러나는 디테일이 명문이냐, 뻔한 글이냐를 결정짓는 거죠.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 12. ㅇㅇ
    '22.8.31 7:04 AM (116.121.xxx.18)

    허준이 교수의 축사, 명문이네요.
    한국 상황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는 문장이 곳곳에 있어요.

    이야기 전개가 전형적인 미국 졸업식 축사라는 말은 적적한 표현이 아닌 거 같아요.
    모든 주례사, 대부분 축사의 이야기 전개는 다 비슷비슷합니다.
    그 안에 드러나는 디테일이 명문이냐, 뻔한 글이냐를 결정짓는 거죠.

  • 13.
    '22.8.31 7:06 AM (223.32.xxx.226) - 삭제된댓글

    진심이 느껴지는 선배의 축사네요.
    겉치레로 무용담과 위로와 축복의 말을 우스개와 적당히 섞어 모면할 수도 있었겠지만 조용히 밤새 책상에 앉아 본인의 졸업 후의 삶을 되돌아보며 어떤 문장을 건져올릴까 주제넘지않을까 고민한 아주 친절하지만 상투적이지 않은 선배의 조언같아요

  • 14. ㅇㅇ
    '22.8.31 7:08 AM (116.121.xxx.18)

    요즘 졸업식에 좋은 말들의 나열 뻔한 말잔치 이런 학교 거의 없을 걸요.
    몇 년 전 방시혁 축사도 꽤 매력적이었어요.

  • 15. 감사하는 마음
    '22.8.31 7:20 AM (219.254.xxx.188)

    오랜만에 읽는 졸업 축사인데 좋네요!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 16. 나 바보인가
    '22.8.31 7:36 AM (211.248.xxx.147)

    뭔가 시적인 명문이긴 한데 하..약간 뭔소리래 이런 느낌. 이래서 제가 서울대를 못간거군요.

  • 17. 음...
    '22.8.31 7:36 AM (175.223.xxx.40) - 삭제된댓글

    늦은밤에 글을 써서 아침에 읽는 기분이에요

  • 18.
    '22.8.31 7:40 AM (1.236.xxx.36) - 삭제된댓글

    저도 서울대를 못간 이유가 있네요
    전형적인 미국식 축사네요
    역시 검은머리 미국인 맞아요

  • 19. ...
    '22.8.31 8:03 AM (106.101.xxx.247)

    이젠 저런 글조차 못 알아듣는 게 나이탓이겠죠.ㅜ

  • 20. ...
    '22.8.31 8:03 AM (1.234.xxx.165)

    전형적인 미국 축사가 아니고, 지극히 최근의 축사같습니다만...뭐 언제부터 미국이 저렇게 축사했는지는 모르겠고 미국의 축사를 따라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축사의 전형이라는게 있나도 싶네요. 종이들고와 읽던 시절에도 석학 중엔 저런 축사해주시는 분들 계셨는데요. 고이어령 교수처럼요.

  • 21. 어떤것은 깊이
    '22.8.31 8:04 AM (166.196.xxx.55)

    공감되고 어떤것은 생각을하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축사인것 같습니다

  • 22. ...
    '22.8.31 8:13 AM (222.239.xxx.66)

    미국식은 저기 허준이교수가 나열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이런글아닌가요. 거기에 개인스토리를 멋지게 섞어서 내가 지금 이자리에 설수있는 이유입니다. 감동, 박수갈채..
    허준이교수는 자기자랑이 전혀 없는데요.
    어떤축사보다 와닿네요 그리고 친절하구요.
    원글님 감사합니다

  • 23.
    '22.8.31 8:13 AM (211.215.xxx.226) - 삭제된댓글

    아이가 이 학교 졸업생인데
    어제 가족 단톡방에
    허교수의 졸업 축사를 올려놨더라구요
    감동과 울림이 있었다구요

  • 24. 전형적이지
    '22.8.31 8:14 AM (1.235.xxx.154)

