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지 않았던 그때... 이럴때도 있더군요
소심하고 겁많고 그래요.
그래서 그런가? 상대 많이 가리고 쉽게 맘 못줘요. 그 사람이 어떤사람인줄 알고?
근데 제가 병원신세를 진적이 있어요 몇달간
너무 슬펐어요 왜 내가 이런일을당하나 싶어서 운명탓, 팔자탓 하고 결국 내가 잘못살았구나 싶어서 내탓하고
우울증인가 싶을정도로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죠
근데 그 입원실에 오래있다보니 같은 병실 환자들이랑 친해질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우울감도 사라지고 또 그분들이랑 털어놓고
대화 하는게 즐겁더라고요?
다인실이였는데.
워낙 병원에서 많은 시간 보내다 보니
그사람들과 전우애 같은게 생기더라고요
들어보니 하나같이 다들 사연이 있고 그게 또 일반적인 사연도 아니에요.
휴게실에서 커피먹고 그러다보니 낯익은 분들도 몇분 보이고…
그러다 친해지고...
그런 식으로 병원에서 인맥을 넓혀 나갔죠
사연 들어보면 진짜 다들 특이해요.ㅠ
신내림을 받아야하는데 받기 싫어서 견뎠더니 집에 우환이 생겨 힘들다는 분도 있고
애있는 상태에서 재혼했는데 현재 남편이 내 자식을 별로 안좋아하는거 같아 속상하다는 분도 있고
딸 셋을 낳아 사는데 애들은 어리고 돈도 없고 힘들다는 분 등등
그와중에 한 분은 남자분인데 (나랑 열살 이상 차이남- 휴게실에서 커피 먹다가 말 트면서 친해짐)
능력이 없어서 이혼당했는데 먹고는 살아야 해서 오토바이 운전일 하다가 사고나서 다리 부러져서 병원오게 됐다.
애들도 내가 싫은지 얼굴도 안비친다는데 좀 안됐더라고요
전에 보험일을 했는데 보험 관련 물어볼거 있음 답해주겠다 해서
몇가지 물어보니 대답도 시원시원 잘 해주시고...
입담이 좋으시더라고요
뭐 짜잘한거라도 먹을거 생기면 저포함 어린 애들꺼 많이 챙겨주시고 얘기도 잘 들어주시고 해서 친해졌어요
근데 이 아저씨가 다리가 불편하다 보니까 이동이 힘들고
양말이나 여분의 속옷이 없었는지 빨아 입어야 하는데 다리가 그러니까 잘 못갈아 입었던 거 같아요
제가 거의 퇴원 쯤 돼서 제 개인물품 정리 하다가
그 아저씨 측은함이 문득 생각나서
빨거있냐 내가 마지막으로 딱히 해줄 건 없고
빨래감 있음 빨아주겠다 했더니 너무 흔쾌하게 꼬랑내 나는 본인 양말이랑 누런 흰티를 주시면서
해줄수 있다면 좀 부탁할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무생각없이 빨래비누로 사정없이 빨고있는데
남친이 그날 제 병문안 와서는 어떻게 하다가 그걸 목격을 했어요.ㅋ.
너 뭐하냐. 왜 이런걸 니가 하냐 ? 저 아저씨는 식구나 요양사 없냐? 하면서 상당히 불쾌해 하는거에요.ㅋ
제가 그랬죠
넌 참 별게 다 불쾌하다.
사람이 힘들때 서로 돕고 그러는건데
사지 불편한분 좀 도와주려고 빨아주는건데 이게 그렇게 이상한 행동이니 했더니 ㅋ
어~ 이상한 행동이야
저 아저씨가 선을 넘었네.너한테 그런 부탁 하면 안되지. 하더라고요
제가 냅두라고…불쌍한 아저씨라고…퇴원하는데 이정도는 돕고 가고 싶다고 하고 남친말 사뿐히 지려밟았죠 ㅋㅋ
같은 병실에 있던 한 언니는 고아라고 ㅠ
그래도 자기 힘으로 돈 모아 작은 가게 차렸다고...
근데 이렇게 병원 신세 지니 수입도 없고 죽겠다 하시던게 생각나
없는 돈 털어 십만원 봉투에 넣어 손에 쥐어 주고 퇴원했어요
퇴원 후
생각보다 빨리 일상복귀를 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니 병원에서 지지고볶고 하던 거 하나도 생각 안나고
일상 적응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근데 그 양말 아저씨가 일주일 후였나
연락하더니 ㅠㅠ 돈 오만원만 꿔달라고 ㅠㅠ
그때부터 정신이 확 들면서
내가 왜 이런 사람이랑 친하게 지냈지? 싶어서 바로 차단 시켰거든요
나이도 사십 넘은 사람이 돈오만원이 없어서 열살넘게 한참 어린 여자애한테 이러는게
정상 같진 않더라고요
자존심이고 뭐고 없는거잖아요
남친한테 "이 아저씨 뭐냐? 돈 오만원이 없니봐"
하면서 신나게 씹고있는데
남친왈. 왜 그때 그 개저씨 양말도 빨아주고 지극정성이더니 이제서야
정신 돌아왔냐 ㅋㅋ (남친은 그아저씨 이상하다고 누누히 말했음)
그 아저씨도 이상했지만 너도 진짜 정신 나간애 같았어 하더라고요
저보고 그때 상당히 맛이 갔다고 ..ㅋㅋㅋ
너가 그렇게 사람 견제 안하고 퍼주는 인간이 아닌데
병원에 있으니까 아주 보살 저리갈 정도로 자비로웠다면서...
