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 북송은 정당한가
2022.07.14.
문재인 정부가 탈북한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이 정치 권력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이용한 사건이라며 그 실체를 밝히겠다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탈북어민 강제북송 국정조사 특검 검토.."정치 살인 실체 밝힐 것">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도 일제히 탈북 어민들이 북송될 당시의 사진들을 1면 탑에 올리고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키며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에 동조하고 있다. 그리고 보수 진영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재인을 형사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필자도 처음에는 이 사건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강제북송은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바가 있다. 그런데 필자 생각은 지금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2명의 탈북 어민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탈북어민의 북송 조치는 옳았고, 윤석열 정권이 오히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정치 권력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 특히 보수진영의 사람들은 북송 당시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탈북어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그들에게 동정심을 보내며 그들을 강제 북송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지만, 냉정하게 이 사건을 살피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의 본질은 이것이다.
탈북한 북한 어민 2명이 16명의 북한 주민(동료)들을 살해한 살인자인가, 아니면 살인 혐의를 문재인 정권이 조작한 것인가이다.
전자라면 문재인 정부가 북송한 행위는 정당한 것이며, 후자라면 문재인과 북송을 지시한 사람들은 모두 감방에 들어가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본다.
혹자는 탈북 어민 둘이 귀순의사를 밝혔는데 북송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귀순 여부는 북송의 정당성을 따지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귀순 의사를 밝히고 그들이 남한 땅에 살고 싶다고 강력히 원했다 하더라도 16명을 살해한 것이 명백하다면, 귀순의사를 밝혔더라도 북송시켜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대한민국(남한)은 전쟁이나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일반 범죄를 저지른, 그것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도피처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단순 절도나 횡령 정도라면 모를까 1명도 아닌 16명을 살해한 중대 범죄자를 귀순자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이에 대한 판단은 간단하다. 만약 동네 주민 16명을 살해한 남한 주민이 월북하여 북한 당국에 귀순을 하였는데, 북한 당국이 그를 귀순자로 인정하고 남한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은 북한 당국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16명을 살해한 사람이 일본으로 밀항하여 망명을 신청했는데 일본 당국이 그의 망명을 인정하고 한국으로 강제 송환하거나 추방하지 않는다면 일본 당국의 이런 행위가 정당하다고 하겠는가?
윤석열 정부 시절에 동료 16명을 살해한 북한 어민 둘이 귀순해 온다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나?
16명을 살해한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상의 보호대상자가 아니며, 국제법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나 <난민 지위 기준>의 ‘난민’에 해당되지 않아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에는 보호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는데,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보호 결정의 기준) ① 제8조제1항 본문에 따라 보호 여부를 결정할 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개정 2019. 1. 15., 2020. 12. 8.>
1.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2.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
3. 위장탈출 혐의자
국제법상의 난민에 대한 규정에서도 이 2명의 탈북어민들은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이다.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well founded fear of being persecuted)라는 문구는 난민 정의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난민지위의 인정을 신청하는 자는 개인적으로 박해를 받을 공포가 있는 상당한 이유를 보여 주어야 한다.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박해는 보통 범죄에 대한 형벌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박해는 보통 범죄에 대한 형벌과 구별되어야 한다.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 것 때문에 기소되고 또는 처벌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도피한 자는 통상 난민이 아니다. 난민은 부정의의 피해자(또는 잠재적 피해자)이지 사법적 처벌로부터의 도피자는 아니다.>
그런데 16명을 살해한 탈북 어민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가? 박해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정치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신체적 위해를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한 잘못에 대해 북한 당국이 처벌하는 것을 박해라고 할 수 있을까?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 ’제1장 일반규정‘ - ’제1조 난민의 정의‘ -F항에는 다음과 같이 난민 적용이 되지 않는 사항들을 적시하고 있다.
F. 이 협약의 규정은 다음 각호에 해당된다고 인정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게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a) 평화에 반하는 범죄, 전쟁범죄, 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제문서에서 정하여진 범죄를 저지른 자.
(b) 난민으로서 피난국에 입국하는 것이 허가되기 이전에 그 국가 밖에서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자.
(c) 국제연합의 목적과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한 자.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도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33조(추방 및 송환의 금지)에서도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 되는 대상은 난민이지,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자는 대상이 아니다.
<제33조 추방 및 송환의 금지>
1.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그러나 이 규정에 의한 이익은 그가 있는 국가의 안보에 위험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고, 또는 특히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최종적인 유죄판결이 내려지고 그 국가공동체에 대하여 위험한 존재가 되는 난민에 의하여는 요구될 수 없다.
1992년 1월에 제네바에서 나온 ‘난민지위 인정 기준 및 절차편람’을 보면, ‘국제적 보호를 받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자’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149. 이들 적용배제조항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그 영역 내에서 신청인이 난민지위의 인정신청을 구하는 체약국에 속한다. 이들 조항을 적용하기 위하여는, 본 규정에 언급된 행위가 저질러졌다고 “고려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존재함을 입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과거의 형사기소의 정식 증거는 필요하지 않다. 당해인의 배제에 따르는 중대한 결과를 고려해 볼 때, 이들 적용배제조항의 해석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51. 이 적용배제조항의 목적은, 난민수용국의 사회를 중대한 보통범죄를 범한 난민의 입국을 허가하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또한 덜 심각한 성격의 보통범죄나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난민에게는 적절한 처벌을 할 것을 구하고 있다.
152. 범죄가 “비정치적” 범죄인지 “정치적” 범죄인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우선 그 범죄의 성격과 목적을 고려하여야 한다. 예컨대 순수한 정치적 동기에서 행하여진 것인지, 단순히 개인적 이유나 이득의 목적에서 행해진 것인지 주의 깊게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저질러진 범죄와 주장된 정치적 목적 및 목표 간에 밀접하고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범죄의 정치적 요소는 일반법상의 성격을 압도하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저질러진 행위가 주장된 목적과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이 잔혹한 성격의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정치적 성격을 받아들이기가 곤란하다.
153. “난민으로서 피난국에 입국하기 이전에 그 국가 밖에서” 신청인에 의하여 저질러졌거나 저질러졌다고 추정되는 범죄만이 적용배제의 근거가 된다. 피난국 이외의 국가는 통상 출신국이 될 수 있으나, 신청인이 난민지위의 인정을 구하는 피난국 이외의 다른 제 3국이 될 수도 있다.
154. 피난국에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난민은 그 국가의 적법절차에 구속된다. 예외적인 경우, 협약 제33조 제2항은, “특히 중대한” 보통범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서, 피난국의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되는 난민을, 종전의 본국으로 추방 또는 귀환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154항을 보면, 난민이 피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그 국가(피난국)의 적법절차를 따르도록 하고, 피난국의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는 난민을 본국으로 추방 또는 귀환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주민 16명을 살해한 자로 난민이나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도 아닌 사람을 어떤 근거로 남한에 남겨두고 남한의 법으로 처벌할 수 있나?
난민도 사회에 위험한 존재라고 판단되면 추방할 수 있는데,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난민의 지위로 인정되지 않는 자라면 추방 혹은 귀환시키는 것이 맞지 않을까?
16명의 동료를 살해한 것이 확실하다면 문재인 정부는 법에 근거하여 두 사람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온당하게 처리를 한 것이며, 이를 정치 쟁점화하고 전정권을 몰아세우기하는 것은 비열한 정치공작일 뿐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탈북 어민 2명이 16명을 살해하였다고 판단한 근거가 확실한 것인지 여부는 반드시 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재조사는 이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탈북 어민의 귀순 여부는 비본질적인 것이다.