    않아요
    저는 이런 식을 좋아하거든요
    무슨 기념식이든
    근데 그날의 식사가 기억에 남지는 잘 않잖아요
    그냥 덕담수준의 좋은 말 대잔치이지
    그래서
    좋네요
    서울대가는 아이들이 실패없이 살아온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극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무수히 자기와의 싸움에서 노력하고 노력한 아이들이라서 더 힘들어요

  • 25. ㅇㅇ
    '22.8.31 8:21 AM (211.214.xxx.115) - 삭제된댓글

    저도 서울대 근처도 못가본 사람이지만 한문장, 한문장 허투루 읽지 않게 되는,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 26. ㅇㅇ
    '22.8.31 8:24 AM (211.214.xxx.115)

    서울대 근처도 못가 본 사람이지만 문장들이 허투루 읽히지 않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 27.
    '22.8.31 8:26 AM (211.192.xxx.155)

    제가 국어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 글을 읽고 출근길에 무언가 울컥했지만 그래서 어떻게 살으라는건지는 이해를 못했어요 어려웠어요 제 수준에는요

  • 28. 바니74
    '22.8.31 8:32 AM (220.118.xxx.180)

    어제 이 축사를 읽고 읽고 또 읽고 마음이 벅차올라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수학자는 철학자와 맞닿아있었어요.

  • 29.
    '22.8.31 8:35 AM (108.172.xxx.149)

    이런 글…. 어떤 분이실지…
    이런 생각은 하지만 이렇게 글로 표현하고
    삶을 극복해 가시는 분이라니

  • 30. dd
    '22.8.31 8:43 AM (210.179.xxx.177)

    아름다운 문장들인데 뭔가 변죽만 울리다가
    끝나버린 느낌이 드는 것는 저뿐?
    이과생이 이런 글을 쓰다니... 하다가 역시 이과생이구나...하는
    마음으로 읽기를 마쳤습니다.

  • 31. ...
    '22.8.31 8:54 AM (58.124.xxx.248) - 삭제된댓글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 32. ...
    '22.8.31 8:56 AM (222.236.xxx.135)

    진정성이 읽히는 글이네요.
    결국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려 사는 중년이라 뜨끔하기도 하지만 더 잘사는 다른 방법도 떠오르지 않네요. 평범한 중년에게는 여유있는 노후도 버거운 일이라 그걸 제끼고 다른 고민과 꿈을 얘기할 수 있는 그 때가 그리워요.

  • 33. .....
    '22.8.31 9:14 AM (125.178.xxx.109)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ㅡ 매일매일을 제대로 살아라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ㅡ 세상 사람들이 정석이라고 믿으며 따르는 삶을 위해 살지 말아라(돈 많이 버는 데 몰두하는 삶)

    이게 이 연설의 핵심인 것 같네요

  • 34. 쓸데없이
    '22.8.31 9:16 AM (211.36.xxx.76)

    미사여구와 자기 자랑 늘어놓는 여타 한국 축사와 비교하면
    내용이 알맹이가 있고 버리고 줄일게 거의 없는
    축사네요.
    그런건 번역해보면 알 수 있죠.
    늘어지고 같은 말 반복에 말하려는 의미도
    요약해서 번역해야 하는 한국식 축사
    그만큼 허세도 많고 하고 싶은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우리식 문화가 반영되지 않은
    할 말을 누가 읽어도 해석없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 좋네요.

  • 35. ...
    '22.8.31 9:31 AM (211.212.xxx.60)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기를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주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쏙 드네요.

  • 36. ....
    '22.8.31 9:49 AM (118.235.xxx.142)

    글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며칠에 걸쳐서 반복해서 읽으니 눈에 들어오는 듯요.
    반복해서 읽으니 또 크게 어렵지도 않은 내용이었던 듯도 싶고?
    번역문이어서 그랬나..

  • 37.
    '22.8.31 9:52 AM (218.155.xxx.188)

    스스로에게 친절해라 라는 저 말씀은 그동안 허준이 교수가 필즈상 수상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많이 했던 말이에요.
    수학자가 심리학자 같은 말을 해서 참 신기했는데
    생각해볼수록 우리가 살면서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얼마나 스스로에게 잔인하고 냉혹해왔는지가 떠올려지더라고요 또 그렇게 자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또 친절하지 못하고요. 그걸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무척 깊이 다가왔고 소중했습니다.
    허준이 교수가 밑바닥 생활을 겪은 그런 고통은 아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치열한 그 세계에서 얼마나 고민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티어 왔는지 알 것 같아요.