그리고 그 아저씨는 부탁할게 따로있지 와이프도 해줄까 말까 한 더러운
개인물건을 남한테 시키냐고
그거 뿐만 아니라 그 병원 환자들이랑 무리지어 다닐때부터
너 상당히 이상해 보여서 정신차리라고 했는데..
니가 오히려 반격 하는거 보고
얘 병원에 있더니 정신까지 맛갔나 싶었대요
저도 그때를 생각해보니까 정말이지...저 같지 않았던거같아요
왜 그땐 그렇게나 맘이 몽글몽글 했던걸까요
다들 안쓰럽고 안돼보이고
사연들도 많아서 측은하고 제가 뭐라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퇴원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그 사람들과 엮이면 내 인생도 꼬일거 같은 느낌?
그렇게 본래의 나로 돌아오는 데는 며칠 걸리지 않더라고요
여튼
사람이 상황되면 바뀔수도 있구나
그게 남이든 내가 됐든 캐릭터 라는 건 단정짓기 힘들구나 느꼈던 계기였네요
1. 님
'22.7.19 9:56 PM (58.239.xxx.59)재밌게 읽었어요 님이 좋으신분이니까 그렇게 병원분들하고 마음을 터놓을수 있었던거죠
아무나 빨래해주고 봉투에 십만원 넣어주고 그렇게 못하거든요 님 착한사람2. 흠
'22.7.19 9:59 PM (58.231.xxx.14)아무 사심없이 가까워질 수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그 도와주신건 선행 쌓으신 걸거예요3. ...
'22.7.19 10:03 PM (61.105.xxx.94)본인에 대한 측은지심이 주변인들에게까지 이입된게 아니였을까요? 속옷까지 빨아줄 생각을 했다니 말예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면 님이 주변환경에 잘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신지...
4. ᆢ
'22.7.19 10:04 PM (121.167.xxx.120)원글님이 좋은분이니까 남친도 좋은분을 만나셨네요
끼리 끼리 과학이라는 만이 맞아요
원글님은 보살이네요
어려운 환경에서 착한 본성이 나온거예요5. ㅇㅇ
'22.7.19 10:06 PM (118.103.xxx.65)저런 일이 생전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요
귀 얇다는 말은 한번도 들은 적 없긴 해요
제가봐도 아닌건 아닌거라 고집 무지 쎈 거 같은 데
여튼 저때와 지금을 비교 해 보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느낌이에요6. ...
'22.7.19 10:06 PM (175.123.xxx.105)회복되서 다행이에요.
맞아요. 상황에 따라 전혀 이해안가는 일을 하기도 하죠.
그래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기도 하나 봅니다7. ㅡㅡ
'22.7.19 10:15 PM (121.140.xxx.218)진짜 왜 그랬을까요?
아프고 힘들어서 약해졌을때
경계가 무너졌나봅니다
윗분들 말처럼 사이비종교도 비슷한 심리일것 같아요
내가 무언가에 기여하는 좋은사람이 되고 진실하다는 믿음 같은..8. 몽글몽글 맞아요
'22.7.19 10:34 PM (116.41.xxx.141)저도 지나고보니 엄청 위험한 순간이 운좋게
지나간게 많더라구요
윗님처럼 경계가 무너져...
착해진 나에게 뭔가 불신의경계가 흔적없이 사라진듯한 혜자느낌이랄까
그 느낌이 깨몽안되고가는게 사이비종교인듯 ㅜ9. ..
'22.7.19 10:35 PM (222.233.xxx.145)재미있네요. ㅎㅎ
맞아요, 시간 지나면 내가 왜그랬지 싶어요.10. 수필 한 편
'22.7.19 11:21 PM (180.229.xxx.27)동병상련이라고 좁은 한 공간에서 같은 복장이면 비슷한 감정교류가 일어날 수 있죠. 정말 양말 아저씨 웃기네요, 안 엮이길 잘 했어요.
11. ㅇㄹ호ㅓㅏㅏ
'22.7.20 5:43 AM (220.117.xxx.61)은혜와 공덕은 사라지지 않으니 선행 쌓고 살아야해요. 단, 선은 그어야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