    정말 말씀 하나하나가 주옥 같더라고요 이 축사보다 그간의 인터뷰들을 보면요,,

  • 38. 111
    '22.8.31 10:05 AM (112.157.xxx.11)

    어제 검색하다 보고 너무 좋아서 애들하고 공유했어요. 진심이 담긴 축사 같아요.

  • 39. ..
    '22.8.31 10:24 AM (210.104.xxx.130)

    넘 아름다와요.

  • 40.
    '22.8.31 10:29 AM (112.166.xxx.70)

    글을 읽어보니 마음 고생이 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41. …….
    '22.8.31 10:34 AM (210.223.xxx.229)

    시인을 꿈꿨다더니 역시 시 같이 읽혀지는 글이네요
    의미에 대해 곱씹어 생각하게 되네요

  • 42. ..
    '22.8.31 10:45 AM (117.111.xxx.158)

    정말 너무 아름다운 축사인데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 축사라 더 마음에 와 닿고요. 원글님 이 글 정말 고마워요!

  • 43. Gggh
    '22.8.31 12:06 PM (39.123.xxx.168) - 삭제된댓글

    오랫만에 제대로 된 정신상태의 글을 읽었습니다
    저렇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죠
    길 잃은 많은 현대인들이 한번쯤 읽어 봤음 좋겠습니다
    이 와중 댓글에 서울대 혐오심이 드러나네요
    이런 글을 읽은 다음엔 멍청한 나를 잠깐이나마 되돌아 보고
    잠깐이나마 사람이 되는게 무릇 사람인데
    댓글님 화가 많나 봅니다
    워워~~릴렉스

  • 44. 부럽
    '22.8.31 12:06 PM (210.90.xxx.75)

    80년대말에 서울대졸업했고 축사는 당시 교육부장관?과 총장이 했던걸로..
    군사독재시절 어용충장이라 졸업생들이 다같이 뒤돌아서있던 걸로 기억해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는데...
    후배들이 부럽네요

  • 45. 측사 갑은
    '22.8.31 2:24 PM (14.32.xxx.215)

    로버트 드 니로죠 ㅎㅎㅎ

  • 46. 지나가다
    '22.8.31 3:34 PM (211.36.xxx.248)

    저도 어제 감동받고 새로 살 결심하게 되었어요

  • 47. 진가다
    '22.8.31 7:05 PM (211.36.xxx.129)

    [허준이 교수 축사 전문]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 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학위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중 하나가 졸업 축사가 아닌가 합니다. 우연과 의지와 기질이 기막히게 정렬돼서 크게 성공한 사람의 교묘한 자기 자랑을 듣고 말 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겁이 나서, 아니면 충실하게 지내지 못한 대학 생활이 부끄러워 십오 년 전 이 자리에 오지 못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축하받을 만한 일을 축하받기 위해 이를 무릅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졸업식 축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십몇 년 후의 내가 되어 자신에게 해줄 축사를 미리 떠올려 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 듣고 싶은 축사를 지금 떠올려 보는 것도 가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연하게 떠오르는 말은 없습니다. 지난 몇천 일, 혹은 다가올 몇천 일간의 온갖 기대와 실망, 친절과 부조리, 행운과 불행, 그새 무섭도록 반복적인 일상의 세부 사항은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힘들거니와 격려와 축하라는 본래의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화한 마음은 부적절하거나 초라합니다.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잘 쉬고 돌아오라던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듬성듬성해진 성적표 위에서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오래전의 제가 졸업식에 왔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했습니다만 생각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그가 경험하게 될 날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가슴 먹먹하게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선물할 어떤 축사를 떠올리셨을지 궁금합니다.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들음에 모든 시도가 소중해 보입니다. 타인을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의 자신으로, 자신을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래 준비한 완성을 축하하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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